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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팩트체크]탈원전과 미세먼지 논란… LNG는 친환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왼쪽 두번째)으로부터 미세먼지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왼쪽 두번째)으로부터 미세먼지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최악의 미세먼지 공습이 연일 계속되면서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엔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석탄 화력 발전을 줄이고 대체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 배출이 늘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해명자료를 내고 “LNG 발전의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은 석탄 발전의 3분의 1,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석탄 발전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원전 발전 비중을 감축한 만큼 신재생 발전 비중이 증가하고 석탄 발전 비중이 감소하면서 미세먼지는 줄어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미세먼지 논란의 신빙성을 따져봤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먼저 연료별 발전 비중부터 살펴봐야 한다. 한국전력 전력 통계 속보에 따르면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9.9%에서 지난해 23.4%로 줄었다. 같은 기간 석탄 발전 비중은 39.5%에서 41.8%로 늘었고, LNG 발전 비중은 22.3%에서 26.8%로 늘었다. 여기서 LNG 발전 비중이 늘어난 건 LNG가 탈원전의 ‘가교’ 역할을 하는 연료이기 때문이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에너지대학원장은 “정부가 원전 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기로 했지만 신재생에너지로 현재 전력 수요를 곧바로 충당할 수 없다”며 “청정 에너지로 평가받는 LNG 발전이 ‘에너지 가교’ 역할을 떠맡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렇다면 LNG는 미세먼지를 덜 발생시키는 친환경 에너지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석탄 발전과 비교하면 맞지만, 원전과 비교하면 아니라서다. 산업부에 따르면 석탄 발전을 통해 1메가와트시(㎿h)의 전력을 생산할 경우 오염물질(황산화물ㆍ질소산화물ㆍ먼지 등) 561g, 초미세먼지 120g이 발생한다. 반면 LNG 발전은 오염물질 171g, 초미세먼지 15g이 나온다. 최우석 산업부 전력산업과장은 “2017년 기준 석탄 발전의 연간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2.7만t으로 발전소에서 배출한 미세먼지의 90%가량을 차지하지만 LNG 발전은 1690t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가교' LNG 석탄보단 친환경, 원전엔 못 미쳐

하지만 청정에너지로 알려진 LNG 발전도 석탄 발전과 마찬가지로 연료를 연소시켜 얻어낸 에너지로 회전기(터빈)를 회전시켜 전기 에너지를 얻어내는 ‘화력’ 발전의 일종이다. 다만 연료가 석탄인지, 가스인지의 차이다. LNG도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ㆍ황산화물이나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 발전소 노후도에 따라 석탄 발전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를 내뿜기도 한다. 2017년 기준 경기도 분당LNG 발전소는 1㎿h 전력을 만드는 데 초미세먼지 46g을 배출했다. 석탄 발전소 중 미세먼지를 가장 적게 배출한 삼척그린파워(16g)의 3배 수준이다.

원전과 비교하면 더 대비된다. 우라늄 핵분열을 통해 만드는 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원전은 미세먼지 배출량이 ‘0’이다. 또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발생이 가장 적다. 한국원자력학회에 따르면 킬로와트시(㎾h) 전력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석탄 발전은 약 1000g, LNG는 490g이다. 하지만 원자력은 15g으로 나타났다. 석탄의 66분의 1, LNG의 32분의 1 수준이다. 우정헌 건국대 기술융합공학과 교수는 “대기 오염 측면에서 LNG가 석탄 발전과 비교해 친환경적이지만, 원전에 비해선 (친환경성이)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무공해’ 발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미세먼지 배출량을 추산할 때 쓴 ‘미세먼지 전환계수’도 논란거리다. 미세먼지 배출량은 발전소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배출량에 전환계수를 곱해 산출한다. 전환계수는 2017년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을 내놓을 때 전문가 의견을 참고해 결정했다. 그런데 이 계수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경우 질소산화물 전환계수가 0.079인데 유럽연합(EU)은 0.68일 정도로 편차가 커서다.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의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LNG 발전소에서 질소산화물 1000g이 나올 때 한국에선 초미세먼지가 79g, EU는 680g 배출된다고 보는 식인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유럽 미세먼지 전환계수를 적용하면 LNG 발전은 미세먼지 해결사가 아니라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정용 환경부 미세먼지 대책 태스크포스(TF) 팀장은 “미세먼지 전환계수는 국가별 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 미세먼지 농도, 기상 조건 변화를 반영하는 식으로 전환계수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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