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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선택지 압축된 비핵화…한·미동맹 유지하며 북한 결단 설득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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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비핵화 협상의 미국 측 창구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어제 “북한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에서 변한 적이 없다”며 “핵연료 사이클의 모든 영역과 핵무기 프로그램에 더해 생화학무기까지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협상 창구인 그의 발언은 미국의 입장이 어떤 여지도 없는 외통수의 ‘완전한 해결(total solution)’로 통일됐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공을 이제 완전히 북한으로 넘겼다는 선포였다. 지극히 곤혹스러운 쪽은 북한이 됐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어제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조·미 최고 수뇌분들은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미 관계 발전을 위해 생산적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조선반도 비핵화야 “조선반도를 겨냥하고 있는 주변으로부터의 모든 핵위협 제거”라는 상투적 표현이라 의미 부여가 힘들고, 오히려 동창리 로켓 발사 징후 등이 지속적으로 포착되는 모호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선택지가 확 줄어들었다. 선(先)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의 카드는 이젠 성립이 불가능해졌다.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 북·미 간 대화를 살려나갈 유일 수순은 ‘완전한 비핵화’에 가장 근접한 결단을 북측에 설득하는 것이다. 향후 상당 기간 북·미 모두 ‘웨이팅 게임(waiting game)’의 국면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경우든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역주행 카드를 조급히 꺼내드는 걸 경계하면서 가장 신중한 접근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