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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양비론 할까봐""그런 말 마쇼" 나경원·심상정 충돌의 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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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공개설전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선거제 개편안 비례대표 산출 방식을 두고 심상정 의원이 17일 “국민은 산식이 필요 없다”고 한 것을 나 원내대표가 지적하자, 심 의원은 이튿날 “말꼬리만 잡는 좁쌀 정치를 해서는 되겠는가”라고 맞받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왼쪽)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의원(왼쪽)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나 원내대표가 19일 또 “(여야 4당이 합의한) ‘50%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체가 여의도 최대의 수수께끼”라고 불을 댕기자, 심 의원이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나 원내대표야말로 미스터리다. 직접 서명한 여야 5당 합의사항과 180도 배치되는 선거제 개혁 법안을 내지 않았나”라고 반격했다.

두 의원은 서울대 동문이자 17대 국회 나란히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지만, 정치적 역정은 전혀 달랐다. 나 원내대표가 사법고시에 합격해 판사를 지낸 엘리트 코스였다면, 심 의원은 운동권 대학생에 노동운동을 한 투사형이었다. 스타일과 성향, 말투 등에서도 둘은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보수-진보의 대표 여성 정치인으로 확연히 다른 길을 걷다 보니, 두 사람의 부딪힘 역시 거의 없었다. 다만 최근엔 '당의 간판'으로 충돌 직전까지 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이학재 논쟁에 심상정 끌어들인 나경원

지난해 12월 18일 이학재 의원이 국회 정보위원장 신분을 유지한 채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한국당에 복당하자, 바른미래당은 이를 “장물아비”에 비유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2018년 12월19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12월19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러자 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20대 국회 들어서 당적을 변경했다고 상임위원장직을 내려놓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설명하며 “민주평화당 황주홍 교육위원장과 정의당 심상정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은 비교섭단체 소속인데 위원장을 하고 있다. 비교섭단체 의원들이 위원장을 맡는 것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당 의원을 지키기 위해 심상정 의원을 끌어들인 거다. 이에 심 의원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나경원 농담에 정색한 심상정

지난해 10월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선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거세게 맞붙었다. 심재철 한국당 의원의 재정정보 유출을 두고서였다.

2018년 10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10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격론이 심해지자 휴정 시간에 한국당에선 제3 지대라 할 수 있는 심상정 의원에게 “중재 좀 해달라”고 말을 건넸다. 나경원 의원도 “그런데 심 대표가 양비론으로 하실까 걱정”이라며 농을 같이 건넸다.

그러자 심 의원의 표정이 굳어지며 “어떻게 하자고? 양비론은, 우주의 중심이 다 여러분 중심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나 봐? 그런 말 하지 마쇼. 난 내 중심 가지고 얘기하는데 여러분이 우주의 중심이야? 양비론이라고 생각하게?”라고 맞받아쳤다. 나 의원은 대응하지 않았고, 한국당 의원들도 “말로 하면 심 의원을 이길 수 있나”라며 한발 물러섰다.

두 의원과 두루 친분이 두터운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에도 둘은 다소 티격태격해왔지만, 앙금이 남을 정도는 아니었다. 평소 사우나에서도 자주 마주쳐 담소를 나눈다고 들었다"면서 "다만 이번엔 심 의원이 정개특위 위원장이자 정의당 간판으로 선거제 개편의 상징이고, 나 의원은 제1야당 원내대표로 선거제 개편을 앞장서 막아야 하니 작은 마찰에도 물러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준영·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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