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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단골 식당, 은행 등 화염에…대토론 끝나자 과격해진 佛 '노란 조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랑스 파리에서 노란 조끼 시위대가 불을 지른 건물 앞에 경찰들이 서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서 노란 조끼 시위대가 불을 지른 건물 앞에 경찰들이 서 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국가 대토론이 끝나자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가 다시 폭력으로 얼룩졌다. 정치인과 영화배우 등이 자주 찾던 고급 식당과 핸드백 가게, 은행 등 파리 샹젤리제 거리 상가가 화염에 휩싸였다. “마크롱, 너를 집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구호를 외친 시위대는 “우리는 이제 대토론의 결과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위대 늘고 파리 샹젤리제거리서 폭력 재연 #복면 시위대 명품 매장 약탈, 가판대에 방화 #스키 여행 중단한 마크롱 "폭력에 강력 대응" #"대토론 끝나자 시위대 새 전기 만들려는 듯"

정치인과 유명 배우 등이 즐겨 찾던 샹젤리제 거리의 고급 식당이 불에 타 있다. [AP=연합뉴스]

정치인과 유명 배우 등이 즐겨 찾던 샹젤리제 거리의 고급 식당이 불에 타 있다. [AP=연합뉴스]

 18주째 노란 조끼 시위가 열린 지난 16일(현지시간) 파리 최대 번화가인 샹젤리제 거리에 복면한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부유층과 명사들이 드나들기로 유명한 고급 식당 ‘르 푸케'는 이들의 방화로 일부가 불탔다. 고급 의류 브랜드 휴고 보스, 핸드백 롱샴 매장 등을 약탈하고 불을 질렀다. 아파트 건물 1층의 은행 지점에도 불을 질러 9살 아이를 포함한 아파트 주민들이 대피했다. 주차된 차량과 신문 가판대 등도 시위대의 방화로 불길에 휩싸였다.

일부 노란 조끼 시위 참가자들이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라코스테 매장 등의 유리를 파손했다. [AP=연합뉴스]

일부 노란 조끼 시위 참가자들이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라코스테 매장 등의 유리를 파손했다. [AP=연합뉴스]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쌓고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자 개선문을 방어하던 경찰이 고무탄과 최루탄, 물대포 등을 쏘며 해산에 나섰다. 시위대 120명 이상이 체포됐다. 파리에서만 1만 명가량이 시위에 참여했고, 전국적으로 3만2300명이 노란 조끼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프랑스 내무부는 집계했다. 지난주 전국에서 2만8000명이 모인 것보다 늘어난 것이다.

 이날 노란 조끼 시위는 초기 폭력 양상으로 돌아가는 경향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이 위기 타개책으로 전국에서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며 제안한 국가 대토론이 15일 끝난 것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화염에 휩싸인 파리 샹젤리제 거리 [AP=연합뉴스]

화염에 휩싸인 파리 샹젤리제 거리 [AP=연합뉴스]

 정부가 방대한 의견을 분석하는 작업을 하는 가운데 시위대가 새로운 전기를 만들려고 강경 노선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노란 조끼 집회에서는 정부의 대토론이 ‘국정 실패를 가리기 위한 술수'라는 비난이 나왔다.

 파리 중심가에서 폭력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남서부 지방의 스키리조트에서 주말을 보내던 마크롱 대통령은 스키 여행을 중단하고 파리로 돌아왔다. 내무부에서 개최한 비상 회의에서 그는 “오늘 시위대 중에는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는 파괴 행위를 저질러 공화국을 망가뜨리려는 이들이 있다"며 “추가 폭력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샹젤리제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공범자"라고도 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시위대가 아니라 약탈자와 방화범, 범죄자의 행동”이라며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란 조끼 글씨가 써진 깃발을 들고 있는 시위대. 이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AP=연합뉴스]

노란 조끼 글씨가 써진 깃발을 들고 있는 시위대. 이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AP=연합뉴스]

 마크롱 정부가 대토론 결과를 반영한 추가 수습책을 내놓고 일반 국민이 그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위는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 시위에 참여한 장 프랑스와 베르나르는 “그동안 우리가 너무 얌전하게 시위를 해와 다시 폭력적으로 변한 것"이라며 “폭력에 반대하지만 부패한 사람들이 감히 우리를 가르치려 든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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