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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방탄소년단의 성공비결을 보고 배우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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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호 31면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방탄소년단(BTS)의 인기가 무섭다. 2018년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두 차례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프랭크 시내트라 같은 전설적인 가수들만 가지고 있던 기록이라고 한다. 대통령도 하기 힘든 유엔 총회 연설을 했으며, 아시아인으로 처음으로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아미라고 불리는 BTS의 팬들은 한국어를 배워 서로 다른 국적의 팬들끼리 한국어로 소통할 정도다. BTS 때문에 한국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BTS가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은 #진정성 가지고 팬과 소통한 것 #기업·정치권도 소통 한다지만 #일방적인 한 방향 홍보일 뿐 #소통을 통해 행동이 변해야 #진정한 소통 이루어지는 것

BTS는 기존 한류 스타들과는 크게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기존 스타들은 대부분 멋진 선남선녀다. 능력과 인품을 겸비한 백마를 탄 왕자님이나 미모와 성격까지 모두 완벽한 공주님이 출연하는 드라마가 기본이다. 음악계도 마찬가지다. 멤버들이 초능력을 가진 것처럼 설정한 아이돌 그룹도 있었다. 노래 가사들도 아름답거나 이상적인 내용이 많았다. 즉 기존 한류의 주류는 대부분 시청자나 청취자들을 환상의 세계와 대리만족으로 인도하는 경우였다. 또한 대형 기획사 소속 신인들은 유명 작사·작곡가들이 동원되어 만든 아름다운 곡을 들고 데뷔한다. 소속사의 지원을 받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등장하고 TV에 자주 얼굴을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데뷔 당시 BTS의 소속사는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군소회사였다. 따라서 이런 일을 할 수 없었다. 열악한 형편에서 절망하지 않고 BTS는 다른 방식을 찾았다. BTS의 노래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노력, 인생, 노(No) 등 현실적인 내용이다. 절망이나 포기, 병까지도 등장한다. 멤버들이 스스로 가사를 쓰고 만든 곡들이다. BTS의 소속사 방시혁 대표는 ‘남들에게 멋지게 보일듯한 가짜 가사’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진짜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라’고 항상 강조했다. 그래서 멤버들이 스스로의 고민과 경험을 모아 곡을 만든 것이다. 프로 작사·작곡가와 비교하면 좀 서툴지언정, 이런 진정성 있는 내용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외국의 BTS 팬들이 올린 동영상을 보면, BTS의 노래 가사를 들으면서 자신의 경험과 너무 흡사하다면서 눈물을 흘린 사람들도 다수 있다고 한다.

데뷔 초기 BTS는 돈이 없었으므로 큰 홍보를 할 수가 없었다. 그 대신 자신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찍어 SNS를 통해 팬들에게 알렸다. 팬들과의 소통도 소속사 직원들을 통해서가 아니라 멤버들이 직접 한다. 팬들은 SNS를 통해 글을 주고받으며 BTS와 대화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진솔한 모습에 팬들이 점점 늘어나서 이제 월드 스타가 된 것이다.

데뷔 당시 BTS의 소속사는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소기업이 지금의 대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대기업들과 똑같은 물량 공세와 광고를 할 돈이 부족했다. 그래서 BTS는 기존의 성공 방식과 전혀 다른 진정성과 소통에 승부를 한 것이다. 이런 진정성과 소통에 반해 팬들이 전 세계에 생겨났다. BTS의 예를 참고해서, 기업들은 소비자와 직접 대화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러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형식적인 소통만 하는 기업들이 많아 아쉽다.

이런 이야기는 꼭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 정치권에도 적용된다. 청와대는 홍보수석의 명칭을 소통수석으로 변경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여야의 유력 정치인들은 SNS 활동만이 아니라 인터넷 방송까지 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전파하려고 노력한다. 이들 중에는 수만에서 수십만의 조회 수가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끄는 경우도 있다.

정치권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소통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은 결과로, 의견을 종합하여 일정한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하는 일은 ‘소통’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남에게 알리는 한 방향 뿐의 ‘홍보’다. 청중의 피드백을 자신의 행동에 반영하려는 노력은 거의 없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진짜 소통을 하려면 비판적인 여론을 들었을 때 비판한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자를 설득하거나 도움이 되는 비판 내용이 있다면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정치인들의 인터넷 방송을 보면 상당히 편파적이거나 선동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보면 ‘저 내용 중 얼마가 진짜일까?’를 고심하게 된다. 즉 진정성이 거의 없다. 청중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그 정당의 핵심 지지자가 대부분일 것이다.

다시 한번 설명하자면 BTS의 성공 비결은 진정성과 소통이다. 겉모습만 본떠 소통의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양방향 소통을 해야 팬들도 감동하게 된다. 자신의 피드백이 제품에 반영되는 것을 보아야 고객들은 보람을 느끼고 그 회사의 팬이 된다. 정치권과 기업들도 BTS의 성공사례를 보고 자세를 바꿨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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