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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전 의원 "아베의 역사왜곡, 미 노예제도 부정과 같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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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사죄해야 합니다.”

"할머니들 돌아가시기 전에 사죄해야" #"일본 언론도 문제, 더 자유러워져야" #진선미 장관 "김복동 할머니 외롭지 않아"

2007년 미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크 혼다(78) 전 의원이 13일(현지시간)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과거사 인식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진선미(오른쪽) 여성가족부 장관과 마이크 혼다 전 하원의원이 13일(현지시간) 뉴저지주 포트리의 시민참여센터에서 면담한 뒤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진선미(오른쪽) 여성가족부 장관과 마이크 혼다 전 하원의원이 13일(현지시간) 뉴저지주 포트리의 시민참여센터에서 면담한 뒤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3차 유엔여성지위위원회’에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진 장관은 이날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해켄섹의 위안비 기림비를 찾아 참배한 자리에서 혼다 전 의원을 만났다.

혼다 전 의원은 미 정계에서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일본계 3세 정치인이다. 2001년부터 17년간 민주당 소속 하원 의원으로 활동하다 이후에는 위안부 문제 등 인권 운동에 참여해왔다.

해켄섹 기림비는 2013년 버겐카운티 법원 앞 ‘메모리얼 아일랜드’에 세워졌다. 미국 자치정부가 건립한 첫 위안부 기림비이다. 미 노예제도로 희생된 흑인, 나치에 학살된 유대인, 아일랜드 대기근 희생자, 아르메니아 학살 피해자 등을 추모하는 기림비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혼다 전 의원은 “위안부 이슈는 동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후세대에 역사를 가르쳐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12월 한ㆍ일 두 나라가 맺은 위안부 합의는 ‘난센스’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은 모든 것을 요구하고, 한국은 많은 것을 내주는 것으로 보이는 불평등한 합의였다”면서 “무엇보다 그 합의에는 할머니들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조용히 있어주기만을 바랬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미 2014년 예산에서 6억 달러(약 6600억원)를 배정해 역사를 지우는 작업에 전력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만약 내 할머니가 그같은 치욕을 느꼈다면 외교 무대에서 지금과 같은 예의를 잠시 옆으로 치워두겠다”고도 말했다.

아베 총리가 사과할 의사가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사과 자체가 그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혼다 전 의원은 “그에게 사과는 자신의 할아버지와 모든 이들이 잘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며 “그의 역사 부정은 미국에 노예가 없었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베가 이제는 사과를 해야하는 시점”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국 정부가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고, 통일을 눈앞에 두면서 국제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아베도 이같은 거대한 흐름을 거부하지 말아야한다는 설명이다.

일본 지도층과 달리 대부분의 일본인은 아픈 역사를 잘 알고 있다면서 일본 언론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아주 많은 일본인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굉장히 마음 아파한다”면서 “하지만 그들은 목소리가 없다. 언론이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에서 넷째)이 13일(현지시간) 미 뉴저지주 해켄섹의 위안부 기림비에 참배한 뒤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에서 넷째)이 13일(현지시간) 미 뉴저지주 해켄섹의 위안부 기림비에 참배한 뒤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혼다 전 의원의 발언에 진선미 장관은 진한 감동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진 장관은 “김복동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오늘 이 자리에 이렇게 다 함께 하면서 외롭지 않으시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화답했다.

진 장관은 “그분들의 고통이 승화돼 세계 평화와 여성 인권의 향상에 중요한 역할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면서 혼다 전 의원의 손을 꼭 잡았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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