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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15형 ICBM시설 “산음동 움직임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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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 관련 핵심 시설인 평양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에서 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특이 동향이 포착됐다고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밝혔다. 6일 야당 측 정보위원에 따르면 서 원장은 전날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물자 운송용 차량의 활동이 포착돼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실상 미사일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평양 산음동 연구단지는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급 화성-15형 등 ICBM 2기를 생산한 핵심 군사시설이다. 북한의 산음동 움직임이 지난달 28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시작됐는지, 그 이전 부터 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국정원이 보고에서 “예의주시 중”이라고 밝힌 만큼 현재 진행형임은 분명해 보인다.

서훈 국정원장 정보위 보고 #“물자 운송 차량 활동 예의주시” #CSIS, 하노이 결렬 뒤 동창리 관측 #“타워 덮개 열리고 발사대 보여”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산음동 연구단지는 미사일을 조립·생산하고 테스트하는 곳으로 발사 기지인 동창리보다 상위”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내놓은 ‘영변 핵시설+α’ 리스트에도 산음동의 ICBM 관련 시설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의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평양 산음동의 한 무기공장에서 액체연료를 쓰는 ICBM을 제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인 비핵화 대신 ICBM 관련 시설 폐쇄와 금강산 관광사업 및 개성공단 재개를 주고받는 ‘스몰 딜’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을 정도로 미국은 산음동 시설을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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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도 재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5일(현지시간)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평양 정상회담에서 동창리 시험장의 완전한 해체와 파괴를 검증하기 위해 국제 전문가를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CSIS는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를 통해 “이달 2일 촬영한 상업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이 서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을 신속히 재건하고 있다”며 “움직임은 수직 엔진시험대와 발사대의 궤도식 로켓 이동 구조물에서 눈에 띄며 주로 닫혀 있던 연결 타워의 덮개도 열려 발사대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 촬영 시점은 하노이 회담 종료 이틀 후다. CSIS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으로 불리는 이곳은 지난해 8월 이후로는 활동이 중단돼 있었다”면서 “활동 재개는 고의적이고 목적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하노이 회담에서 5개의 유엔 제재를 풀어 달라는 북측 요청을 미국이 거부한 상황에서 북한이 모종의 결심을 보여주려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서훈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계속해서 정상 가동”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뒤 “북한은 핵무기 시험도, 미사일 발사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따라서 동창리 복구 움직임은 미국엔 북한이 강대강으로 대미 벼랑 끝 전술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도 앞서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지난 몇 달 동안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위에 쌓여 있던 자재들이 모두 치워졌고, 엔진 지지 구조물도 다시 조립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2대의 지지 크레인이 이 건축물에서 관찰됐으며, 벽이 세워지고 새로운 지붕도 추가됐다는 것이다. 앞서 서훈 국정원장도 국회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철거 시설 일부가 복구되는 징후가 있다”며  “향후 미국 측 검증단이 시설을 폭파할 때 대단한 시설을 없애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이거나 회담이 잘 안 됐을 경우 장거리 미사일을 재개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고 복수의 정보위원이 전했다.

한편 서 원장은 국회에서 북한이 지난해 6월 제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우라늄 농축시설은 (계속해서) 정상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서 원장은 “북한의 영변 5㎿ 원자로는 지난해 말부터 중단돼 재처리시설은 현재 가동 징후가 없다”면서 이같이 보고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4일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발표한 분기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중에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한 징후가 있다”고 보도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농축 우라늄만 확보하고 있으면 영변 핵시설을 폭파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단기간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계속하는 한 비핵화 의지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과 정보기관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 이외 지역에서도 고농축 우라늄을 연간 80㎏ 정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영변 핵시설의 비중은 북한의 전체 핵시설의 50~80% 정도로 보고 있다.

강혜란·유성운·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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