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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몬물 다이어트, 살 빼려다 간 건강 해칠 위험 커요

중앙일보

입력

남녀불문 나이불문, 다이어트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영원한 숙제 같습니다. [오늘도 다이어트]는 그동안 불어난 뱃살과 허벅지 살을 해결해줄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오늘도 다이어트 1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해 생생하고 현명한 다이어트 정보를 알려 드립니다. 이번 회는 파이터 김동현의 얘기로 뜨거워진 ‘시나몬물 다이어트’ 편입니다. 

일러스트=노희경

일러스트=노희경

이종격투기 선수 김동현은 다이어트 고수 중의 고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기에 나가기 위해 비시즌 동안 불어난 체중을 단시간에 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다이어트 방법은 방송을 탈 때마다 화제가 되곤 합니다. 지난해엔 "초콜릿을 먹으며 다이어트 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는데, 최근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시나몬물 마시기'라는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을 설파해 또다시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오늘도 다이어트] ⑤시나몬물 다이어트

그는 방송에서 "최악의 다이어트는 1일1식이다. (식사를)굶으면 사람 몸이 겨울잠 모드로 바뀌어 내장 지방이 쌓인다"며 "진짜 꿀팁은 시나몬물"이라고 말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격투기 선수들이 마지막 순간 식욕을 조절하기 위해 먹는 게 바로 시나몬물인데, 단맛이 나 먹을만하고 또 운동을 병행하지 않아도 괜찮다(살이 빠진다는 뜻)는 겁니다. 이 이야기에 방송 직후 다이어터들 사이에 시나몬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온라인 상에는 이 열풍에 마트의 시나몬 가루 판매량이 이례적으로 높아졌다' '진열대가 텅텅 비었다' 등의 이야기가 올라왔습니다.

이쯤되니 궁금해집니다. 과연 시나몬물은 다이어트에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시나몬은 우리에게 친숙한 향신료입니다. 커피 위에 살짝 뿌려 먹기도 하고 케이크 등 디저트에 흔히 사용합니다. 고대 중국과 유럽에서는 이를 치료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혈액 순환을 돕고 체온을 높여 땀 배출과 이뇨 작용을 활발하게 일으켜 디톡스 효과를 낸다는 게 주요한 기능입니다. 동의보감에서도 동양의 시나몬이라 할 수 있는 계피에 대해 몸에 열이 나게 하고 맵고 단 성질을 가지고 있어 체중 감량에 좋은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시나몬, 우리말로 계피라 부르는 이 향신료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인도 남부와 스리랑카의 옛 지명인 실론섬이 원산지인 '실론 시나몬'과 중국 남부·베트남이 원산지인 '카시아 시나몬'입니다. 이중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건 카시아 시나몬으로 실론 시나몬에 비해 매운 맛이 강합니다. 실론 시나몬은 단맛이 강해 케이크 등 서양 디저트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합니다.

문제는 이 두 시나몬이 가지고 있는 '쿠마린'이란 성분입니다. 한의사 한동하 원장은 자신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쿠마린은 일정 용량을 사용하면 약리학적 작용을 하지만, 장기간 많은 양을 먹으면 간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합니다. 다행인 건 실론 시나몬엔 쿠마린 성분이 적어 장기 복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일반 마트나 온라인몰을 통해 시나몬 가루를 찾으면 온통 '계피가루'라고 쓰여있을 뿐 어떤 게 실론 시나몬이고 어떤 게 카시아 시나몬인지 표시돼 있지 않습니다. 실론 시나몬을 가려내 사기 힘들단 얘기입니다. 과연 김 선수가 말하는 시나몬물의 원료가 어떤 것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어떤 시나몬이라 한들 쿠마린 성분의 위험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같은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시나몬물 다이어트에 도전해보겠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체질상 시나몬을 먹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원장은 "과민 체질, 평소 열이 많은 열 체질은 시나몬이 체질에 맞지 않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과민 체질의 경우 알레르기 반응이 올 수 있고, 열 체질은 열감이 더 심해지고 복통과 설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체질이 아니더라도, 시나몬물 다이어트를 할 때 시나몬의 하루 섭취량을 6g 이하로 조절하는 게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나몬 가루의 경우는 1~2g, 시나몬 스틱은 4~6g이 적당하다고 합니다. 만약 간 건강이 안 좋다면 아예 시나몬물 다이어트를 도전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시나몬물을 마시다 보면 의도치 않게 많은 양의 시나몬을 먹게 되기 때문입니다.

365mc병원 채규희 대표원장(노원점)은 "혈당·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체중 감량에 보조적으로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기초대사량이 낮은 사람은 이를 마셔도 칼로리 소모가 늦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해선 어렵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냈습니다. 김 선수의 경우 오랜 시간 운동으로 다져온 근육과 활발한 대사작용이 있는 사람이라 시나몬물만으로도 다이어트 효과를 봤지만, 일반인의 경우 운동 없이 시나몬물을 먹는 것만으로는 체중 감량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채 원장은 "액체 다이어트는 다이어트의 보조 수단이지 주요 수단이 아니다"라며 "식이조절을 하며 시나몬물을 마시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무작정 시나몬물에만 기대는 건 권할만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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