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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유치 리조트·병원 줄줄이 좌초…물거품 된 ‘제주 드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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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14일 서귀포시 예래동에 들어선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출입구가 굳게 잠겨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4일 서귀포시 예래동에 들어선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출입구가 굳게 잠겨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4일 낮 12시 제주도 서귀포시 예래동 해안가 일대. 140여 개의 주택형 건물이 일부는 지어진 채, 또 일부는 미완의 상태로 빼곡히 들어서 있다. 부지에는 공사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는 펜스가 쳐져 있고 곳곳에는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공사장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2~3층 높이의 주택형 건물은 여기저기 녹이 슬고 전선이 돌출돼 있는 모습도 보였다.

4년째 소송전 예래단지, 흉물 전락 #허가 취소 예상되는 녹지국제병원 #헬스케어타운·신화공원도 차질 #일각선 “해외 투자유치에도 영향”

2조5000억원 규모의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이 진행되다 멈춘 지 4년째다. 이 단지는 말레이시아 화교기업인 버자야 그룹이 투자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2013년 첫 삽을 뜬 예래단지는 2015년 3월 대법원의 사업 무효 판결로 사업 추진이 중단됐고 그 이후 5개월 뒤인 같은 해 8월 공사가 중지됐다. 공정률은 전체 계획의 65%다.

이 지역은 북으로는 한라산, 남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는 곳이다. 올레 8코스가 지나 걷기 마니아들이 자주 찾는곳이기도 하다.

인근의 논짓물은 여름철 민물과 바닷물 놀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명소다. 현장에서 만난 김모(38·서귀포시)씨는 “건물을 안 짓는 것이 온전한 제주를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겠지만, 지어진 건물을 이렇게 흉물이 되게 방치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공사가 미뤄진 이유는 각종 소송전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은 예래휴양형주거단지 토지주 8명이 제주도 등을 상대로 제기한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강제수용된 토지를 토지주에게 돌려주라는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예래단지는 관광수익 창출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시설로 공공적 성격이 요구되는 도시계획시설인 유원지로 인가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최근에는 소송을 제기하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화해한 일부 토지주들이 다시 토지확보에 나서 재심(광주고법) 승소판결까지 이끌어 내기도 했다. 진행 중인 토지 소송만 18건, 관계자는 203명에 이른다. 전체부지 74만1192㎡ 중 65%인 48만여㎡ 상당이다.

사업자측도 소송전에 가세했다. 버자야측은 JDC가 토지수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투자 유치에 나섰다며 2015년 11월 35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제주도와 2억1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이다.

허가 취소가 예상되는 녹지국제병원. [최충일 기자]

허가 취소가 예상되는 녹지국제병원. [최충일 기자]

해외자본이 제주에서 좌초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허가 취소가 예상되는 ‘녹지국제병원’이 포함된 헬스케어타운도 공사가 멈춘지 2년째다. 1조 5674억원이 투자되는데 중국 녹지그룹이 서귀포시 토평동과 동홍동 일원 153만9013㎡에 병원과 리조트 등을 짓는 사업이다. 2012년 10월 착공해 지난해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사태 이후 자금이 끊겨 공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공정률은 53%다.

또 다른 중국 자본 사업인 신화역사공원 역시 지난해 최대 주주인 중국 란딩(藍鼎)국제개발그룹 양즈후이(仰智慧) 회장이 체포된 후 매출이 급감, 경영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이런 여파로 최근 부지 내 주요 호텔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해외자본 사업의 말썽이 잇따르자 검증 관련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시작된 중국자본에 의한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은 아직 인허가 절차 중이다. 제주도 차원의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자본검증위원회는 사업자인 JCC㈜에 6월 말까지 사업비 5조2180억원 가운데 분양수입 1조8447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3조3730억원)의 10%인 3373억원을 선입금할 것을 요청했다.

위원회는 JCC㈜의 모기업인 중국 화룽그룹에 대한 검증이 어려워 이런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인허가 절차가 언제 마무리될지 모른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의식한 투자 규제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고태호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제주는 해외 투자자와의 신뢰 위기로 신규 투자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며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투자사업의 일관성 있는 유지·관리를 위한 제도적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운명 갈린 녹지그룹 투자 사업 “허가 취소 위기 병원과 무관하게 드림타워는 계속”

드림타워

드림타워

해외자본 개발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제주에서 꿋꿋이 추진 중인 사업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제주 최고층 ‘드림타워(사진)’다.

175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온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사업은 최근 사업비를 조달하며 공정을 이어가고 있다.

드림타워 완공 후 운영을 맡을 롯데관광개발 측에 따르면 그린랜드센터제주가 지난해 말 중국 녹지그룹 본사로부터 1310억원을 조달받아 시공사 중국건축에 지급했다. 또 이달 말까지 본사로부터 440억원을 추가 조달받아 외상 공사비 1750억원을 전액 청산할 계획이다.

사업자인 롯데관광개발도 개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주 최고인 38층, 169m의 쌍둥이 건물에는 그랜드 하얏트(GRAND HYATT)의 호텔 브랜드가 들어온다. 현재 31층까지 골조공사가 완료됐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녹지그룹은 공사를 위한 파트너일 뿐 운영과는 무관해 녹지병원 허가 취소 문제가 드림타워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신화련 금수산장 관광단지 조성사업도 최근 최종 사업 승인을 받아 추진 3년 만에 개발이 본격화된다. 신화련금수산장개발㈜이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86만6539㎡ 부지에 7431억원을 투입, 숙박 시설(664실)과 6홀 골프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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