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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제철소 지붕 날아갔다…국내도 토네이도 급 용오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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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4시 30분 쯤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공장 제품 출하장 슬레이트 지붕이 강한 바람에 휩쓸려 부두 쪽으로 날아가고 있다. [당진 시민 제공=연합뉴스]

15일 오후 4시 30분 쯤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공장 제품 출하장 슬레이트 지붕이 강한 바람에 휩쓸려 부두 쪽으로 날아가고 있다. [당진 시민 제공=연합뉴스]

지난 15일 오후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지붕이 강풍에 날아갔다.
이날 오후 4시 30분쯤 당진제철소 제품 출하장의 슬레이트 지붕이 강한 바람에 휩쓸려 부두 쪽으로 날아갔다.

강한 돌풍이 순식간에 불면서 슬레이트 지붕이 조각조각 종잇장처럼 위로 솟구치고 흩어지면서 날아갔다. 현대제철 측은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15일 오후 4시 30분께 15일 오후 4시 30분께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공장 제품 출하장 슬레이트 지붕이 강한 바람에 날아가면서, 지붕이 뚫려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4시 30분께 15일 오후 4시 30분께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공장 제품 출하장 슬레이트 지붕이 강한 바람에 날아가면서, 지붕이 뚫려 있다. [연합뉴스]

토네이도를 연상시킨 이 날 강풍에 대해 기상청은 용오름 현상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16일 설명했다.

용오름은 땅이나 바다 표면과 하늘에서 부는 바람의 방향이 서로 다를 때 발생하는 큰 회오리바람이다.
보통 바다에서 발생하면 회오리바람 자체는 보이지 않지만, 구름 모양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격렬한 회오리바람을 동반하는 기둥 모양 또는 깔때기 모양의 구름이 적란운 밑에서 지면 또는 해면까지 닿아있기 때문이다.

용오름은 태풍이 접근할 때나 한랭전선이 통과할 때, 뇌우가 몰아칠 때 등 대기층이 급격히 불안정해지는 상태에서 발생한다.

울릉도 앞바다의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용오름현상이 88년 11월 27일 일어났다. [중앙포토]

울릉도 앞바다의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용오름현상이 88년 11월 27일 일어났다. [중앙포토]

기상청 관계자는 "15일 중국 발해만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서해를 건너 한반도로 접근한 뒤 중부지방을 거쳐 통과하는 과정에서 상층의 차가운 공기 덩어리 탓에 대기 불안정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용오름이 바다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12시 30분 광주지역에 우박이 내리는 등 1차 전선이 한반도 전체를 통과하고 난 후, 늦은 오후에 다시 저기압이 동반한 2차 전선이 지나면서 강한 대기 불안정이 생겨 용오름이 발생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용오름이 당진체절소에 접근한 오후 4시 30분을 전후해 인근 자동기상관측망(AWS)에서는 초속 10m가 넘는 강풍이 관측됐다.
용오름에서는 이보다는 강한 바람이 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용오름이 발생한 시간에 주변 서해 섬 지역에서는 초속 20m가 넘는 바람이 관측됐다.
바람 세기를 분류하는 '보퍼트 풍력 계급(Beaufort wind scale)'에서 기왓장까지 벗겨내려면 초속 20m가 넘는 '큰 센 바람' 정도는 돼야 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자동기상관측망도 실제 용오름이 상륙한 지점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용오름 자체도 규모가 작고 상륙 후 급격히 세력이 약화해 정확한 풍속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985년 후 10여 차례 관측 

용오름이랑 격심한 회오리바람을 동반하는 기둥모양 또는 깔대기 모양의 구름이 적란운 밑에서 지면 또는 해면까지 닿아있으며 해면에서 올려진 물방울들이나 지면에서 올려진 먼지나 모래가 섞여있는 현상이다. [중앙포토]

용오름이랑 격심한 회오리바람을 동반하는 기둥모양 또는 깔대기 모양의 구름이 적란운 밑에서 지면 또는 해면까지 닿아있으며 해면에서 올려진 물방울들이나 지면에서 올려진 먼지나 모래가 섞여있는 현상이다. [중앙포토]

용오름은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용오름은 주로 바다에서 발생하고, 15일 당진제철소처럼 해변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1985년 이래 국내에서 용오름이 목격된 것은 이번까지 총 11번이다. 울릉도 주변 동해에서만 6번이 발생했다.

