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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마크]"죽어봐야 저승 맛 알겠냐" 文 저격수, 黃 저격수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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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친노’가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됐다. 17대 총선때 열린우리당 후보로 험지(險地)였던 부산에 출마해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독립운동 하는 심정”으로 부산 지역구(사하을)를 돌며 내리 세 번의 깃발을 꽂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엔 문재인 당시 대표에게 “죽어봐야 저승 맛을 알겠느냐”며 독설을 날렸고, 2016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으로 당적을 옮겨 4선에 성공했다. 입당 3년 만에 한국당 지도부로 발돋움한 조경태 최고위원의 특이한 이력이다.

지난 달 27일 열린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해 2위와 압도적 표차로 1위에 당선된 조 의원은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부터 전대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5‧18 폄훼발언’을 거론했다. “읍참마속하는 심정으로 지도부가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에서 굉장히 특이한 위상을 지닌 조 의원을 부산 지역구에서 밀착마크했다.

원조친노 조경태, 이번엔 황교안 저격수되나

6일 오후 2시 부산에 있는 지역사무실에서 조 의원의 최고위원 당선 축하모임이 열렸다. 60~70명의 당직자 앞에 서서 “국회의원 선서할 때 국가를 위해서 정치한다고 하지, 당을 위해 한다고 하지 않는다”고 말문을 연 조 의원은 “민주당의 패거리 정치가 싫어서 당을 나왔다. 야당이든 여당이든 자기편만 옹호하는 패거리 정치문화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한 지지자가 “국회의원 300명 중에 쓸 사람은 조경태 하나”라고 말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웃음과 박수가 쏟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5일 열린 의원총회에선 5‧18 문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지도부가 징계문제를 덮고 넘어가려는 것 아닌가.
그렇게 국민들을 궁금하게 하거나 실망을 주면 안 된다. 오히려 황교안 대표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의총도 빨리 열고, 징계가 보류됐던 의원들에 대해서도 빨리 윤리위를 열어 결정해야 한다. 당이 해결할 부분은 하고 나서 ‘가짜 유공자 명단’ 등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게 있다면 그때 풀어야 한다.
당사자인 김순례 최고위원을 두고 ‘최고위원 당선으로 이미 평가가 끝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당 안에서만 이 문제를 볼 것인지 전체 국민을 놓고 볼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어떤 것이 당과 국가를 위한 것인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경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중국발 미세먼지가 심각하다. 이 자료를 중국 대사관에 전달하겠다"고 발언하고 있다. 성지원 기자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경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중국발 미세먼지가 심각하다. 이 자료를 중국 대사관에 전달하겠다"고 발언하고 있다. 성지원 기자

전대 과정에서 ‘5‧18 발언’‧탄핵 정당성 논란 등으로 당의 우경화 논란이 일었다. 지지율이 조금씩 오르면서 당이 거기 안주하는 것 아닌가.
우리 당이 가장 경계해야 될 부분이다. 문재인 정권이 무능해도 우리가 현실에 안주하면 내년 총선에서 어렵다. 나를 1등 최고위원으로 만들어준 당원들과 국민들을 믿는다. 우리 당이 혁신해서 합리적 중도 개혁세력까지 통 크게 품는 정당이 되란 메시지다.
황교안 대표의 당직 인선을 두고 친박 위주라는 지적이 있다.
지도부 상견례 자리에서부터 특정 계파‧정파에 치우쳐진 느낌을 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고 할지 몰라도, 평가는 국민들이 하는 거다. 남은 인선에선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인사들이 나와야 한다.
어떻게, 무엇을 새롭게 바꾸잔 건가.
청년과 여성을 포함해 소외계층을 품는 개혁적‧진취적 인사를 해야 한다. 또 정부를 비판하되 반드시 대안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잘 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엔 적극적으로 협력해 국정운영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
6일 부산 다대포 어시장을 찾은 조경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에게 한 상인이 성게알을 먹여주고 있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조 의원을 "정이 들 대로 든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성지원 기자

6일 부산 다대포 어시장을 찾은 조경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에게 한 상인이 성게알을 먹여주고 있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조 의원을 "정이 들 대로 든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성지원 기자

