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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월드] "내 콩팥도 드릴게요"···86세 페미 대법관에 美 열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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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위민스 컨퍼런스에 참석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 연방대법원 대법관. [로이터=연합뉴스]

위민스 컨퍼런스에 참석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 연방대법원 대법관. [로이터=연합뉴스]

“나는 반대한다.”

26년 동안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6)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장이다. 긴즈버그는 지난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명으로 대법관 자리에 오른 후 지금까지 소수의견을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오늘 여성의 날…소수·약자 위한 판결 앞장서온 '밀레니얼' 우상

긴즈버그의 '반대'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창이자 방패였다. 남녀 임금차별 금지, 동성결혼 합법화 등이 그가 앞장서서 이끌어낸 대표적 판결들이다. 타임지는 2015년 긴즈버그를 영향력 있는 100인 중 ‘우상’(icon) 부문에 선정했고, 지난해 12월 긴즈버그의 삶을 그린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On the Basis of Sex)’이 개봉했다. 올해엔 긴즈버그 다큐멘터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나는 반대한다(RBG)’가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도 올랐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자들)는 팔뚝에 긴즈버그 얼굴을 새기면서 그에게 열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긴즈버그가 대중문화 중심에 섰다”고 평하기도 했다.

한때는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고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로펌에 취직하지도 못했던 긴즈버그는 어떻게 미국 사회의 우상이 됐을까.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의 날을 맞아  "불리함을 극복하며 명성을 떨쳐온 여성"(긴즈버그 평전을 쓴 아이린 카먼의 말)의 삶을 들여다보자.

#삼진아웃 #두 번째 여성대법관 #불타는페미니스트  

2015년 타임지가 선정한 100인 '우상' 부문에 선정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사진 TIME 홈페이지]

2015년 타임지가 선정한 100인 '우상' 부문에 선정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사진 TIME 홈페이지]

긴즈버그가 1956년 하버드대 로스쿨에 들어갈 때만 해도 정원 540명 중 여성은 9명뿐이었다. 로스쿨 본관엔 여자화장실조차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도 긴즈버그는 두각을 보여 여학생 최초로 학술지 ‘하버드 로 리뷰’(Harvard law reiew) 활동을 했고, 이후 컬럼비아대 로스쿨로 옮겨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면서도 수석 졸업하는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취업은 어려웠다. 남성만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유대인’이라는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긴즈버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나는 유대인·여성·엄마라서 삼진아웃 당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럿거스대에서 강의하게 된 긴즈버그는 ‘여성과 법’이란 강의를 만들어 성차별관련 판례를 가르쳤고,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산하 여성권익증진단을 만들어 성차별에 맞서는 소송 변론을 맡았다. 임신했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 한 공군, 아내 없이 혼자 아이를 키워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남성 등을 변호해 당시 그가 대법원으로 가져간 소송 여섯 건 중 다섯 건이 승소했다.

이런 긴즈버그를 두고 ‘전투적인 페미니스트’라고 비하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움츠러들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자신을 ‘불타는 페미니스트(flaming feminist)’로 표현했고, 한 대법원 변론에선 “여성들에게 혜택을 달라는 게 아니다. 여성의 목을 짓밟고 있는 발을 치우라고 말하는 것뿐”이라며 당당히 맞섰다.

#20대의 우상 #Notorious R.B.G #콩팥도 드릴게요  

온라인에선 티셔츠, 머그컵 등 긴즈버그 얼굴이 그려진 기념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 Etsy 캡쳐]

온라인에선 티셔츠, 머그컵 등 긴즈버그 얼굴이 그려진 기념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 Etsy 캡쳐]

여성인권전문 변호사로 법조계 스타가 된 그는 80년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거쳐 93년 대법원에 입성해 샌드라 데이 오코너에 이은 미국의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됐다. 대법관이 된 후 여성의 버지니아 군사학교 입학 허용, 동성결혼 합법화 등을 이끌며 자유주의의 상징이 됐다.

지난 98년 릴리 레드베터가 남성 동료보다 월급을 적게 받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선 긴즈버그 홀로 성별에 따른 임금차별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2013년엔 과거 흑인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었던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 제4조를 두고 대법원이 위헌이라고 판단하자 긴즈버그는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을 앞에서 “투표권법 파괴에 앞장서는 이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오만”이라고 외쳤다.

