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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2년 뒤 인터넷처럼 세상 바꿀 것…구글·애플엔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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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4일 조셉 루빈 회장이 국내 기업인들과 협업 관계 구축을 위한 설명회를 마친 뒤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태희 기자]

지난 4일 조셉 루빈 회장이 국내 기업인들과 협업 관계 구축을 위한 설명회를 마친 뒤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태희 기자]

“암호화폐는 지난해가 바닥이었다. 블록체인 기술은 2년쯤 뒤 전세계에 급속히 확산하면서 기존 산업의 판도를 흔들 것이다.”

이더리움 공동 창시자 조셉 루빈 #암호화폐 투자거품 빠지며 약세 #구동 장애 등 개선 … 가격 오를 것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 시대엔 #개인이 수수료 없이 뭐든 직거래

세계에서 비트코인 다음으로 가치가 큰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만든 조셉 루빈(54) 공동 창시자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해 이같은 전망을 내놨다.

한국을 방문한 그는 지난 4일 서울 강남에서 국내 기업인들을 초청해 비공개 행사를 열었다. 이더리움 사업에 대해 국내 기업과 협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중앙일보는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이 행사에 초대돼 조셉 루빈 회장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별도 인터뷰를 했다.

루빈은 비탈릭 부테린과 함께 이더리움을 설립했으며, 현재는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컨센시스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블록체인에 2019년은 인터넷으로 치자면 1994년”이라고 운을 뗐다. 인터넷은 1996년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3차산업혁명이라는 변화를 가져왔다. 이런 급진적인 변화가 올 지 변화의 2년 전인 1994년 만 해도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는 의미다. “블록체인도 2년쯤 뒤엔 인터넷이 세상을 바꿔놓은 것 만큼이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루빈 회장은 현재 암호화폐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두가지로 분석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어떤 기술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달려든 투기 자본들이 많았다”고 했다. 투자 거품이 꺼지면서 가격이 약세를 띤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체인에 참여자가 급증할 때 구동이 잘 안되는 문제가 있어서 기술적 회의론도 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동 문제는 기술 발전으로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어 암호화폐의 가격도 다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중요하지만 암호화폐는 환상이라는 지적에 대해 “중요한 건 전세계가 디지털 경제로 가고 있다는 점이고, 블록체인은 디지털 자산을 만들어 내고 이를 원장 분산 저장을 통해 가치를 보장 받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자산이 형성되고 나면 이를 보유한 사람들이 교환, 매매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가치를 분산해 저장하는’ 블록체인이 어떻게 인터넷만큼이나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뜻일까. 그는 먼저 인터넷 비즈니스와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와의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터넷 망에서는 (구글, 애플, 아마존, 우버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탄생한다. 개인들은 이들 플랫폼에 접속해 자신의 신분 정보를 내준다. 기업들은 이들 개개인 (또는 개인정보)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는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플랫폼 사업자처럼 중앙 집권화된 조직이 필요치 않다.”

그는 “지금의 우버 시스템에선 회사(우버) 측이 중개 수수료로 수익금의 35%를 가져가지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면 개개인이 나의 브라우저가 있고, 내 지갑(월릿)이 있어서 승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일대일 연결이 된다.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승차공유 뿐 아니라 부동산, 기름, 신용카드 포인트, 우유, 사과, 음악 저작권 등 지금 거래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디지털화되면서 기존 비즈니스 체계가 새로운 형태를 띠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비즈니스의 근간을 ‘신뢰화 된 개인’이 연결되면서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더리움은 암호화폐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컨센시스가 제공하는 블록체인 기반 어플리케이션(앱) 플랫폼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이더리움 기반의 신분 인증 시스템을 이미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신뢰성이 담보된 개인들이 블록체인 망에 모여 개인간 직접 비즈니스를 하게 될 기반을 갖췄다는 의미다.

그는 특정 기업의 이름을 언급하길 꺼려했지만 “(당신 말대로라면) 구글·애플·아마존 같은 현재 플랫폼 강자들의 비즈니스가 블록체인이 확산되면 한순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의 주장대로 블록체인이 인터넷을 대신하고 ‘탈중앙화(Decentralized)’ 사회를 가져온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는 “규제 당국이 탈중앙화를 이해하고 기존 사회의 법과 규칙을 바꿀 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인터넷이 처음 도입될 때도 많은 국가들이 보안과 신뢰성을 문제 삼아 인트라넷을 쓰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 조직조차 클라우드에 자료를 보관한다. 기술은 생각보다 세상을 금세 바꾼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뢰화 된 개인’이 블록체인 상에서 연결될 경우 상상 가능한 변화 몇가지를 더 꺼내놨다. “빌딩을 100만명이 함께 소유해서 매달 월 수익이 100만분의 1씩 자동 입금될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는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분 단위로 노동시간을 계산해 월릿에 입금해주는 일도 가능해진다”고 했다. 음원 사업도 달라진다. 지금은 (멜론·지니뮤직·애플뮤직 같은) 음원제공 사업자가 저작자와 음악 소비자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떼 간다.

그는 “블록체인 기반에서는 중개인이 필요없고, 음원 제공자와 소비자가 직접 (블록체인 망에서) 음원을 사고 팔 수 있다. 판매 대금도 보컬, 드러머, 기타리스트, 건반을 담당한 각 개인에게 판매와 동시에 정확하게 나뉘어 입금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술은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한 태도다. 멀리하려하면 뒤처질 뿐이다”고 덧붙였다.

◆조셉 루빈(Joseph Lubin)

캐나다 태생으로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골드만삭스 테크놀로지부문 부사장때 트레이딩 시스템을 만들었다. 2013년 11월 비탈릭 부테린의 사업 계획서를 보고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거대한 사업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동업에 뛰어들었다. 2015년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인 컨센시스를 설립한 뒤 회장을 맡고 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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