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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합의안, 집안 싸움으로 번지나...지역구 축소에 불만 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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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합의한 선거제도 개편안을 놓고 각 당에서 ‘집안싸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게 될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갈등이 표출됐고 민주당 일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지난 17일 정의당 소속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과 3당 정개특위 간사는 선거제 개편안 초안에 합의했다. 주요 골자는 ▶지역구 253석에서 225석으로 축소 ▶비례대표 47석에서 75석으로 확대 ▶지역주의 완화 위한 석패율제 도입 ▶선거연령 만 18세로 하향 등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의원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비례대표 방식은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했다. 6개 권역은 서울, 인천ㆍ경기, 대전ㆍ충남ㆍ충북ㆍ세종ㆍ강원, 광주ㆍ전북ㆍ전남ㆍ제주, 대구ㆍ경북, 부산ㆍ울산ㆍ경남으로 재정비했다. 75석의 권역별 비례대표 의원은 정당 득표율과 50%의 연동률에 따라 당선자를 우선 분배하고 남는 의석을 다시 정당 득표율로 나눠 갖는 방식으로 뽑는다. 4당은 각기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개편안을 추인받은 뒤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논의에서 배제된 한국당은 18일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했다. 황교안 대표는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은 대한민국을 무너뜨릴 독재정권 3법”이라며 “민주당이 정파적 이익에 급급한 소수 야당과 야합해 다음 총선에서 좌파 연합 의회를 만들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최대의 권력거래, 권력 야합이다. 정의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앞줄 왼쪽 두 번째)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 당협위원장들이 18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좌파독재 저지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앞줄 왼쪽 두 번째)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 당협위원장들이 18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좌파독재 저지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합의에 참여한 정당에서도 사라지는 지역구(28석)와 패스트트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바른미래당은 오신환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의 룰이기 때문에 과연 한쪽 진영을 배제하고 패스트트랙으로 다수가 밀어붙이는 게 맞느냐 하는 반대 의견들이 있다. (그럼에도 강행할 경우) 탈당을 하겠다고 밝힌 의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은 호남 지역구 의석이 대폭 줄어든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만이 커졌다. (중앙일보 3월 14일 자 참조) 전북 정읍ㆍ고창이 지역구인 유성엽 최고위원은 “전북은 최대 3석, 최소 2석이 줄어들 것”이라며 “정치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전북 익산의 조배숙 의원도 “호남 지역구가 줄어드는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왼쪽 두 번째)과 각 당 정개특위 간사인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김성식 바른미래당,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잠정합의한 선거제 개편안과 관련, 최종 논의를 위해 한자리에 앉았다. 오종택 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왼쪽 두 번째)과 각 당 정개특위 간사인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김성식 바른미래당,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잠정합의한 선거제 개편안과 관련, 최종 논의를 위해 한자리에 앉았다. 오종택 기자

민주당의 속사정도 복잡하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주부터 의원들을 만나 선거제 개편안을 설명하며 반대 여론을 다독이고 있다. 지난 15일 간담회에서는 “민주당 안에서도 정리가 안 된 것 아니냐” “패스트트랙에 올린 선거법이 부결되면 어떻게 할 거냐” 등의 부정적인 질문이 적지 않았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홍 원내대표는 “개인적으로 불만이 있더라도 양해해 달라”는 취지로 설득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서울의 경우 최대 7석, 최소 3~4석이 없어진다는데 이해당사자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아직은 한국당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개편안이 이대로 관철되는 분위기가 굳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ㆍ성지원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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