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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갚아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부모 살해? …중국동포 낀 엽기적 범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담 중국동포 3명, 당일 중국으로 출국

불법 주식거래·투자유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씨의 부모가 살해된 채 발견됐다. 이씨 부모와 채무 관계에 있던 30대가 중국동포들을 고용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남성을 17일 긴급체포하고 달아난 용의자 3명을 쫓고 있지만, 이들은 이미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살인 등 혐의로 김모(34)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25~26일 공범인 중국 동포 3명과 함께 안양시 동안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이씨의 아버지(62)와 어머니 황모(58)씨를 살해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씨. 지난해 불법 주식거래 등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200억, 추징금 130억원이 선고됐다. [연합뉴스]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씨. 지난해 불법 주식거래 등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200억, 추징금 130억원이 선고됐다. [연합뉴스]

경찰 조사 결과 김씨와 공범 3명은 지난달 25일 오후 3시51분쯤 이씨 부부가 사는 아파트에 들어갔다. 이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는 15분 뒤 귀가하는 이씨 부부가 찍혔다. 김씨는 범행 후 어머니 황씨의 시신은 집 안 장롱에, 아버지 이씨의 시신은 냉장고에 각각 유기했다.
공범인 중국동포 3명은 이날 오후 6시 10분쯤 밖으로 나갔지만 김씨는 하루 더 현장에 머물렀다. 그는 공범들이 집 밖으로 나가자 다른 사람 2명을 불러 현장을 수습하기도 했다.

김씨는 다음날인 26일 오전 10시쯤 이삿짐센터를 불러 아버지 이씨의 시신이 든 냉장고를 베란다를 통해 밖으로 빼내 평택시에 있는 한 창고로 옮겼다. 이 창고는 김씨 명의로 빌린 것이라고 한다.

부부의 집에선 이씨의 동생(31)이 "차를 판 돈"이라며 부모에게 맡긴 현금 5억원도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삿짐센터 이용해 시신 옮겨  

이씨 부부의 사망 사실은 20일 뒤인 이달 16일 오후 확인됐다. 이씨의 동생이 "부모님과 며칠째 연락이 닿질 않는다"고 실종신고를 한 것이다.
부부는 지은 지 30년이 넘은 이 아파트에서 단둘이 살아왔다. 장남인 이희진씨는 현재 복역 중이고 형과 함께 불법 주식거래 등을 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지난해 말 구속기한 만료로 출소한 이씨의 동생도 부모와 자주 왕래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숨진 이씨 부부는 이웃들과 폭넓게 교류하지도 않고 조용히 생활했다. 이들이 살던 아파트 단지 안팎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씨 부부를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불법 주식거래와 투자유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른바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씨의 부모가 살았던 안양시의 한 아파트의 모습. [뉴스1]

불법 주식거래와 투자유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른바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씨의 부모가 살았던 안양시의 한 아파트의 모습. [뉴스1]

아들의 신고로 부부의 집으로 출동한 경찰은 장롱에 들어 있던 어머니 황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집은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였다.

경찰은 CCTV 확인 등을 통해 범행 시간 이 집을 드나드는 김씨 등을 용의자로 특정, 지난 17일 붙잡았다. 김씨의 차 안에선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 등도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에 따라 평택의 창고에서 아버지 이씨의 시신이 유기된 냉장고를 발견했다. 냉장고는 문을 열지 못하도록 테이프 등으로 감아놓은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이들 부부는 무언가로 목이 졸린, 경부 압박 질식사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아버지 이씨의 머리에선 큰 상처도 발견됐다. 국과수는 이들 부부에 대한 약독물 검사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부부 집에서 현금 5억원 가지고 달아나"

김씨는 "숨진 이씨의 아버지가 지난해 초 '투자 용도로 쓰겠다'며 2000만원을 빌려 갔는데 갚지 않아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범행 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경호 목적으로 공범인 중국동포 3명을 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이씨 부부 집에 있는 현금을 노리고 범행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씨가 별다른 직업이 없는 데다 이씨 부부의 집에서 현금 5억원을 가지고 달아났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수감된 이희진과 연관이 있는지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와 함께 범행한 중국동포 3명을 쫓는 한편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공범인 중국동포들은 범행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후 11시51분쯤 중국 칭다오(靑島)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 후 국내 송환 요청 등 국제사법공조수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김씨가 이씨 부부가 실제로 돈거래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김씨 등의 휴대전화와 계좌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도 이날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를 상대로 시신을 왜 평택으로 옮겼는지 등 전반적인 범행 내용을 조사하고 있는 중"이라며 "오늘 중 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희진씨는 증권전문방송 등에서 주식 전문가로 활약하며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강남 청담동 고급 주택이나 고가 수입차 사진을 올리는 등 재력을 과시하면서 '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렸다.
이씨는 불법 주식거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 벌금 200억원, 추징금 130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씨의 동생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00억원이 선고됐다. 이씨의 동생은 구속기한 만료로 지난해 말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양=최모란·김민욱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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