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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나경원, 국가원수·국민 모독 사과하라"…이해찬 "윤리위 회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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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청와대가 강력히 반발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연설중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발언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했다.2019.3.12/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연설중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발언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했다.2019.3.12/뉴스1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12일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난 뒤 서면 브리핑에서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나 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일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한 부대변인은 이어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며 “냉정의 그늘을 생존의 근거로 삼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발언이 아니길 더더욱 바란다”고 말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이 2월 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2월 경제행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2.7/뉴스1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이 2월 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2월 경제행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2.7/뉴스1

이어 한 부대변인은 “자유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라며 “나라를 위해 써야할 에너지를 국민과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낭비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야당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놓은 건 이례적이다.

이에앞서 더불어민주당도 나 원내대표 연설뒤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집중 포화를 날렸다. 이해찬 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냐고 한 것을 보고 정치적으로 도저히 용납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죄다”라고 비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이 대표는 “제가 국회에서 오래 본회의장에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 같은 일은 없었다”며 “도저히 당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앉아있을 수가 없는 발언 들으면서 분노도 생기고 답답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에서는 즉각 법률적 검토를 해서 (나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에 회부하고 다시는 이런 일 벌이지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오늘 발언을 보니 좌파 정권이라는 걸 입에 달고 있다. 몇십번 한 거 같다. 그야말로 냉전체제에 기생하는 정치 세력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그러나 저는 이런 흐름 속에서 위안을 찾는다. 저런 의식과 저런 망언을 하는 사람들은 집권할 일이 결코 없을 것”이라며 “정권 뺏긴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7회 임시회 본회의 나경원 자유한국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항의를 하고 있다. [뉴스1]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7회 임시회 본회의 나경원 자유한국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항의를 하고 있다. [뉴스1]

홍영표 원내대표도 “한마디로 참담한 심정이다. 국민들이 촛불혁명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완성시키고 그렇게해서 탄생한 대통령을 북한의 수석 대변인이라 이야기하는 것은 더이상 참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국회가 걱정이 된다. 이런 식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국론 분열시키는 것에 대해 저희가 명확하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의원총회 사회를 본 민주당 강병원 대변인은 “저도 목이 쉬었는데 앉아 있기 힘든 본회의장이었다.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당 반응에 한국당은 또 반발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후 마포구의 한 북카펭서 청년 사무처 당직자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가원수모독죄라는 있지도 않은 죄를 갖고 그러는 것은 뭘 얘기하는 것인가"라며 "제1야당 대표가 연설하는데 중간에 달려들어서 고함치고 얘기 못 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모습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이 김정은 정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은 작년 9월 미국의 유력 통신사에서 이미 보도했다"라며 "오늘 민주당 의원은 내년 ‘공천용 청와대 눈도장 찍기 충성 경쟁 대회’를 벌이는 듯 막말과 고성으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

윤성민·성지원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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