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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스케치]“직원들 박수부대 그만” 삼성전자, 소액주주 날 선 질문에 ‘쩔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0 대 1’ 액면분할 이후 처음 실시된 20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는 소액 주주 약 1000명이 몰렸다. 주총장 입장을 위해 줄까지 길게 늘어섰다. 주주 수가 액면분할 이전(약 20만명) 대비 4배 가까이 늘어난 76만명 수준까지 늘어난 까닭이다.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400석) 주총장 좌석 수를 두배가량 늘렸지만, 일부 주주는 한 시간 가까이 주총이 열리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밖 야외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날 주총이 열린 서울의 초미세먼지는 ‘매우 나쁨’(76㎍/㎥ 이상).

20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 입장하기 위해 소액주주 상당수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20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 입장하기 위해 소액주주 상당수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이번 주총은 삼성전자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CEO)직을 분리한 이후 처음 열렸지만, 이재용(51)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소액 주주 가운데 일부는 거센 톤으로 회사 경영진을 몰아붙였다.

"연간 9조6000억원 배당하겠다"

주주 김모씨는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 입장에선 아무래도 기분이 안 좋다. 투자자가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배당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또다른 소액 주주 최모씨는 “265만원 했던 주가가 액면분할했더니 5만2000원으로 떨어졌다”며 “고액 연봉을 받는 이사진들은 뭐하는 거야. 다 사표 내고 나와라”고 질의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현재 4만3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답변에 나선 김기남 대표이사(부회장)은 “연간 배당을 9조6000억원 하겠다”며 주주들을 달랬다.

다른 소액주주 양모씨는 “직원들은 여기 와서 박수부대 좀 하지 마라”고도 말했다. 그는 “주총장이 기자 간담회냐. 취재진은 편하게 들어오는데 정작 주주들은 8시30분부터 밖에서 떨다가 주총이 시작되고 20분 뒤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김기남 대표이사는 “엘리베이터 탑승에 있어서 입장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다음에는 바꾸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고동진 "갤럭시 S10 반응 괜찮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반도체ㆍ모바일ㆍ가전 등 각 부문별 사업 현황에 대한 주주들의 질문도 잇따랐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왜 이렇게 맥을 못 추냐’는 주주 고광용씨의 질의에 고동진 IM부문장(사장)은 “지난 2년간 솔직히 힘들었다. 조직ㆍ사람ㆍ유통채널 모든 것을 다 바꿨고, 조심스럽긴 하지만 S10 반응이 괜찮다”고 설명했다.

김기남 "반도체 초격차 유지 최선 다하겠다" 

서울 구로동에 산다는 한 소액주주는 “지금 삼성 반도체가 중국 추격에 맞서 전임 CEO 권오현 회장이 말한 ‘초격차’를 유지할 실력이 있는가”라고 묻자 김 대표이사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범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최선을 다해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0일 오전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의장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0일 오전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의장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주주도 이번 주총에 몇몇 모습을 드러냈다. 대학생 이영범(23)씨는 “주주가치 제고와 자사주 매입 같이 구체적인 이야기가 제시됐으면 싶었는데, 듣고 싶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며 주총이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떴다. 또다른 대학생 한상유(21)씨는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에 대한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의사진행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한 20대 주주 이영범(왼쪽)씨와 한상유씨. 김영민 기자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한 20대 주주 이영범(왼쪽)씨와 한상유씨. 김영민 기자

회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 주주와의 교류에도 신경을 쓰고, 정직하게 사업해달라고 촉구하는 의견도 나왔다. 10년 만에 삼성전자 주총에 다시 왔다는 이후용(79)씨는 "삼성 이외에 다른 회사들은 주총이 더 허접스러운데, 왜 삼성만 비난받는지 아느냐"며 "정치자금 안 냈다고 경영진이 거짓말하면 안 된다. 그런 점부터 솔직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총 끝난 뒤 삼성전자 "장소 협소했다" 공식사과 

이날 주총이 끝난 오후 3시께 삼성전자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은 "정기 주주총회 장소가 협소해 입장이 지연되는 등 주주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주주들의 관심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내년에는 장소와 운영방식 등 모든 면에서 보다 철저히 준비해 주주분들께 불편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20일 삼성전자 주총에 참여한 소액주주 고광용(왼쪽)씨와 이후용씨. 김영민 기자

20일 삼성전자 주총에 참여한 소액주주 고광용(왼쪽)씨와 이후용씨.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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