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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의 나공②] 조달시장 마이너리그 ‘벤처나라’를 아십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4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나라장터 엑스포’에서 벤처나라 입주 기업이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조달청]

지난해 4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나라장터 엑스포’에서 벤처나라 입주 기업이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조달청]

‘공공조달 시장의 네이버’로 불리는 인터넷 홈페이지가 있다. ‘나라장터(www.g2b.go.kr)’다.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에 물건을 납품하거나 용역ㆍ공사를 따내려는 사업자라면 누구나 여기를 거쳐야 한다. 2002년 개통했는데 하루 20만명이 방문해 20만 건의 서류가 오간다. 공공 조달시장은 믿을만한 정부ㆍ공공기관이 거래처인 데다 치열한 민수 시장보다 경쟁이 비교적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래 규모가 120조원에 달해 중소기업에겐 ‘꿈의 시장’이라고도 불린다.

문제는 여기 등록하기 위한 ‘문턱’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기술 개발에 매달려 신제품을 개발했더라도 인증을 받지 못했거나 납품 실적이 부족하면 입찰 자격을 얻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다수공급자’ 계약 조항이 있어 시장에 해당 물건(서비스)과 비슷한 품질ㆍ성능ㆍ효율을 제공하는 3개 이상 업체가 있어야 한다. 또 각 업체가 3000만원 이상 거래 실적이 있어야 한다. 안태석 조달청 혁신조달과장은 “공공 조달시장의 공공성ㆍ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자격 요건이 벤처ㆍ스타트업에겐 높은 진입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달청이 중소벤처 기업의 공공조달 시장 진출을 돕기위해 구축한 '벤처나라' 사이트 첫 화면. [홈페이지 캡처]

조달청이 중소벤처 기업의 공공조달 시장 진출을 돕기위해 구축한 '벤처나라' 사이트 첫 화면. [홈페이지 캡처]

중소벤처 기업의 진입 문턱을 낮춰주기 위해 조달청이 2016년 10월 개통한 서비스가 ‘벤처나라(venture.g2b.go.kr)’다. 나라장터가 조달 시장의 ‘메이저리그’라면 벤처나라는 ‘마이너리그’ 격이다.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했지만 덩치가 작아 나라장터에 들어가기 어려웠던 벤처ㆍ스타트업을 위해 조달청 기술 인증만 받으면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조달청이 보증하는 ‘KS 마크’를 붙인 셈인 만큼 여기서 구매를 하는 공공기관도 많다.

‘꿈의 시장’ 문턱 낮춰 진입한 폭염 차단막, 점자 스마트 워치…

안 과장은 “2016년 150여개 업체가 등록했는데 이달 초까지 670여곳으로 늘었다. 거래 규모도 2017년 52억원에서 지난해 128억원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싹을 틔워 나라장터로 진출한 업체도 24곳이다. 벤처나라에서 뛰는 기업인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해 폭염 때 서울시내 곳곳에 등장한 차단막 아래에서 시민들이 무더위를 피하고 있다. [메탈크래프트]

지난해 폭염 때 서울시내 곳곳에 등장한 차단막 아래에서 시민들이 무더위를 피하고 있다. [메탈크래프트]

“많이 보셔서 익숙할 겁니다. 길에서 폭염을 피할 수 있는 파라솔 모양 대형 가림막을 만듭니다. 360도 회전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 쉽게 접어 보관할 수 있도록 한 특허를 가졌는데 거래 실적이 부족해 나라장터에 못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지난해 4월 벤처나라에 들어간 덕분에 역대급 폭염 때 공공기관 납품 실적이 ‘대박’을 냈습니다.”(메탈크래프트 하성용 부장)

시각 장애인을 위해 만든 점자 스마트워치. [닷]

시각 장애인을 위해 만든 점자 스마트워치. [닷]

“갤럭시워치ㆍ애플워치 같은 스마트 워치는 아시죠? 저희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스마트 워치’를 만듭니다. 혁신 기술이지만 생소한 데다 시장이 좁아 해외 시장 진출에 초점을 맞췄는데 만만치 않더라고요. 벤처나라에 등록한 뒤 ‘해외 조달시장 진출 유망 기업’으로 꼽혔습니다. 국가 인증을 받은 덕분에 해외 시장 뚫기가 수월하더라고요. 덕분에 지난해 해외 매출 실적만 23만 달러(약 2억6000만원)를 찍었습니다.”(닷 최아름 해외마케팅 팀장)

“조명 장치를 만듭니다. 조달 시장이 보수적이잖아요. 대표가 여성인 데다 납품 실적도 없어 보수적인 공공조달 시장을 뚫기가 어려웠죠. 그런데 벤처나라에선 여성기업이 수의계약을 5000만원까지 할 수 있더라고요. 덕분에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 나라장터 진입 요건까지 충족시켜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뜁니다.”(큐엘 김수영 대표)

'벤처나라' 세일즈맨 뛰는 조달청 혁신조달과

조달청이 벤처나라란 멍석만 깔아준 건 아니다. 혁신조달과 직원들은 물론 정무경 조달청장이 직접 전국 지자체를 돌며 ‘세일즈맨’으로 뛴다. 특히 정 청장이 직접 지역에서 발굴한 우수 벤처기업 제품을 들고 지자체장을 만나 “지역 기업이 이렇게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벤처나라를 통해 많이 구매해 달라”고 제안해 중기벤처 기업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기환의 나공

[나공]은 “나는 공무원이다”의 준말입니다. 세종시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세금 아깝지 않게 뛰는 공무원 이야기를 전합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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