오후 4시 부산 다대포 어시장을 찾은 조 의원을 본 상인들이 고무장갑을 벗고 달려나왔다. “축하한다. 모친은 좀 어떠시냐”고 안부를 묻는 상인들에게 조 의원도 “아드님은 어디 갔느냐. 어머니 치과 치료 받은 덴 좀 어떤가”라고 화답했다. 60여 개 가게에서 조 의원에게 데면데면한 반응을 보이는 상인은 없었다. 지나가던 차 1대가 조 의원을 알아보고 멈춰서더니 운전자가 인사를 건네는 일도 있었다. 싱싱한 성게알과 전복을 조 의원의 입에 넣어주며 “잘 좀 먹고 다니라”던 상인 강정순(73)씨는 “정이 들대로 든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민주당 땐 ‘빨갱이’ 소리까지 들으면서 지역운동을 했다. 지금 지지자들은 민주당 때부터 따라온 사람 절반, 원조 한국당원 절반”이라고 전했다.

이날 찾은 조 의원의 사무실 책상엔 아직도 16대 총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조 의원의 사무실 개소식을 찾아 축하 글을 남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이 꽂혀 있었다. 그는 13대 총선에 출마한 노무현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조 의원은 5일 한국당 지도부 신분으로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을 찾았다.

감회가 어땠나
남달랐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통합’을 통해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이상을 꿈꾼 정치지도자였다. 그런데 지금 여야를 통틀어 그 정신에 부합하는 정치인이 거의 없다. 자기편엔 관대하고 상대편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그런 정치가 잘못됐다고 꾸준히 말해왔단 점에서 나와 노 전 대통령이 닮았다.
6일 찾은 조경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의 부산 사하을 지역사무실 책상 한 귀퉁이에 16대 총선 당시 조 의원의 출마를 축하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꽂혀 있다. 성지원 기자

6일 찾은 조경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의 부산 사하을 지역사무실 책상 한 귀퉁이에 16대 총선 당시 조 의원의 출마를 축하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꽂혀 있다. 성지원 기자

민주당을 떠나 한국당에 온 결정적 계기가 뭐였나.
내가 속했던 정당이기 때문에 지금 와서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는 않지만, 민주당에선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았다. 자기 패거리는 다 옳고 상대편은 틀렸다는 패권적 사고가 있다.
지금 한국당엔 패권정치가 없단 건가.
민주당과 비교하면 내 의견을 개진하는 게 덜 부담스럽다. 물론 한국당에도 일부 패권적 행태가 엿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걸 깨기 위해 실천하는 모습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어느 당에 속해있든 정치인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새정치연합 시절 ‘문재인 저격수’로 불렸다. 당시 대표 문재인과 지금 대통령 문재인은 달라졌나.
아쉽게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보다 성숙한 의사결정을 바랐지만, 아직까진 그때의 독선적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제가 파탄인데 실패한 경제정책을 바꿀 생각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잘못된 정책이 있다면 깨끗이 시인하고 좋은 정책을 수용해야 한다. 제 식구 감싸기만 급급하면 안 된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보좌관은 "조 의원은 구두를 아예 안 신고 다닌다. 항상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독립운동하듯 부산을 돌았다"며 민주당 시절을 회상했다. 성지원 기자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보좌관은 "조 의원은 구두를 아예 안 신고 다닌다. 항상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독립운동하듯 부산을 돌았다"며 민주당 시절을 회상했다. 성지원 기자

조 의원이 부산대 토목공학과에서 박사학위까지 딴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그는 최근 들어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보 해체에 부쩍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그의 지역구에는 낙동강이 지난다.

정부의 4대강 일부 보 해체 결정은 어떻게 보나.
4대강 보 때문에 수질이 악화됐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예를 들어 소양강 댐을 보라. 갇힌 물인데 썩지 않았다. 그 댐을 해체해야 하나? 전 정권이 한 결정이라 해체한다면 상당히 잘못된 정책 오류다. 가뭄 등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보를 국민적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해체하는 작업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

조 의원은 황교안 대표의 첫 과제로 ‘탈계파’를 꼽았다. “황 대표가 정당생활을 한 적이 없어 특정 세력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조 의원은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앞으로는 지도부에서 쓴소리를 마다않는 ‘황교안 저격수’가 될까. 그에게 물었더니 웃으며 답했다. “너무 당연한 질문 아닌가요?”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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