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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소질 계발과 능력 개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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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경기 불황 등으로 앞날이 불확실해지자 직장인들이 올해 소망으로 자기 계발을 최우선으로 꼽았다는 기사가 나간 적이 있다. 지난해 동일한 설문조사에서는 건강 관리가 1위로 꼽힌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한다. 자기 계발 가운데는 외국어 습득과 자격증 취득이 1위를 했다고 한다.

이처럼 무언가 능력을 끌어올리는 일을 일컬을 때 ‘계발’ ‘개발’ 가운데 어떤 것을 써야 하는지 헷갈린다. ‘계발’과 ‘개발’은 비슷한 의미를 지닌 유의 관계의 단어로, 어느 정도 뜻이 비슷하긴 하지만 상호 간에 의미 차이가 없지는 않다.

‘계발(啓發)’은 ‘상상력 계발’ ‘소질 계발’ 등처럼 슬기나 재능, 사상 등을 일깨워준다는 의미로 쓰인다. ‘개발(開發)’은 토지나 천연자원 등을 유용하게 만들거나 산업·경제 등을 발전하게 하는 일에 쓰인다. 새로운 물건을 만들거나 새로운 생각을 내어놓을 때도 ‘개발’이 사용된다. ‘자원 개발’ ‘산업 개발’ ‘신제품 개발’ 등처럼 쓸 수 있다.

두 단어는 상태를 개선해 나간다는 점에서 의미상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의미만으로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사용되는 문맥을 비교해 보면 ‘계발’의 사용 범위가 더 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단어의 가장 큰 차이는 ‘무언가를 물리적으로 이루어내는가’에 있다.

물리적으로 이루어내는 일을 의미할 때엔 ‘개발’을 써야 한다. 따라서 “남해상에 유전을 계발하고 있다”고 하면 잘못된 표현이 된다. 이 경우 ‘유전 개발’이라고 해야 한다. 이에 비해 ‘창의성 계발’과 같이 뭔가 깨우침을 주는 일에는 ‘계발’이 어울린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인간의 내면이나 정신세계와 관련돼 있다고 해서 모두 ‘계발’이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개발’에는 ‘능력 개발’처럼 지식이나 재능 등을 발달하게 한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 능력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데 방점이 찍혀 있으면 ‘계발’,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은 ‘개발’이라 생각하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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