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닭’ 최선희-볼턴 전면에…미 시사지 "투견이 풀렸다"

중앙일보

입력 2019.03.18 05:00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 미국의 '독한 입'들이 전면에 나서며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미국 시사월간지 디 애틀랜틱은 16일(현지시간) 북ㆍ미의 "투견(鬪犬·attack dogs)이 풀렸다”고 보도하며 대표적인 북한의 강경파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등장을 조명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설전을 주고 받았고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 차례 회담 취소를 선언한 뒤 번복하기도 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현장에서 도맡아 진행해 왔던 최 부상은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협상 때 김혁철 국무위 특별대표에게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회담이 결렬된 직후 하노이에 이어 지난 15일 평양에서 다시 목소리를 냈다. 특히 평양 기자회견에선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미국을 압박하는 북한의 공식적인 입 역할을 했다. 애틀랜틱 "메시지도 심각하지만 이를 전한 메신저도 만만치 않다"며 최 부상을 주목했다. 최 부상은 1990년대부터 공식·비공식적으로 대미 외교를 담당하며 산전수전을 겪은 인물이다. 통역으로 시작해 회담 대표로 자리매김했고, 때론 '분노의 언어'를 구사하며 악역 역할도 맡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뉴스1]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뉴스1]

 이번에도 볼턴 보좌관이 등장한 뒤 최 부상이 나선 점은 북미 양측의 부정적인 기류를 반영한다는 평가가 많다. 트럼프 행정부내의 '수퍼 매파'로 불리는 볼턴 보좌관은 올해 들어 북한과 관련해 입에 올리지 않고 침묵으로 지내 왔다. 그런데 그는 하노이에서 귀국한 직후부터 미국 내 주요 방송사를 돌며 "북한이 핵·생화학 무기를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대북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부상도 뒤질세라 평양 기자회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 장관과 함께 볼턴 보좌관을 지목하고, "강도 같은 요구"를 했다고 비난했다. 과거 '악연'의 되풀이를 통해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잠잠했던 볼턴, 최선희 하노이 2차 정상회담 결렬후 다시 등장
'독한 입'들의 등장으로 북미 관계 부정적 기류 보여줘
한국 정부 전방위로 뛰는 모양새, 그러나 북미 모두에게서 거리

(왼쪽부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왼쪽부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북·미가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한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과 미국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 "한·미 공조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안보 라인을 전방위로 가동해 분위기 파악에 나선 것도 분위기 파악과 상황관리가 우선이라는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를 면담했고, 서훈 국정원장도 12일쯤 지나 헤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을 면담했다. 같은 시기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중국 방문에 이어 자신의 카운터 파트인 볼턴 보좌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그러나 미국이나 북한 모두 한국의 역할에 거리를 두고 있는 분위기여서 양쪽 모두를 설득해 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특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은 대북 제재 완화에 강경한 입장이었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제대로 읽지 못했거나 제대로 북한 측에 전달하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대북제재 해제 등 미국 설득에 주력하면서 '북한 관리'에 소홀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복수의 소식통은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전부터 남조선은 미국 편이지 중재자가 아니라는 시각이 북한 내에 존재했던 안다"며 "회담 결과가 좋지 않자 한국의 역할을 꼬집고 들려는 (북한 내부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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