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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조세저항 우려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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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 축소를 검토하면서 봉급 생활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카드 소득공제는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 방지를 목적으로 1999년 도입됐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폐기되도록 한 일몰(日沒) 입법이었으나 매번 기간이 연장돼 왔다. 정부는 이미 정책 목표가 충분히 달성돼 혜택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도입 20년 가까이 되는 공제 제도의 축소는 대다수 직장인에게는 ‘사실상 증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카드 소득공제를 받은 근로자는 968만 명에 달한다. 납세자연맹은 공제가 폐지되면 연봉 5000만원 급여자의 경우 최고 5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자신들의 ‘유리 지갑’만 털리고 있다는 봉급 생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질 수 있다.

카드 공제 축소가 소상공인 전용 간편결제시스템인 ‘제로페이’에 힘을 싣기 위한 노림수라는 의구심까지 있다. 신용카드는 공제율을 줄이면서 제로페이는 40%의 소득공제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로페이 사용액은 올 1월 개인카드 사용액의 0.0003%에 불과할 정도로 외면을 받고 있다. 편리한 신용카드는 혜택을 줄이면서, 활용도 낮고 익숙하지도 않은 제로페이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늘린다는 데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박근혜 정부는 ‘고통 없이 거위 털 뽑기’ 운운하며 봉급 생활자의 소득공제 제도에 손댔다가 2015년 ‘연말정산 대란’까지 불러왔다. 정책 목표가 달성됐다는 지극히 정부 편의적인 이유로 카드 공제를 축소했다가 비슷한 조세 저항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를 피하려면 증세의 명분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국민의 동의부터 구하는 정공법이 필요하다. 손쉽게 직장인의 유리 지갑을 털기 전에 나눠주기식 재정 사업, 무분별한 복지, 선심성 정책 등에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부터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