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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짜증 유발자' 된 페북···저커버그 신화 꺼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페이스북 패밀리'가 흔들리고 있다. 35세 억만장자 '마크 저커버그의 신화'도 꺼질 위기에 봉착했다.

 페이스북과 페이스북이 서비스하는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소위 ‘페이스북 패밀리’가 한국시간 13일 자정께부터 불통됐다. 미국, 유럽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까지 전 세계에서 일제히 작동 불능 상태가 됐다. 14일 오전 10시 현재 한국에서 페이스북에 접속하면 영어로 에러 메시지만 달랑 한줄 떴다. 인스타그램에는 ‘죄송합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라는 한글 자막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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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측 "문제 있다, 조치 중이다" 한마디로 끝

페이스북 본사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 9시반이 돼서야 짤막하게 입장 한줄을 내놨다. “현재 일부 이용자들이 페이스북 패밀리앱에 접속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가능한 조속한 해결을 위해 조치하고 있습니다.” 이 말이 전부였다. 소비자들은 원인 규명은커녕 사과 문구조차 없는 페이스북의 태도에 또 한번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페이스북 측은 불통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 "위태위태하던 페이스북, 올 것이 왔다" 

오전 9시 20분 한국에서 인스타그램에 접속한 모습. '문제가 발생했다'는 안내 문구가 뜨고 접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모바일 캡처]

오전 9시 20분 한국에서 인스타그램에 접속한 모습. '문제가 발생했다'는 안내 문구가 뜨고 접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모바일 캡처]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이번 페이스북 패밀리의 일제 고장에 “올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페이스북의 위기 징후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됐다는 얘기다.
먼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핵심 경쟁력인 이용자 수가 크게 줄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에디슨 리서치의 이달 초 발표에 따르면 페이스북 이용자 수는 3년째 감소하고 있다. 아직은 22억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지만, 안심하기엔 위기 징후가 두드러진다. 안방인 북미 지역에서 지난해 1분기 첫 감소세가 나타났다. 젊은 층의 이탈이 두드러진 점도 걱정거리다. 미국 10대 사이에 스냅챗 사용이 46%에 달하는 반면 페북 사용은 5%에 그친다. ‘10대들의 낙원’이라는 타이틀을 더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페이스북 엑소더스'는 국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페북 이용자 수는 740만명으로 2017년 10월과 비교하면 33%나 줄어들었다.

정보 유출 등 터지며 신뢰 잃어, 가입자 급감

지난해 두차례나 터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도 흔들리는 페북에 치명타가 됐다. 지난해 3월 영국의 데이터분석 회사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 사용자 8700만명의 개인 정보를 무단 도용한 사실이 가디언지를 통해 폭로됐다. 이들은 개인 정보를 선거 여론전 등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에도 해커들이 페북 사용자들의 전화번호, e메일 주소 등을 무차별 수집한 사실이 밝혀졌다. 국내에서도 페북 유저 3만8000명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었다. 이들 과정을 거치면서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 리서치 업체 톨루나의 설문에서 '가장 신뢰할 수 없는 IT기업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미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의 합동 청문회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EPA=연합뉴스]

지난해 미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의 합동 청문회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EPA=연합뉴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되는데도 '개인 정보를 통한 광고 수입'이란 비즈니스 모델에 매달리면서 경고를 무시하다 화를 키웠다. 심지어 페북은 직접 개인정보를 팔기도 했다. 데이터 공유협약을 맺고 있는 MS, 아마존 등 150개 업체들에 개인 동의 없이 사용자 친구 목록을 볼 수 있게 했다. 미국 IT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보호정책은 미국 헌법보다 길다’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문구가 장황하게 긴 것은 역설적으로 페이스북이 그만큼 개인정보 침해를 많이 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냐는 조롱이다.

페북 내부에선 인재 유출 등 위기 징후

가입자가 떠나고 정보 유출 등 민감한 이슈에 시달리면서 페북 내부도 진통을 겪고 있다. IT업계는 인재들이 떠나기 시작하면 회사에 미래가 없는 것으로 보는데 페북이 딱 그 상황이 됐다. 지난해 3월 개인정보 유출 건이 터진 이후 개발자들이 술렁였다. 저커버그는 의회 출석 요구가 거세지고 페이스북 삭제 운동이 벌어지는데도 꿈쩍 않다가, 5일만에 사태가 심상치 않자 직원들 달래기에 나섰다. 당시 페이스북의 채용 담당 관계자는 "최고의 인재들이 페이스북이 아닌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선택할지 모른다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IT업계에서는 이번 접속 불통이 인재가 떠나고 회사가 술렁이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해 정보유출과 관련해 열린 청문회장에서 긴장된 표정을 짓고있다. [AP=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해 정보유출과 관련해 열린 청문회장에서 긴장된 표정을 짓고있다. [AP=연합뉴스]

회사가 흔들리면서 저커버그의 신화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이달 초 발표한 ‘2019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저커버그는 한해 만에 5위에서 8위로 내려앉았다. 재산 규모는 1년새 90억 달러가 줄어 623억 달러(70조원)을 기록했다.
미국 IT를 이끄는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선두주자로 세계인의 소통 툴을 장악했던 페이스북의 위기를, 젊은 CEO는 어떤 리더십으로 헤쳐갈 것인가. 저커버그 신화가 갈림길에 섰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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