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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6·25전쟁 후유증으로 전쟁 끝난 뒤 사망했다면 수당 지급 제외 정당"

중앙일보

입력

한국 전쟁 당시 모습.[사진 연합뉴스]

한국 전쟁 당시 모습.[사진 연합뉴스]

6·25전쟁 때 입은 부상으로 아버지가 사망하자 그 아들이 '6·25 전몰군경자녀수당'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사망 시점이 6·25 전투 기간 이후여서 수당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6·25전쟁 국가유공자의 아들 조 모 씨가 서울남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6·25 전몰군경자녀수당 지급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심의 판결을 받아들여 지난달 28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조 씨의 아버지는 6·25전쟁 때 전남 화순경찰서에서 순경으로 일했다. 1950년 9월 1일, 전투 중 포탄 파편이 조 씨 부친의 눈을 관통해 뇌에 박혔다. 1966년 1월 조 씨 부친은 부상 후유증인 뇌출혈로 사망했다.
구 군사원호보상법에 따라 조 씨 부친은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조 씨의 모친은 전몰군경유족으로 등록돼 1992년 사망할 때까지 유족 연금을 받았다.

이후 2000년 국가유공자법 개정으로 '6·25 전몰군경자녀수당'이 신설됐다. 조 씨는 2016년 국가보훈처에 6·25전쟁 전몰군경자녀수당 지급을 신청했지만, 보훈처는 "부친 사망 시점이 수당 지급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보훈처가 근거로 제시한 6·25 전몰군경수당 지급 요건은 '전몰군경이 6·25전쟁 전투 기간 내에 사망했느냐'다. 참전유공자법이 규정하는 6·25전쟁은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 사이에 발생한 전투 및 1948년 8월 15일부터 1955년 6월 30일 사이에 발생한 전투 중 일부 전투'다. 조 씨는 "동일하게 6·25전쟁에 참여한 경찰의 유족인데 사망 시점에 따라 수당을 주지 않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이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전쟁이어도…"전투 기간에 사망한 것이 더 큰 희생"

1·2심 재판부는 똑같은 6·25전쟁에 참전했던 전몰군경 자녀 사이에 전몰군경 사망 시점 차이에 따라 차별이 발생한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 차별이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배하는 자의적인 차별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6·25전쟁 전투 기간에 사망한 군인과 경찰은 6·25전쟁으로 자신의 생명을 직접 희생했다"며 "하지만 전투 기간 이후에 사망한 군인과 경찰은 당초 상처를 입고 그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이기 때문에 전자가 후자보다 희생의 정도가 크다"고 판단했다. 또 헌법이 규정한 국가유공자 우선적 보호 이념은 '우선적인 근로 기회 제공'만 명시적으로 규정할 뿐 구체적인 보호 방법, 보호 정도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봤다. 따라서 국가유공자에 대한 우선적 보호의 방법 및 수준은 "국가의 입법정책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전투 기간 후에 사망한 전몰군경의 자녀에게도 이러한 수당을 차등적으로 지급할 수 있으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국가 예산 및 국가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국가가 재량껏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전쟁 이후 사망했다면 6·25 전몰군경자녀수당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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