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게이트’ 뒤엔 한류 인기에 취한 아이돌들의 탈선

중앙일보

입력 2019.03.13 00:04

업데이트 2019.03.1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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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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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게이트’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앞서 빅뱅의 승리(29·본명 이승현)가 성매매 알선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데 이어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30)이 불법 촬영한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12일 입건되면서 승리 개인이 아닌 연예계 전반의 문제로 확대될 조짐이다.

버닝썬 스캔들
기획사 YG엔터 책임론 제기돼
소속 가수 잇단 마약 관련 추문
출연자 검증 안한 방송사도 문제
전문가 “연예인들 인성 교육 필요”

인터넷에는 두 사람과 친분이 있는 연예인이 줄줄이 호명되고 있다. 하이라이트의 용준형, FT아일랜드의 이홍기는 각각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직접 “사실이 아니다” 혹은 “걱정 말라”고 연루 의혹을 부인하기도 했다. 단체방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A씨의 소속사는 일절 전화에 응하지 않고 있고, B씨의 소속사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정준영을 중심으로 단체 대화방에서 2015년 말부터 오갔다는 대화 내용 자체도 충격적이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윤태 교수는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할뿐더러 명백하게 남성중심적 문화로 인권 유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클럽 ‘버닝썬’ 수사 일지

클럽 ‘버닝썬’ 수사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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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한국 연예산업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승리가 소속된 빅뱅은 2006년 데뷔해 정상급 아이돌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지난 13년 동안 다양한 사건·사고에 휘말려 왔다. 2011년 지드래곤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유예를 받은 데 이어 2016년 탑이 같은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만2000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같은 소속사 걸그룹 2NE1의 박봄은 암페타민 82정을 밀수입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입건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데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방관해 왔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음악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빅뱅은 자유분방한 아티스트 이미지가 강해 마약 등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 팀의 이미지나 브랜드 전체가 타격을 입진 않았다”며 “하지만 개인의 일탈과 사회적 범죄는 엄연히 구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보통 기업 위기관리에서 ‘오너리스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면 엔터 기업에서는 ‘인성리스크’가 더 크다”며 “SNS를 통해 일거수일투족이 낱낱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인성 교육의 필요성 또한 높아졌다”고 짚었다.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서양에서는 개인의 행동에 대해 소속사에 책임을 묻지 않지만 K팝은 소속사 주도로 아티스트를 집중 관리하며 발전해 왔기 때문에 관리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방송사의 책임론도 나온다. 승리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등 방송을 통해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해 왔다. 정덕현 평론가는 “제작진이 출연자를 일일이 조사할 수는 없지만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는 만큼 최소한의 검증 장치는 마련해야 한다”며 “시청자와 출연자 간의 관계 맺기가 관찰 예능의 핵심이기 때문에 도덕적 문제가 생기면 그 잣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준영이 고정 출연하는 KBS2 ‘1박2일’, tvN ‘짠내투어’도 타격을 입게 됐다. KBS 예능국 관계자는 “아침까지 정준영 측과 연락이 닿지 않아 하차 결정이 늦어졌다. 제작진도 전혀 몰랐던 사항”이라며 “15~16일 촬영부터 정준영은 출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당 출연자를 하차시킬 뿐 재발 방지 대책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최근 몇 년간 ‘미투’ 사례를 겪으면서 성인지 감수성이 많이 향상됐으나 이번 몰카 사건은 3~4년 전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개별 방송국뿐만 아니라 업계 차원에서도 공동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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