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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정재의 시시각각

청문회 낙마? 꿈도 꾸지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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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정재
이정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국회는 곧 인사청문회를 열어 7명의 장관을 검증한다. 최대 접전처는 통일부 장관 후보자인 듯하다. 자유한국당은 화력을 집중해 낙마시키겠다는 각오다. 김연철 후보자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싸잡아 “역사적 정통성이 결여된 보수 세력”이라고 했으니 화가 날만도 하다. 한국당은 “김 후보자는 정부·여당에도 막말을 했다”며 낙마 가능성을 점치는 모양이다. 그가 과거 문재인 대통령에게 “군복 쇼하고 있다”고 한 것이나 추미애 전 여당 대표를 ‘좀비’에 비유한 것들을 말하는 것일 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러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언감생심, 그를 까발려 낙마시킬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시는 게 좋겠다.

대통령은 야당 말 안 들어 #철학 묻고 비전도 따져라

2년째 대통령을 겪어놓고도 그런 말을 한다면 야당 자격이 없다. 대통령은 2017년 조각 때 중소벤처기업부 홍종학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며 “반대 많던 장관이 오히려 잘한다더라”고 했다. 그냥 한 번 하고 마는 덕담이 아니었다. 1년 뒤인 지난해 10월 유은혜 교육부총리 임명 때도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국회가 유은혜 부총리의 청문보고서도 채택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은 오불관언이었다. 이번이라고 다를 리 없다. 경천동지할 파렴치범이란 게 입증되지 않는 한 대통령은 7명의 장관 후보자, 누구도 비토하지 않을 것이다. 되레 야당, 한국당이 극렬 반대할수록 대통령은 더 적임자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오죽하면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대통령이 누구 말 듣는 사람인가”라고 했겠나.

그러니 야당에 두 가지만 당부한다. 첫째, 이를 악물고 준비해라. 장관 후보자들은 청문회를 밤새워 준비한다. 부처의 도움을 받아 현안을 공부하고 실전처럼 연습도 한다. 정운찬 전 총리가 너무 실전같이 연습하다 “차라리 총리 안 하겠다”고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야당 의원들도 그만큼은 해야 한다. 상대는 필사즉생의 각오로 임하는데, 야유회 놀러 가듯 하면 결과는 보나 마나다. 청문회를 하면 정부·여당 지지율이 더 올라간다는 소리나 듣는 야당이 야당인가. 국민은 무심한 듯하지만 다 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문회 스타로 떠 훗날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철저한 준비, 냉철한 추궁, 치밀한 논리가 힘을 발휘했다. 그런 각오와 결기를 보여줘야 수권 정당의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둘째, 정치인 출신의 ‘먹튀’를 막아라. 물러나는 정치인 장관의 면면을 보라. 중기부의 홍 장관은 뭘 했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을 돕기는커녕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한 소상공인연합회를 조사해 논란을 빚었다. 2017년 새로 생긴 중견기업(300인 이상)은 1개에 그쳤다. 최근 6년 내 가장 적다. 중소기업이 성장은커녕 더 쪼그라들었다는 얘기다. 그러니 업계에서 “청와대와 코드 맞춘 것 외에 뭘 했느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닌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또 어땠나. 강남 집값과 전쟁한다더니 부동산 양극화만 더 키웠다. 택시업계 표를 의식해 승차 공유엔 뒷짐을 졌다. 언론도 가려 우파·보수 언론과는 인터뷰 한 번 하지 않았다. 소통은커녕 편 가르기만 한 셈이다. 그가 밀어붙인 공시가격 과속 인상과 지방 부동산 침체 후유증으로 나라 경제가 흔들릴 판인데, 그는 손 떼면 그만이다. 그가 넘긴 ‘똥볼’ 처리에 후임 최정호 후보자만 괴롭게 됐다. 이런 ‘코드 정치’ 장관을 막으려면 지금처럼 ‘끼리끼리 봐주기’론 안 된다. 정치인 출신엔 더 엄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청문회는 국민을 대신해 국회가 장관의 자질을 따지고 철학을 묻는 자리다. 야당이 이 두 가지는 최소한 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복 하나는 최고로 타고났다”는 소리가 조금 들어갈 것이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