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 김기현의 황운하 저격…검경수사권 조정 변수되나

중앙일보

입력 2019.03.20 06:00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불거진 건설특혜비리 의혹 관련 수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불거진 건설특혜비리 의혹 관련 수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자유한국당이 “6ㆍ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공작수사를 했다”며 당시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에 대해 처벌과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황 청장은 경찰 수사권 독립을 상징하는 인물이기에 현재의 공방이 향후 검경 수사권 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김 전 시장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사권 남용, 선거 개입, 사기꾼과 결탁 의혹을 받는 수사관의 수사팀 배치, 피의사실유포, 선거를 앞두고 여당 후보와의 부적절한 만남, 골프 접대 의혹 등 파면의 사유는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기현을 죽이고 한국당 전체를 비리 집단화하기 위한 공작ㆍ기획수사임이 드러났다”며 “이런 선거 개입의 윗선이 과연 어디인지,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린 국감장에서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방선거 전 김기현 전 시장 압수수색과 관련해 정치공작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경찰수사가 정치공작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뉴스1]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린 국감장에서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방선거 전 김기현 전 시장 압수수색과 관련해 정치공작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경찰수사가 정치공작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뉴스1]

정치권에선 한국당이 정조준한 인사가 황운하 청장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대 1기 출신인 황 청장은 과거 경찰 지휘부가 부담을 느낄 정도로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를 강하게 제기해 왔다.  .

황 청장은 지난해 12월 대전지방경찰청장에 임명됐을 때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국민이 가장 원하는 것은 검찰개혁”이라며 “수사권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검경수사권 조정은 논의가 활발히 되고 있다. 경찰의 역할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관한 국민 여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황 청장과 한국당의 악연은 지난해 3월 본격화됐다.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방선거를 3개월가량 앞두고 “울산 북구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특정 레미콘 업체를 밀어준 혐의를 잡고 수사한다”며 울산시장비서실 등 시청 사무실 5곳을 전격 압수 수색했다. 황 청장은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수사를 지휘했고, 수사를 받으며 선거를 치른 김 전 시장은 낙선했다.

박기성 울산시장 비서실장이 지난해 3월 26일 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실장은 울산경찰의 김기현 시장 측근 수사와 관련해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시장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며 "황운하 청장이 정치적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박기성 울산시장 비서실장이 지난해 3월 26일 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실장은 울산경찰의 김기현 시장 측근 수사와 관련해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시장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며 "황운하 청장이 정치적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경찰의 전격적인 압수 수색으로 김 전 시장과 관련된 피의 사실은 무차별적으로 보도됐고, 한국당에서는 ‘야당 후보에 대한 공작ㆍ표적 수사’라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한국당 대변인 명의로 울산 경찰 측을 ‘미친개’에 비유하는 논평을 내자, 경찰은 한국당을 규탄하는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한국당 vs 경찰’의 감정싸움 양상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곽상도·김승희 의원이 지난해 3월 31일 울산지검에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이들은 황 청장을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변호사법 위반과 골프 접대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곽상도·김승희 의원이 지난해 3월 31일 울산지검에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이들은 황 청장을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변호사법 위반과 골프 접대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연합뉴스]

김 전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초의 수사담당자 A 경위를 갑자기 좌천시키고 B 경위를 새로운 수사담당자로 인사 발령했는데, 그 B 경위는 (김기현 전 시장 측을 고발한) 고소인 C 씨와 결탁한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는 사람”이라면서 “C 씨는 현재 거액의 사기죄로 구속기소 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경찰의 문제점을 부각했다.

한국당은 황 전 청장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가 검경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현 집권층에 잘 보이려는 과잉 충성"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경찰의 선거 개입, 지금까지 이런 수사는 없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보은’인가,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거래’인가”라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중립성을 훼손하고 직권을 남용해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선거에까지 직접 개입하는 경찰에게 검경수사권 조정은 “개발에 편자”라는 국민의 질책은 당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당의 공격에 경찰청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경찰청 관계자는 "버닝썬 사태에 이어 김기현 무혐의까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악재가 터진 건 맞다"고 전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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