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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둘을 선발 한 명처럼 쓴다…롯데 양상문 ‘1+1’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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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양상문 롯데 감독은 5선발에 투수 2명을 나눠 투입하는 파격 전술을 예고했다. [연합뉴스]

양상문 롯데 감독은 5선발에 투수 2명을 나눠 투입하는 파격 전술을 예고했다. [연합뉴스]

‘1+1’. 대형마트에서 흔히 보던 용어가 야구장에 등장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제5선발을 ‘1+1’ 방식으로 운영한다. 롯데마트가 아니라 분명 롯데 자이언츠다. 설명하자면 5선발 투수 한 명을 두는 대신, 두 명의 투수가 짝을 지어 선발 역할을 맡는 것이다.

5선발 대신 2명에게 3~4이닝씩 #“위험한 전략이지만 신선한 시도”

올 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양상문 롯데 감독은 시범경기를 앞두고 선발진 운용 계획을 밝혔다.

5년째 KBO리그에서 뛰는 브룩스 레일리(31)와 새 외국인 투수 제이크 톰슨(25)에게 원투펀치를 맡겼다. 지난해 8승을 거둔 김원중(26)과 불펜 요원이던 장시환(32)이 3, 4선발로 낙점됐다. 장시환은 데뷔 이후 211경기에 등판했는데, 그중 선발은 16경기였다. 양상문 감독은 “장시환이 캠프에서 아주 좋았다. 5이닝을 3~4점 정도로 막아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5선발은 경쟁이 치열했다. 결과적으로 경쟁자 모두가 5선발이 됐다. 베테랑 송승준(39), 선발과 구원을 오간 스윙맨 박시영(30), 프로 3년 차 강속구 투수 윤성빈(20), 지난해 한 차례 선발로 나선 김건국(31)이 그들이다. 양 감독은 “두 명이 한 조가 돼 3~4이닝씩 던지며 한 경기를 책임진 뒤 엔트리에서 빠진다. 그 다음 5선발 차례엔 남은 두 선수가 한 조로 3~4이닝씩 던진다”고 설명했다. 12일 시범경기에선 박시영-송승준이 등판했다. 윤성빈과 김건국이 같은 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전에선 4, 5선발급 투수 두 명을 한 경기에 모두 투입하는 경우가 있다. 류중일 LG 감독이 삼성 감독 시절 포스트시즌에서 자주 쓴 전략이다. 하지만 정규시즌에서는 보기 드문 투수 기용이다. 양 감독이 파격적인 시도를 하는 건 네 선수 모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양상문 감독은 “5선발로 한 명을 낙점하면 다른 3명이 기회를 얻지 못한다. 아깝다고 생각했다. 모두 3~4이닝은 막아줄 수 있는 투수”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설명은 그래도 사실은 고육지책에 가깝다. 롯데는 지난해 국내 선발투수 중 가장 많은 승수(9승)를 따낸 자유계약선수(FA) 노경은과 계약하지 못했다. 김원중과 장시환은 아직 길게 맡기기 부담스럽다. 한 명이라도 삐끗할 경우 불펜진에 큰 부담이 간다.

그런데 5선발 경기에 선발 요원 두 명을 투입해 불펜진 소모를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위험은 있다. 1군에서 던진 뒤 엔트리에서 빠진 기간 2군 경기에 나선다. 1, 2군은 경기력 차가 크다. 선수로선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다. 투수 출신 베테랑 감독이기에 과감하게 내린 결정이다.

양상문 감독은 취임 직후 메이저리그식 ‘오프너’ 전략도 언급했다. 오프너는 선발투수 대신 불펜투수가 먼저 나와 1,2이닝을 막는 전략이다. 강타자들이 배치되는 초반을 버틴 뒤 긴 이닝을 던지는 투수를 투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양 감독은 KBO리그가 메이저리그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판단해, 오프너 대신 ‘1+1’ 5선발 방식을 채택했다. 양 감독은 “두 달간 이 방식(1+1)을 운영하고,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보이면 고정적인 5선발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위험한 전략이지만, 신선한 시도다. 팀 사정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양 감독 실험이 성공한다면 새로운 야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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