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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플라스틱 코리아, 이젠 안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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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민욱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민욱 사회팀 기자

김민욱 사회팀 기자

쓰레기는 자기가 무슨 ‘언덕’인 것처럼 서 있었다. 생리대·변기·신발·고무장갑·토사·콘크리트 등 온갖 쓰레기가 폐비닐과 뒤섞인 채였다. 지난달 충남 당진항 야적장에서 3500t 규모의 ‘쓰레기 언덕’을 처음 찾았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지방의 한 폐기물처리업체가 ‘베트남 수출용’이라며 쌓아 놓은 사실도 확인했다. 기사가 보도된 이후 독자들의 반응은 비판적이었다.   “양심이 있나 부끄럽다” “나라 망신이다”부터 “폐기물 수출을 명목으로 해외에 투기하는 범죄”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당진시는 현재 폐기물 처리절차를 밟고 있지만 언제 치워질지는 기약이 없다.

이는 당진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가 도내 폐기물 관련 사업장 583곳을 특별점검해 5일 공개한 결과를 보면, 83곳에서 87건의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폐기물 보관기준 위반 24건, 허가·신고(변경) 미이행 13건, 불법소각 등 처리기준 위반 8건 등이다. 최근 미국 CNN은 국내 경북 의성의 ‘쓰레기 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러면서 한국의 과도한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을 지적했다. ‘플라스틱 대국’의 민낯이다. 이젠 쓰레기를 수출하기도 쉽지 않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2017년 7월 중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세계의 쓰레기통이 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여기엔 왕지우랑(王久良) 감독의 2016년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塑料王國)’가 큰 역할을 했다.

영화는 중국 산둥성(山東省)의 한 시골 마을의 모습을 담았다. 마을의 11살 소녀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떠 있는 구정물에 빗을 적셔 머리를 빗는다. 마을 안 플라스틱 처리 공장 굴뚝 위로는 지독한 연기가 연신 뿜어져 나오고 쓰레기 더미 밑으로는 침출수가 흐른다. 영화가 나온 이후 폐기물 수입금지 움직임이 중국은 물론 동남아 국가들도 확산하고 있다.

플라스틱 제품의 과도한 생산·소비를 고치는 것만이 실질적인 해법이라고 환경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앞서 지난달 정부 당국은 쓰레기 처리 문제가 불거지자 소각 규제 등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오염물질의 배출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는 게 그린피스의 설명이다.

물론 ‘플라스틱 코리아’와의 결별은 쉽지 않다. 그래도 이젠 갈라설 때다. 일상생활에서 작은 실천부터 해보면 어떨까. 외출 시 면주머니를 챙기면 불필요한 비닐봉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텀블러에 스테인리스 빨대도 함께해보자. 손수건도 환경보호를 위한 필수품이다.

김민욱 사회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