지난 2012년 10월 11일에도 오전 9시 50분부터10시 1분까지 11분간 울릉도 인근 바다에서 용오름이 관측됐다.

당시 용오름은 상층(1.5㎞ 내외, 7∼8도)에 찬 공기가 머무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따뜻한 수온(21∼22도)과 맞물려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발생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2014년 6월 10일에 용오름 현상이 발생 비닐하우스 등이 피해를 보았다.
또, 2017년 8월 11일에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같은 해 12월 5일에는 제주도 서귀포에서 발생했다.

한국에서도 토네이도가?

2014년 6월 '토네이도' 피해를 입은 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 구산동. 기상청은 이날 오후 7시쯤 고양시 장월나들목 인근 한강 둔치에서 토네이도 현상이 발생해 한시간 동안 지속됐다고 밝혔다. 이 토네이도로 구산동 일원 장미 재배용 비닐하우스 등 원예시설물 20동 이상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뉴스1]

2014년 6월 '토네이도' 피해를 입은 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 구산동. 기상청은 이날 오후 7시쯤 고양시 장월나들목 인근 한강 둔치에서 토네이도 현상이 발생해 한시간 동안 지속됐다고 밝혔다. 이 토네이도로 구산동 일원 장미 재배용 비닐하우스 등 원예시설물 20동 이상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뉴스1]

국내에서 육지 용오름, 즉 토네이도(Tornado)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지난 1964년 9월 서울 강남 신사동 근처에서 뚝섬을 지나 지금의 팔당댐 부근까지 스쳐 지나간 것이 한국기상학회에 정식 보고됐다.

또 1980년 7월 경남 사천 지방을 토네이도가 스쳐 갔을 때는 외양간에 있던 황소를 20m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떨어뜨리기도 했다.
당시 황소가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후 나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2014년 6월 고양시에서 관측된 용오름도 토네이도로 분류하기도 한다.

2011년 5월 미국 미주리 주 조플린을 강타한 토네이도.[AFP=연합뉴스]

2011년 5월 미국 미주리 주 조플린을 강타한 토네이도.[AFP=연합뉴스]

토네이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미사일처럼 갑자기 나타나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살인 바람’이다.
미국 언론에서는 ‘토네이도 테러(Tornado Terror)’라는 말도 사용한다.

지난 3일에도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주(州)에서는 토네이도가 발생, 적어도 22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3일 오후 앨라배마와 조지아주에서 최소한 12건의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이날 발생한 토네이도로 앨라배마와 조지아주 경계에 있는 유폴라 공항과 소방서 시설이 파손됐다.
1만 가구 이상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토네이도 피해 지역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 [AP=연합뉴스]

토네이도 피해 지역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 [AP=연합뉴스]

2011년 토네이도는 이번보다 훨씬 지독했다.

그해 5월 22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남쪽으로 260㎞ 정도 떨어진 조플린(Joplin) 시에서는 일요일 오후 사람들이 나른한 휴일을 즐기고 있을 때 초강력 토네이도가 들이닥쳤다.
초속 70m가 넘는 엄청난 강풍이 몰아치면서 이 도시를 휩쓸고 지나갔다.

당시 토네이도는 6.4㎞ 길이에 폭 1.2㎞나 되는 거대한 발톱 자국을 남겼다.
139명이 숨지고 2000여 채의 건물이 부서지면서 인구 5만 명이 사는 이 작은 도시는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토네이도 피해가 큰 이유는 

지난 3일 미국 앨라바마 주에서 발생한 토네이로 부서진 주택. [AP=연합뉴스]

지난 3일 미국 앨라바마 주에서 발생한 토네이로 부서진 주택. [AP=연합뉴스]

미국에서는 매년 수십 명이 토네이도로 인해 사망한다.

