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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경제성 다 의문인데 석달 만에 보 해체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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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 7월 연일 이어진 폭염에 광주 남구 영산강 승촌보에서는 수문을 개방했는데도 녹조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연일 이어진 폭염에 광주 남구 영산강 승촌보에서는 수문을 개방했는데도 녹조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의 16개 보.

정치 급류에 휩쓸린 4대강 보 <상> #부실 논란 부른 5개보 처리 결정 #현장조사 기간 짧아 객관성 한계 #보 수문 열었는데 되레 수질 악화 #“결정 시한 2018년 말 맞추려 무리”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전문가들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보 수문을 열면 수질과 생태가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환경부가 금강·영산강 5개 보 처리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수질 모니터링 결과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수문 개방했는데도 수질 악화 

지난달 22일 홍종호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제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2일 홍종호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제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이하 기획위)의 자료에 따르면 상시 개방이 제안된 영산강 승촌보의 경우 수질 분야에서 엽록소a(녹조 발생 지표)가 ㎥당 46㎎에서 52㎎으로,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8.5ppm에서 10.7ppm으로 치솟았다.

승촌보는 생태 분야에서도 어류 건강성을 나타내는 FAI(fish assessment index) 값이 28.8에서 28.2로 감소했다. 물고기의 다양성이나 서식환경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 [사진 나주시 제공=뉴스1]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 [사진 나주시 제공=뉴스1]

해체가 제안된 죽산보는 수문 개방 후 수질분야 3개 항목, 생태분야 3개 항목이 악화했다. 엽록소a는 59㎎/㎥에서 84㎎/㎥로, COD도 9.1ppm에서 9.3ppm으로 악화했다. 퇴적물 오염 항목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떨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수질이 악화한 것으로 평가됐다.

죽산보는 생태 분야에서도 FAI 등 3항목에서 악화했으나, ▶체류 시간 감소, 유속 증가 ▶수변공간 면적 증가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수문을 개방하면 당연히 개선되는 항목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바람에 평균적으로는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다.

금강 세종보의 경우 녹조 발생빈도 등급은 1.1에서 수문 개방 후 1.2로 악화했다. 녹조가 더 자주 발생했다는 의미다. 다만 ▶엽록소a 감소 ▶COD 감소 ▶저층의 산소 부족 사례 감소 등 다른 항목이 개선돼 수질은 전체로는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고, 해체 방안이 제시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강 공주보의 경우 생태 분야에서 강바닥에 사는 대형 무척추동물(benthic macroinvertebrates, BMI)의 건강성 지표인 BMI 지수가 55.1에서 수문 개방 후 41.9로 낮아졌다. 공주보는 다른 생태 분야 항목과 수질은 개선된 것으로 평가돼 해체 대상이 됐다.

상시 개방이 제안된 백제보에서는 COD 농도가 6.9ppm에서 수문 개방 후 7.2ppm으로 악화했고, 엽록소a 농도 역시 ㎥당 37㎎에서 44㎎으로 나빠졌다.

모니터링 기간 너무 짧아 

충남 공주시 금강 공주보의 수문이 열려있다.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세종보·공주보·죽산보를 철거하고 백제보·승촌보 2개는 상시 개방할 것을 제안했다. [뉴스1]

충남 공주시 금강 공주보의 수문이 열려있다.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세종보·공주보·죽산보를 철거하고 백제보·승촌보 2개는 상시 개방할 것을 제안했다. [뉴스1]

이 같은 수질·생태 조사 결과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모니터링 기간이 짧은데다 상류 보 바닥에 쌓였던 퇴적물이 씻겨 내려오면서 오염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창희 한국물환경학회장(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도 "과학적 타당성 담보하기에는 환경부의 모니터링 기간이 너무 짧았다"고 지적했다. 충분한 자료를 모을 수 없었고, 합리적인 평가를 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21일까지 죽산보는 총 629일 동안 수문을 개방했지만, 완전히 개방한 것은 112일에 불과했다. 백제보는 117일 개방 중에 최대 개방은 16일에 불과했다.

전경수 한국수자원학회장(성균관대 수자원전문대학원 교수)은 "하천 수질이 단순히 보 유무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연구 기간 너무 짧아 양적이나 질적이나 상당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순진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교수도 “수질 평가를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정도는 봐야 하는데, 3개월 조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학영 환경부 기획위원회 물환경분과 전문위원회 위원장(전남대 생물학과 교수)은 "조사 기간이 짧은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자료를 충분히 활용했다"며 "다만 지난해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있었고 그런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환경부 기획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출범했고, 불과 3개월 만에 결과를 내놓는 과정에서 조사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청와대는 2018년 말까지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고, 그 일정에 맞추기 위해 서둘렀다는 것이다.

경제성 평가에도 의문 제기돼 

금강 세종보. 정부는 오는 6월 출범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세종보의 철거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뉴스1]

금강 세종보. 정부는 오는 6월 출범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세종보의 철거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뉴스1]

이처럼 환경·생태 분야의 모니터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보 해체 판단의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가 제대로 진행됐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위에서는 보를 유지할 때 들어가는 비용과 편익, 보를 해체했을 때 얻는 비용과 편익을 따졌을 때 편익이 비용보다 큰 세종·공주·죽산보는 해체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철거가 제안된 3개 보의 건설비는 세종보 150억 원, 공주보 1051억 원, 죽산보 599억 원 등 1800억 원이다. 이에 비해 3개 보의 예상 해체 비용은 세종보 115억 원, 공주보 533억 원, 죽산보 250억 원 등 898억 원이다.

기획위는 소수력 발전소를 계속 가동할 수 없고, 지하수 이용이나 도로 활용도 어려워지지만, 수질·생태가 개선되고 보 유지관리비도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해체하는 게 이익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죽산보의 경우 수문 개방 후 수질이 악화했는데도 정작 경제성을 평가할 때는 이번에 얻은 데이터 대신에 과거 보 건설 전에 얻은 데이터를 가져와 사용했다. 그러고는 보를 해체하면 수질 개선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보 해체를 제안했다.

보 설치 전 과거 자료를 사용하면 편익/비용 비율이 2.54이지만, 이번 모니터링에서 얻은 데이터를 쓰면 이 비율은 0.62로 떨어진다.
편익/비용 비율이 1보다 작으면 사업을 시행하는 것, 즉 보를 해체하는 게 손해라는 뜻이다.

더욱이 보에 물이 가득했을 때 주민들이 느끼는 만족감이나 수변 경관에 대한 쾌적성이 경제성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획위에서 경제성 평가를 담당한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성 평가 방법 자체는 기존 정부의 여러 사업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거의 그대로 사용했다”며 “경제성 평가에 들어간 개별 항목은 분야별 전문위원회 전문가들이 결정했고, 개별 항목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항목별 수치가 잘못됐다면 경제성 평가 전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경제적인 부분만 고려했을 때 편익이 큰 것으로 나올 수 있지만, 비경제적인 가치까지 따져서 넣는다면 비용이 더 큰 것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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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방현·위성욱·김호·천권필·백희연 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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