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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별장' 복원 웬 말"···반대시위 벌이는 보수단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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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 좋은 경기 북부 대표 관광지인 산정호수에 ‘김일성 별장’ 복원 추진이 웬 말입니까.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17일 정오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호수 김일성 별장터에서는 김일성 별장 복원 추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속칭 ‘김일성 별장터’는 명성산(해발 923m)을 바라보는 위치인 호수 변에서도 풍광 좋기로 유명한 전망대가 위치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현재 호수 둘레길을 낀 전망대와 공터로 변해 있고, 전망대 난간에는 포천시가 설치한 ‘김일성의 별장’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이곳에서는 이날 보수단체 활빈단 회원 5명이 플래카드를 들고 모여 김일성 별장 복원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손에 든 플래카드에는 ‘민족의 원흉 김일성 별장, 혈세 54억원 들여 산정호수에 복원? 호국영령 통곡한다!’고 적혀 있다. 홍정식 활빈단 대표는 “지자체가 앞장서 복원 계획을 세웠다는 것은 나라를 지키다 숨져간 수많은 호국영령께서 통곡할 일”이라며 “이 사업이 추진되면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포천시는 이런 계획을 완전히 철회하고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천시가 지난해 말 복원 계획을 검토한 뒤 중단한 산정호수 ‘김일성 별장터’. 전익진 기자

포천시가 지난해 말 복원 계획을 검토한 뒤 중단한 산정호수 ‘김일성 별장터’. 전익진 기자

포천시가 지난해 말 복원 계획을 검토한 뒤 중단한 산정호수 ‘김일성 별장터’. 전익진 기자

포천시가 지난해 말 복원 계획을 검토한 뒤 중단한 산정호수 ‘김일성 별장터’. 전익진 기자

포천시는 애초 지난해 11월 2022년 준공을 목표로 김일성 별장 복원 사업을 검토했다. 남북 평화 협력 시대를 여는 데 앞장서고 지역 관광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업비는 우선 54억원을 책정했다. 이 돈으로 부지 매입과 함께 별장 1채(330㎡)를 복원하고, 관련 유물 등도 구입하거나 제작해 전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는 지난해 11월 ‘고증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업 추진을 중단했다. 하지만 추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호수와 맞닿은 김일성 별장터는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산정호수 전망대 부지 1700㎡다.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며 별장은 사라졌다.

‘김일성의 별장’ 표지판에는 ‘동족상잔 이전에는 38선 북쪽에 속해 있어 북한의 소유지였다. 산정호수와 명성산의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산정호수의 모양이 우리나라 지도를 뒤집어 놓은 모양이라 작전구상을 위해 별장을 지어놓고 김일성이 주로 머물렀다고 한다’고 적혀 있다. 포천시는 지역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2016년 이곳에 별장터 표지판을 세웠다.

포천시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이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김일성 별장 복원을 원해 검토했지만 복원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포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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