최첨단 기상관측시설과 예보시스템을 갖춘 미국에서도 피해를 막지 못하는 이유는 토네이도가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라져 손을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도 발생 20~30분 전에야 겨우 발생 장소를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시속 40㎞가 넘는 이동 속도는 100m 거리를 7~8초에 휩쓸고 지나간다.

다가오는 토네이도를 뒤늦게 발견한다면 육상 100m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가 달아나도 따돌리기 어렵다.

토네이도는 한마디로 격렬하게 회전하는 공기 기둥이다.
깔때기 또는 파이프 모양으로 지표면과 공중의 두꺼운 구름층 사이에서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토네이도는 보통 초속 50m 정도의 강풍을 동반하는데, 초속 130m가 넘는 경우도 있다.

2012년 3월 미국 중남부 텍사스주 랭카스터를 관통하고 있는 토네이도 관측 사진. [중앙포토]

2012년 3월 미국 중남부 텍사스주 랭카스터를 관통하고 있는 토네이도 관측 사진. [중앙포토]

2010년 9월 인천 강화도에 상륙해 수도권에 큰 피해를 준 태풍 ‘곤파스’의 상륙 당시 최대 풍속은 초속 52.4m였다.

풍속만으로 따지면 태풍 곤파스도 보통 수준의 토네이도에 불과하다.

미 해양대기국(NOAA) 산하 국립폭풍연구소 등에 따르면 토네이도의 지름은 보통 80m, 큰 것은 3㎞나 된다.

1925년 토네이도처럼 350㎞를 이동한 예도 있지만 대개 몇 ㎞ 이동한 뒤 사라진다.

기상전문가들은 "태풍과 비교하면 토네이도는 수명이 워낙 짧아 이동 경로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토네이도는 어떻게 생기나  

토네이도가 생성되는 동학(動學· 메커니즘)은 아직도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험적으로 볼 때 뇌우(thunderstorm), 즉 천둥·번개·폭우를 동반한 거대한 폭풍우 속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거대한 뇌우 구름 속에 회전하는 공기 덩어리인 메조사이클론(meso cyclone)이 존재할 경우 20% 정도가 토네이도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층의 강한 바람과 하층의 약한 바람이 만나면 두 바람 사이에서 공기 덩어리가 회전하게 된다.
두 손바닥 사이에 연필을 끼우고 손바닥을 비빌 때 연필이 돌아가는 것처럼 수평으로 드러누운 메조사이클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메조사이클론은 어느 순간 수직으로 벌떡 일어서게 된다.
지표면이 차등 가열돼 더 많이 뜨거워진 쪽에서 상승기류가 생긴 탓이다.

그런 상태에서 메조사이클론의 아랫부분이 고속 하강기류의 영향으로 지표면까지 늘어지면 토네이도가 된다.
전체 높이 10㎞ 이상 되는 메조사이클론 중에서 통상 지표면에서 1㎞ 정도까지가 토네이도다.

미 해양대기국이 발표한 지난 3월 3일과 4일 토네이도 예보. 지난 3일 앨러배마 토네이도 피해 발생 전인 1일에 발표한 것이다. [AP=연합뉴스]

미 해양대기국이 발표한 지난 3월 3일과 4일 토네이도 예보. 지난 3일 앨러배마 토네이도 피해 발생 전인 1일에 발표한 것이다. [AP=연합뉴스]

토네이도는 유독 미국에서만 자주 발생한다.

연 1200회 정도로 하루 평균 세 차례가 넘는다.

미국에서 토네이도가 빈발하는 것은 기후와 지형 탓이다.
로키산맥을 넘어 북서쪽에서 들어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동쪽 멕시코만에서 불어온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대평원에서 충돌하면서 토네이도가 만들어지기에 좋은 조건이 형성된다는 게 NOAA의 설명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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