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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신남방정책’ 외치면서 말레이서 인니어로 인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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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아세안 3개국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말레이시아를 국빈방문한 자리에서 인도네시아어로 인사하거나 시간대가 맞지 않는 인사말을 꺼내는 등 외교 결례를 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 세번째 방문지인 캄보디아를 소개하며 대만의 국가양청원(國家兩廳院) 사진을 내걸었다가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확대하는 신남방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해당 국가들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13일 오후 푸트라자야 총리실에서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와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13일 오후 푸트라자야 총리실에서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와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오후 4시20분(현지시간)쯤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 뒤 이어진 공동 언론발표에서 “슬라맛 소르”라고 인사말을 했다. 그러나 이는 말레이시아어가 아닌 인도네시아어 오후 인사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비슷한 시간대에 “슬라맛 쁘땅”이라고 인사한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발음한 “슬라맛 소르”는 인도네시아어인 “슬라맛 소레”의 영어식 발음이다.

 이같은 사실은 문 대통령이 1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모두 신남방정책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들”이라며 아세안 순방 성과를 밝힌 뒤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20일 해명에 나섰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방문국 국민들에게 친숙함을 표현하고자 현지어 인사말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했다”며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 부대변인은 다만 “관련해서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12일 오후 4시(현지시간)에 열린 한·말레이시아 한류·할랄 전시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면서 “슬라맛 말람”이라고 인사를 했다. 그러나 이 표현은 해가 완전히 진 이후부터 사용하는 저녁 인사다. 이때는 “슬라맛 쁘땅”이라고 인사하는게 맞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공동 언론발표와 한류·할랄 전시에서 (인사) 표현이 틀렸다”고 추가 오류 사실을 인정했다.

해당 표현이 들어가게 된 경위에 대해 청와대는 “여기(서울)에서 미리 작성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현지(말레이시아)에 가서 확인하고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 도경환 말레이시아 대사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을 지낸 비외교부 관료 출신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대통령의 공식 발언에 대해선 이중 삼중으로 꼼꼼히 체크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지난해 11월 체코 순방때 국명을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기재하는 실수 등을 포함해 문 대통령의 잇따른 정상외교 논란과 관련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청와대 페이스북 캡쳐]

[청와대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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