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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카드공제 없애면 50만원 토해낸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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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뒤 월급 생활자 반발이 커지고 있다. 그러자 기재부는 11일 “제도를 근로자의 보편적 공제 제도로 운영해 온 만큼 연장해야 한다는 대전제 하에서 공제 폐지보다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카드 사용 3250만원 가정해 산출 #연봉 5000만원이 쓰기 힘든 금액 #현금·체크카드 사용액 감안 안 해 #기재부 “공제폐지 검토한 적 없어”

여기에는 시민 반발이 컸다. 기폭제가 된 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폐지하면 연봉 5000만원 근로소득자의 경우 최고 50만원가량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납세자연맹의 주장이다. 신빙성을 따져봤다.신용카드를 쓰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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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정산을 신청한 근로소득자의 46%가 이 혜택을 봤다. 현행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총 급여액의 25%를 넘는 신용카드 사용액의 15%를 300만원 한도에서 공제해 준다. 연봉 5000만원 근로자의 경우 1년에 신용카드로 3250만원을 써야 최고 한도인 30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납세자연맹이 언급한 ‘50만원’은 공제액 3250만원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한계세율(16.5%)을 곱한 49만5000원에서 나왔다. 신용카드로 연 1917만원을 썼을 때 공제액에 한계세율을 곱하면 16만5000원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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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연봉이 5000만원인데 신용카드로만 3250만원을 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신용카드 공제를 폐지할 경우 현금·체크카드로 소비가 옮겨간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았다.

김선택 회장은 “신용카드 소비가 얼마나 현금·체크카드로 옮겨갈지 추정하기 어려워 공제를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영노 기재부 소득세제과장은 “각종 세액공제를 받는 근로자, 한계세율 미만을 적용받는 근로자가 많아 (납세자연맹 분석을)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해명을 뒷받침하는 연구자료가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9월 낸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연 소득 1억~2억원 구간에 이르러서야 57만7000원의 공제 혜택을 받는다.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은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이 (제도 폐지 시) 50만원을 토해내야 한다는 주장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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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를 폐지하더라도 근로자가 현금·체크카드 사용을 늘리면 혜택 축소(증세) 폭이 더 줄어든다. 연봉 5000만~6000만원 근로자의 경우 증세 폭이 5만1000원, 2억~3억원의 경우 6만5000원 수준에 그친다. 김 부원장은 “납세자 패턴을 회귀분석한 결과 현금·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공제율 격차가 커질수록 현금·체크카드 사용액은 늘고 신용카드 사용액은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축소에 대한 반발이 큰 건 증세 ‘규모’보다 증세 자체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소득층이 증세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은 인원 비중은 연봉 2000만 초과~4000만원 이하가 39.1%, 4000만원 초과~6000만원 이하가 22.7%였다. 연봉 1억원 초과 근로자의 경우 4.6%에 불과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줄이면 ‘서민 증세’가 되기 때문에 반발이 크다”며 “공제를 축소·폐지할 경우 교육비·의료비 등 공제 혜택을 늘리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액이 크진 않다지만,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근로자들의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현금·체크카드로 결제 수단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소비자 불편이 커질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만만한 직장인 호주머니를 털어 세수를 채우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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