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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송선미, 故 장자연 사건과 연관?" 의혹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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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리스트. [중앙포토]

장자연 리스트. [중앙포토]

배우 이미숙과 송선미가 고(故) 장자연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18일 장자연이 사망하기 일주일 전쯤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며 장자연과 이미숙·송선미의 관계를 조명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사망 전 장자연, 소송 위해 문건 작성했나

디스패치가 공개한 CCTV 캡처본에 따르면 장자연은 2009년 2월 28일 오후 5시 34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서울 송파구 건물로 들어갔다. 오후 9시 46분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을 나갔다. 배웅을 하는 장자연의 전 소속사 매니저 유장호의 모습도 담겼다. 유장호는 오후 11시 57분 서류봉투와 다이어리를 들고 퇴근했다.

유장호는 3월 1일 장자연이 작성한 문건을 들고 일산 MBC 드라마 센터에서 이미숙을 만난 뒤 서울 신사동에서 장자연과 만났다. 유장호는 문건을 이미숙에게 보여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장호는 경찰 조서에 "이미숙에 '김성훈(본명 김종승·전 장자연 소속사 대표)이 아직도 신인 배우들에게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며 "이미숙은 '정세호 감독과 상의해보라'고 답했다"고 진술했다.

3월 2일에도 장자연은 유장호의 사무실을 찾았다. 당시 장자연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웃던 모습도 포착됐다. 생전 장자연이 가장 믿는 언니라고 알려진 이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장자연이) 유장호가 할 이야기가 있다며 사무실로 오라 했다"며 "김종승(김성훈)에 대한 형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내가 당한 것들을 적어 주면 신원 보장도 해주고 계약도 풀릴 거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장자연은 '고래싸움에 휘말린 새우'"

배우 이미숙. [imbc 제공]

배우 이미숙. [imbc 제공]

디스패치는 장자연을 김종승과 유장호, 이미숙, 송선미가 얽힌 계약 문제에 우연히 끼어든 '고래싸움에 휘말린 새우'로 표현했다. 당시 김종승은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이미숙과 송선미, 장자연과 전속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곳 매니저로 일하던 유장호가 2008년 8월 '호야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면서 2009년 1월 이미숙과 송선미를 데리고 갔다. 이미숙은 계약이 아직 1년 가량 남아있어 계약위반에 휘말렸다.

이미숙은 정세호 감독에게 "김종승이 저를 상대로 전속계약 위반 문제가 있는데 감독님이 김종승과 친분이 있으니 혼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스패치는 정세호 감독이 제출한 사실확인서에는 이미숙과 나눴던 대화 내용이 적혀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엔 "유장호가 A4용지 갖고 갈테니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달라", "장자연이 나를 찾아와 울면서 부탁했다. 유장호가 A4용지를 작성해 왔다. 감독님과 장자연이 태국에서 골프 쳤다는 내용도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미숙은 경찰 조사에서 장자연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과거에는 몰랐고 이번 사건을 통해 이름만 들었다"면서 장자연과 유장호가 함께 문건을 작성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이 문건을 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정세호 감독의 진술에서 'A4용지'가 언급됐다는 질문에 "정세호 감독이 잘못 들었나보다"라고 말했다.

'장자연 리스트', 유서 아닌 투쟁 위한 문건?

'장자연 리스트'의 목격자인 동료 배우 윤지오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내 한 일간지 기자의 '고 장자연 성추행 혐의' 관련 강제추행 등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장자연 리스트'의 목격자인 동료 배우 윤지오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내 한 일간지 기자의 '고 장자연 성추행 혐의' 관련 강제추행 등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장자연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라고 불리는 글을 남겼다. 이 문건에서 장자연은 "사장님이 이미숙이 드라마 '자명고'에 출연하게 됐으니 저도 '자명고'에 출연시켜 주겠다며 밤에 감독님을 보내 술접대를 강요했다", "(접대를 받을 분이) 송선미 씨보다 저를 더 이뻐하기 때문에 저를 대신 부를거라며 룸싸롱에서 저를 술접대를 시켰다", "사장님의 강요로 얼마나 술접대를 했는지 셀 수가 없다", "룸싸롱 접대에 저를 불러서 잠자리 요구를 하게 만들었다" 등 자신의 피해 사례뿐 아니라 이미숙과 송선미의 이름도 언급했다. 이 문건을 '장자연의 유서'라고 제일 처음 말한 인물은 유장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는 작성 일자와 지장, 주민등록번호, 자필 사인, 간인(이음도장·서류의 종잇장 사이에 걸쳐서 도장을 찍는 것) 등이 담겼다. 이를 본 범죄심리학 전문가는 "유서로 보기 어렵다"면서 "마치 수사기록 혹은 참고인 진술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주요 참고인으로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던 배우 윤지오 역시 최근 인터뷰를 통해 장자연이 남긴 문건을 '유서'가 아닌 '투쟁하기 위한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윤지오는 "유서는 편지 형태의 감정을 서술하는 것"이라며 "(장자연이 남긴 문건에는) 목차처럼 이름이 기재됐고 본인이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 기술돼 있으며 주민등록번호, 사인, 지장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 공개하려고 쓴게 아니라 법적 대응을 하려고 쓴 것 같다"며 "김종승 대표를 공격할 수단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명확한 사실만 기재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매니저 유장호로부터) 문건을 돌려받고 싶어했는데 돌려받지 못했다"며 "함께 투쟁하기로 했던 그분들의 피해를 우려해 유서라고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송선미 "장자연과 친분 없어…진실은 규명돼야"

배우 송선미. [연합뉴스]

배우 송선미. [연합뉴스]

송선미는 이날 이데일리에 장자연 사건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입장을 전했다.

송선미는 "고인이 되신 장자연님이 당시 저와 같은 회사에 있는지 조차 몰랐고 매니저 유씨(유장호)로부터 '김종승 대표 밑에 있는 신인'이라는 얼핏 전해 들은 것이 전부"라며 "저 역시 고인이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면 꼭 진실이 규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고인과 친분이 조금도 없었고 당시 사건의 내막이나 등에 대해 모름에도 제가 거론되는 것은 굉장히 부담된다. 아는 것이 있다면 제가 왜 함구하고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송선미는 이어 김종승 대표와 함께 일하면서 접대나 강요에 의한 술자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저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고 '불미스런 자리'에 대한 경계심이 많아 걱정이 되는 자리에는 스타일리스트 언니와 늘 함께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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