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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편집 '모라토리엄' 선언...인간 배아 임상 적용 중단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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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공대ㆍ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진을 비롯한 국제 전문가들이 인간 배아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의 임상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중앙포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ㆍ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진을 비롯한 국제 전문가들이 인간 배아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의 임상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중앙포토]

전 세계 과학자와 윤리학자들이 생명공학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정자·난자 등 인간 생식세포와 배아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 기술의 임상 적용이 잠정 중단돼야 한다는 게 골자다. 지난 수년간 유전자 편집 기술이 향상돼왔지만, 임상적으로 활용되기에는 충분히 안전하거나 효과적이지 않다는 게 학계의 판단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허젠쿠이 중국 남방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쌍둥이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킨 사건이 모라토리엄 선언의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 배아 유전자편집 임상적용 #향후 5년 동안 엄격히 금지돼야 #한국은 임상 전 배아 연구도 금지 #"모라토리엄 상황과 관계 없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를 비롯한 세계 7개국 18명의 관련 분야 학자들은 14일 향후 최소 5년간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 및 착상을 전면 중단하고 이 같은 행위를 관리 감독할 국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막스 플랑크연구소 감염생물학과 총괄책임 교수(왼쪽) 역시 이 성명에 동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전자 가위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막스 플랑크연구소 감염생물학과 총괄책임 교수(왼쪽) 역시 이 성명에 동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들은 먼저 2015년 제1차 인간 유전자 편집 국제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성명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시 성명에서 “관련 기술의 안전성과 효과성 문제가 해결되고, 이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한 해당 기술의 임상적 사용은 무책임하다”고 했지만 허젠쿠이 사건을 비롯해 이후에 일어난 사건들을 고려하면 이 성명은 충분치 못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배아를 이용한 임상 시험은 진행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제2차 회의 후 발표된 조직위원회의 성명서 또한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학계는 또 “하나의 유전 질환을 유발하는 극히 희귀한 돌연변이를 편집하는 ‘유전자 교정’과 개인과 종의 능력을 개선하는 ‘유전자 강화’는 구분돼야 하며, 유전자 강화는 현재로써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허젠쿠이의 경우처럼 에이즈(AIDS)에 면역력을 갖도록 유전자를 편집하는 행위도 유전자 강화에 포함된다는 게 학계의 판단이다.

이들은 “예를 들어 ‘SLC39A8’ 유전자를 편집할 경우 고혈압이나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낮아지지만 반대로 조현병이나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에 걸릴 위험은 오히려 커진다”며 “CCR5 유전자를 편집한 중국 유전자 편집 아기의 경우, 뇌염 등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감염증과 이로 인한 합병증에 노출될 위험이 상당히 높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쌍둥이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켜 논란이 된 허젠쿠이 교수 사건이 이 성명 발표의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쌍둥이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켜 논란이 된 허젠쿠이 교수 사건이 이 성명 발표의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이 같은 근거에 따라 성명서에는 향후 5년간 어떤 경우에도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의 임상 적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편집된 배아를 착상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연구 용도로 생식세포를 편집하거나 질병 치료를 위해 인간 체세포를 편집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것도 명백히 했다.

한편 유전자 가위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김진수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경우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를 비롯한 임상 전 연구도 생명윤리법으로 강하게 규제돼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모라토리엄이 한국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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