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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간암 종양 태워 없애고, 통증 덜어주는 초음파 시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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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3月21日 암 예방의 날 암 환자 170만 명 시대다. 매년 22만여 명의 암 환자가 새로 생긴다. 다행인 것은 장기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표적·면역 항암제, 최소침습 수술 등 의학 발전 덕분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예방 수칙만 잘 지켜도 암 발생의 40%는 막을 수 있다. 오는 21일 ‘암 예방의 날’을 맞아 암의 원인·예방법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조명한다.

주목받는 하이푸(HIFU)

서울하이케어의원 김태희 원장은 초음파의 열에너지를 이용해 종양을 태우는 하이푸로 전이되거나 수술이 어려운 간암 환자를 치료한다. 프리랜서 인성욱

서울하이케어의원 김태희 원장은 초음파의 열에너지를 이용해 종양을 태우는 하이푸로 전이되거나 수술이 어려운 간암 환자를 치료한다. 프리랜서 인성욱

암 치료는 진일보하는 의료 기술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치료 분야다. 초음파의 열에너지를 이용해 항암 효과를 끌어올리고 통증을 완화하는 하이푸(HIFU·고강도초음파집속술)도 그중 하나다. 70~100도의 열을 집약해 암세포에 쏘아 사멸시킨다. 하이푸를 이용한 간암 치료는 효과를 인정받아 2008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에 등재됐다. 그간 다양한 임상 결과가 쌓이면서 최근에는 췌장암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나온다. 서울하이케어의원 김태희 원장에게 암 치료에서 하이푸의 치료 효과를 들었다.

하이푸 치료가 효과적인 환자는 간암 환자 중 간동맥색전술을 받고 있는 환자다. 간암은 진단 환자의 20%만 수술이 가능하다. 상당수 환자는 수술할 수 없을 정도로 질환이 진행됐다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간암 치료에서는 수술 외에도 다양한 시술법이 발달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간동맥색전술이다. 색전술은 암 덩어리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항암제와 색전 물질(해당 혈관을 막아주는 물질)을 섞어 투여해 동맥으로 가는 혈액을 차단함으로써 암 크기를 줄인다. 김태희 원장은 “색전술이 혈관을 막아 암을 굶겨 죽이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충분히 죽지 않은 암세포를 하이푸로 태워 소멸시킨다”며 “색전술과 하이푸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두 가지를 병행했을 때 암 치료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색전술·하이푸 병행 요법 결과 긍정적 

하이푸 치료는 종양을 태워 없애는 국소 소작술의 한 방법이다. 간에는 굵은 혈관이 많아서 종양에 직접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고주파처럼 기구를 찔러 넣는 건 위험하거나 불가능할 때가 많다. 김 원장은 “초음파는 종양 위치에 좌표를 만들어 그 부분에만 작용해 간암에서 치료 효과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이푸를 이용한 암 치료 연구에서 최근 주목받는 또 다른 분야는 췌장암이다. 김태희 원장은 “상당수 췌장암 환자도 간암 환자처럼 수술이 힘든 경우가 많은데 췌장암은 종양이 암세포로만 꽉 차 있는 게 아니라 딱딱한 섬유질로 둘러싸여 항암제가 잘 투과되지 않는다”며 “이런 췌장암 조직이 하이푸의 열에 잘 반응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하이푸는 췌장의 암 덩어리에 열을 쏘아 균열을 만든다. 그러면 균열 틈으로 항암제가 보다 잘 스며들어 항암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항암제 내성 생기기 전 하이푸 효과적 

췌장암이 하이푸 치료에 잘 반응하다 보니 췌장암 환자의 통증 완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췌장은 몸속 깊은 곳의 후복막이란 곳에 있는데 종양이 커지면 후복막 신경을 눌러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김 원장은 “췌장은 혈관이 장기를 크게 휘감고 있어서 종양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며 “간암과 달리 색전술처럼 효과가 뚜렷한 국소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어서 하이푸의 효과가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독일 본의대 하이푸센터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췌장암이 전이된 3~4기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하이푸 치료를 적용한 결과, 암은 26mL에서 10.6mL로 58% 줄었다. 환자의 주관적인 통증 점수도 치료 전 3.5점(10점 만점)에서 1.5점으로 낮아졌다. 점수가 높을수록 환자가 느끼는 통증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원장은 “췌장암은 워낙 치료 결과가 좋지 않아서 항암제 등에 내성이 생기기 전 처음 치료에 들어갈 때 하이푸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이푸를 모든 암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위·대장·폐처럼 공기가 차 있는 장기는 초음파가 투과하지 못해 효과가 없다. 또 머리·척추처럼 열에 약한 중추신경이 지나가는 곳에는 사용할 수 없다. 김 원장은 “별 다른 치료법이 없고 합병증이 심한 말기 암 환자에게는 권하지 않는다”며 “다만 말기 암 환자 중 통증 완화가 절실한 경우에 한해 하이푸의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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