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역사학자' 꿈 꿨던 文···공군2호기로 앙코르와트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세안 3개국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캄보디아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를 둘러보고 귀국길에 오른다.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전 (현지시간) 프놈펜 왕궁에서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과 환담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전 (현지시간) 프놈펜 왕궁에서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과 환담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전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과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직후지만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이 캄보디아 정부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인만큼 당초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청와대는 올해 첫 해외 순방으로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3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은 올해 말 한ㆍ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리는 만큼 아세안 국가와 우호협력을 다지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앙코르와트 방문은 지난 11일 첫 순방지인 브루나이 방문 도중 결정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캄보디아 정부 측의 요청이었다면서 “첫 번째로는 캄보디아인의 자존심이자 위대한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를 문 대통령이 방문해 한국민들을 비롯한 전세계에 널리 소개하는 의미가 있고, 두 번째로는 앙코르와트 유적 복원 사업에 한국 정부가 기여해온 점에 감사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고고학 유적지인 앙코르와트에는 한국을 비롯 17개 나라가 복원에 참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앙코르와트 방문에는 2대의 비행기가 동원됐다. 앙코르와트가 위치한 인근 씨엠립 공항이 작아 한국에서 온 공군2호기와 캄보디아 측에서 제공한 전세기까지 2대가 프놈펜 공항에서 이륙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문 대통령은 이번 캄보디아 국빈 방문길에 앙코르와트를 방문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앞줄 오른쪽)과 란가나탄 주한 인도대사가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허왕후 기념우표 공동발행 MOU'를 체결하고 있다. [중앙포토]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앞줄 오른쪽)과 란가나탄 주한 인도대사가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허왕후 기념우표 공동발행 MOU'를 체결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 대통령은 앞선 순방에서도 공식 발언 등을 통해 당사국 문화 유산과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인도를 국빈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양국은 고대 인도의 아유타국의 공주가 고대 한국의 가야왕국의 국왕과 혼인한 이래 2000여 년 동안 교류와 협력을 이어왔다”며 “인도로부터 한국으로 전해진 불교는 한국 전통문화의 뿌리가 되었고, 많은 문화유산을 남겨 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아유타국의 공주는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과 결혼한 허왕후다. 넉달 뒤에는 김정숙 여사가 모디 총리 공식 초청으로 인도를 방문해 허왕후 기념공원 착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올해 2월 모디 총리가 다시 한국을 국빈 방한해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는 양국이 허왕후 기념우표를 공동발행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여사가 2017년 11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 우즈배키스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내외와 중앙아시아관 사마르칸트 벽화를 관람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여사가 2017년 11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 우즈배키스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내외와 중앙아시아관 사마르칸트 벽화를 관람하고 있다. [중앙포토]

 해외 정상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1월 국빈방한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내외와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고구려 사신이 등장하는 사마르칸트의 아프로시압 벽화를 관람했다. 당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아프로시압 벽화가 발굴된 뒤 이 사신이 어느 나라 출신인지 여러 나라가 논쟁을 주고 받다가 결국 한국 학자들이 고구려라고 저희에게 설명해줘서 고구려 사신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문 대통령이) 사마르칸트에 오시면 아프로시압 벽화 실제 모습을 보실 수 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원래 역사를 전공하고 싶었다”며 “처음 변호사 할 때 ‘나중에 돈 버는 일에서 해방되면 아마추어 역사학자가 되리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이 해외 정상과의 대화에서 역사 관련 언급을 자주 하는 것은 본인이 역사에 관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한국과 해당 국가 간에 문화적 유대감을 돈독히 하려는 목적도 있다는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프놈펜=위문희 기자 moobnrigh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