밀레니얼세대는 이런 긴즈버그를 ‘악명높은 R.B.G’(Notorious R.B.G)라고 부르며 열광하고 있다. 이 애칭은 래퍼 ‘노터리어스 B.I.G’를 패러디한 애칭으로 뉴욕대 로스쿨생 샤나 크리즈닉이 존경과 애정을 담아 만든 긴즈버그의 팬페이지 이름이기도 하다. 이 별명은 SNS를 타고 퍼지면서 그의 얼굴을 담은 티셔츠, 에코백 등이 출시됐고 지난 1월엔 긴즈버그 립스틱까지 나왔다. 또 긴즈버그의 트레이너 브라이언트 존슨는 지난 2017년 ‘R.B.G 운동법’을 출간하기도 했다. 대중들이 155㎝ 작은 체구, 세 번의 암투병, 고령에도 불구하고 20년 간 운동하며 자기 관리를 철저히하고 있는 긴즈버그에 열광했기 때문이다.

건강관리를 위해 플랭크를 하고 있는 긴즈버그. 2017년엔 긴즈버그 운동법을 소개하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유튜브 캡쳐]

건강관리를 위해 플랭크를 하고 있는 긴즈버그. 2017년엔 긴즈버그 운동법을 소개하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유튜브 캡쳐]

지난해 11월 긴즈버그의 갈비뼈 세 개가 부러졌을 땐 너도나도 갈비뼈를 주겠다고 나섰다. 배우 알리샤 밀라노는 “내 갈비뼈를 가져가세요. 콩팥과 폐까지 드릴게요”라는 트윗을 남겼고 프리랜서 기자 로렌 듀카도 “내 모든 갈비뼈를 긴즈버그에게 기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긴즈버그가 폐암 수술을 받고 대법원에 돌아왔을 때 USA투데이 등 외신은 “전투에서 싸우기 위해 그가 돌아왔다”며 환영했다.

#5년 더 일할거야 #트럼프 때문?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9명. 왼쪽 아래부터 순서대로 스테판 브라이어, 클래런스 토머스, 존 로버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사무엘 알리토, 닐 고서치, 소냐 소토마이어, 엘레나 케이건, 브렛 케버노 대법관. [AP=연합뉴스]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9명. 왼쪽 아래부터 순서대로 스테판 브라이어, 클래런스 토머스, 존 로버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사무엘 알리토, 닐 고서치, 소냐 소토마이어, 엘레나 케이건, 브렛 케버노 대법관. [AP=연합뉴스]

긴즈버그를 향한 뜨거운 반응 뒤엔 미국 대법원 우경화에 대한 우려도 섞여 있다. 현재 대법관 9명 중 4명은 진보성향, 5명은 보수성향이다. 이 중 두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성향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다. 미국 대법관은 종신직이기 때문에 사망하거나 은퇴하지 않는 이상 대법관직을 유지할 수 있다. 긴즈버그가 은퇴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보수성향 대법관을 지명할 확률이 높다.

온라인매체 VOX는 “긴즈버그에 열광적인 반응은 트럼프 시대에 직면한 문제에 대한 불안감, 극단주의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아틀란틱은 “긴즈버그는 ‘안티 트럼프’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며 “오늘날 여성은 어느 때보다도 여성의 영향력과 목소리를 보여줄 인물에 굶주렸다”고 분석했다. 또 폴리티코는 긴즈버그의 삶을 담은 영화 두편이 연달아 개봉하는 것에 대해 “실망과 냉소의 시대에서 자유주의 영웅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고 평했다. 혐오와 차별이 넘치는 트럼프 시대에 대중들이 원했던 인물이 긴즈버그라는 뜻이다.

여론을 의식한 듯 긴즈버그는 당분간 은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존 스티븐스 대법관이 90살에 은퇴했으니 나도 최소 5년은 더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이너리티에서 사회의 아이콘이 된 긴즈버그. 앞으로 대법관 자리를 지키는 동안 긴즈버그는 또 어떤 판결로 세상을 바꿔나갈까.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R.B.G

젊은이들의 우상이된 긴즈버그에 대한 퀴즈를 풀어봅시다.

A

Q1 : 2015년 긴즈버그는 타임지가 선정한 100인 중 어느 부문에 선정됐을까요?

정답 : 4번 우상(Icons) ( 2015년 타임지는 긴즈버그를 우상(Icons) 부문 인물로 선정했습니다. )

Q2 : 1993년 긴즈버그를 연방대법원 대법관으로 지명한 대통령은?

정답 : 2번 빌 클린턴(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긴즈버그를 대법관으로 지명해 그는 미국에서 역대 두번째 여성 대법관이 됐습니다. )

Q3 : 미국 밀레니얼 세대가 만든 긴즈버그의 애칭은?

정답 : 3번 악명높은 R.B.G( 래퍼 Notorious B.I.G를 패러디한 '악명높은 R.B.G', Notorious R.B.G 입니다 )

Q4 : 긴즈버그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우리나라 제목은?

정답 : 1번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 정답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입니다. 국내에선 오는 3월 28일 개봉예정입니다. )

문제 중 문제 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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