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이 자란 그곳, 전인권·박학기가 다시 서다

중앙일보

입력 2019.03.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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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9일 만난 전인권과 박학기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대학로에서 새 시대에 맞는 새 이야기가 많이 흘러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9일 만난 전인권과 박학기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대학로에서 새 시대에 맞는 새 이야기가 많이 흘러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학전은 90년대 청춘을 보낸 이들에게 특별한 공간이다. 1991년 개관 이후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를 시작으로 들국화·안치환·강산에 등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학전블루 소극장 무대에 올라 대학로에 젊음을 불러모았다. 200명 남짓한 관객과 내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은 아티스트에게도 특별했다. 김광석이 오직 기타 하나 들고 1000회 동안 장기 공연을 이어가고, 노영심은 피아노 앞에 앉아 ‘작은 음악회’를 선보였다.

김민기 ‘학전 콘서트’ 29일 재출발
90년대 소극장 공연 일으킨 명소
김수철·안치환 등 14개팀 불러내
“추억의 공간서 빚는 신곡의 잔치”

학전이 ‘어게인, 학전 콘서트’를 연다. 2011년 20주년 이후 콘서트가 점점 뜸해지면서 라이브 공연 시대의 주역이던 공간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한다는 김민기(68) 대표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연극 ‘지하철 1호선’이 지난해 1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듯, 노래 열차도 재운행에 나서는 것이다. 더구나 학전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음악을 매개로 선후배가 연결되는 곳이었다.

김 대표의 뜻에 전인권(65)과 박학기(56)가 동참하면서 판이 커졌다. 두 사람은 개관 초기부터 학전 무대에 오른 막역한 사이. 19일 학림다방에서 만난 이들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전인권은 “몇 달 전 김민기 형님과 얘기할 때까지만 해도 보름 정도의 소규모 공연이었는데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하게 되면서 갈수록 규모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김광석은 1991~95년 학전에서 소극장 1000회 공연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사진 학전]

김광석은 1991~95년 학전에서 소극장 1000회 공연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사진 학전]

오는 29일 전인권을 시작으로 김수철·김현철·YB·권진원·안치환·웅산·강산애·유재하 동문회·정원영·푸른곰팡이·김광민·노영심 등 14팀이 릴레이 콘서트 형식으로 무대에 오른다. 매년 김광석의 기일(1월 6일)이면 이곳에 모여 그를 추억해온 박학기·유리상자·한동준·장필순·동물원·자전거 탄 풍경 등 ‘김광석 다시 부르기’팀이 5월 19일 피날레를 장식한다. 박학기는 “시장 논리로만 보면 불가능한 공연인데 다들 학전과 추억을 되새기며 흔쾌히 동참했다”며 “올해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매년 봄이면 열리는 학전 페스티벌로 만드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얼핏 음악적 접점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이들의 인연은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된다. “어느 날 클럽에서 들국화 공연을 하는데 누가 뒤에서 드럼을 무지 크게 치는 거예요. 내가 노래를 크게 해서 그런가 하며 더 크게 불렀죠. 그럼 또 따라오고. 기분 좋게 끝나고 나니 성원이가 ‘민기 형님이 친 거야’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들국화가 뜨기 직전이었는데 공연장까지 온 걸 보면 확실히 예지력이 있는 것 같아요.”(전인권)

반면 박학기를 발굴해 동아기획에 추천한 건 전인권이었다. “시인과 촌장도 그렇고 우리는 약간 우울한 기질이 있었는데 박학기는 뒤로 피하지 않고 나무처럼 밝아서 마음에 들었어요.”(전인권) “그때는 지금처럼 기획사에서 캐스팅을 하는 게 아니라 형들이 추천했어요. 주방 들어가기 전에 홀 청소부터 하는 것처럼, 연주하고 있으면 눈여겨봤다가 데리고 오는 거죠. 누가 있느냐가 그 회사 색깔을 만드는 건데 조동진, 들국화가 곧 동아기획이었고 저는 애기였죠. 장필순, 김현철이 막내고.”(박학기)

학전의 김민기 대표. 지난해 은관 문화훈장 수훈 때 모습이다. [중앙포토]

학전의 김민기 대표. 지난해 은관 문화훈장 수훈 때 모습이다. [중앙포토]

학전은 이후 이들의 음악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인권은 2012년 ‘들국화, 2막 1장’ 콘서트를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꼽았다. 16년 만에 재결성한 들국화를 보러 200석 규모에 465명이 들어섰다. 그는 “이번 공연에 신곡 ‘사랑하는 그대여’와 ‘너를 찾아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제 들국화 신곡을 만들기는 힘들 것 같고 변승욱 감독과 함께 들국화 영화를 준비 중”이라고도 귀띔했다.

박학기는 “광석이가 세 번 공연하면 한 번은 제가 게스트로 나올 정도로 추억이 깃든 공간”이라며 “서로 같은 날 대학로에서 공연하다 게스트가 펑크 나면 품팔이를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유리상자 역시 1997년 첫 공연을 이곳에서 가졌다. “야망이 없어서 그런지 같이 노래하며 얻은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제 첫 코러스가 조규찬인데 솔로 음반이 잘 되면서 박승화가 2대 코러스가 됐어요. 박승화가 유리상자로 데뷔하고 이세준과도 계속 식구처럼 지냈고. ‘김광석 다시 부르기’를 통해 발굴한 빨간의자 등 신인들도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입니다.”

기자간담회에서도 각별한 인연 고백이 이어졌다. YB의 윤도현은 “인디 시절 포크 그룹 종이연으로 활동하며 노찾사 콘서트 게스트로 이 무대에 처음 섰다”며 “이후 김광석·권진원 게스트로 공연하는 모습을 김민기 선생님이 보시고 뮤지컬 ‘개똥이’에 출연하게 됐다. 여러모로 꿈의 장소”라고 돌이켰다.

‘유재하 동문회’ 회장인 스윗소로우의 김영우는 “살면서 처음 본 콘서트가 여기서 열린 들국화 공연”이라며 “그분들과 같은 장소에서 공연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다. 자전거 탄 풍경의 강인봉은 “혹시나 추억팔이처럼 보이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다”며 “저만 아니라 다들 신곡 얘기를 하는 걸 보니 기우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후년에도 계속돼 음악인들이 참여하는 것만으로 영광인 페스티벌이 됐으면 좋겠다. 제 타깃은 ‘나도 저 자리에서 노래해 봤으면’ 하는 후배들”이라고 밝혔다. 예매는 공연 순서에 맞춰 학전과 인터파크티켓에서 순차 오픈된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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