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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의 경고] 미세먼지·오존과 전쟁…30년 뒤 거리엔 우주인 헬멧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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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① 기후 -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2017년 11월 인도 뉴델리의 밤거리.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매연으로 가득차 앞이 제대로 분간도 되지 않는 거리를 달리고 있다. 인도 특히 뉴델리에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세계 최악의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현재의 에너지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오늘날 인도와 같은 환경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AP=연합뉴스]

2017년 11월 인도 뉴델리의 밤거리.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매연으로 가득차 앞이 제대로 분간도 되지 않는 거리를 달리고 있다. 인도 특히 뉴델리에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세계 최악의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현재의 에너지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오늘날 인도와 같은 환경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AP=연합뉴스]

‘저는 2019년 2월에 태어난 올해 31살의 직장인입니다. 오늘은 2050년 8월1일 오후 2시, 서울 도심 온도가 섭씨 43도까지 올랐습니다. 게다가 사흘 연이어 찌는 듯한 폭염입니다. 오존 경보는 이제 일상화가 됐습니다. 도심은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볕뿐 아니라, 빌딩마다 내뿜고 있는 에어컨 실외기 열기까지 더해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나마 간혹 보이는 교통경찰들도 우주인의 그것과 닮은 헬멧을 쓰고 있습니다. 더위는 물론 미세먼지에 오존과도 종일싸워야 하는 이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보급된 냉방 및 호흡기 보호용 특수헬멧입니다. 매년 여름철이면 주변 고령의 어르신들 부고(訃告)가 많이 들려옵니다. 물론, 살인적 더위 때문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도 해가 갈수록 더 더워질 거라는 겁니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이미 돌이킬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버렸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30년 전에도 문제였다고 들었습니다만, 요즘은 더 늘어나고 더 심각해졌습니다.’  

국회미래연구원의 중장기 미래예측을 바탕으로 2050년 미래에서 보내온 가상의 편지다. 13개 분야 예측 중 첫째인‘기후변화와 환경 분야 예측’에 따르면, 2050년 한반도는 환경 재앙 수준이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 심각하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단, 지금의 추세대로 갈 경우를 가정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

8월 서울 온도 43도까지 올라 #헬멧, 냉방·호흡기 보호용으로 #탄소제로 사회로 과감한 전환 #도시 녹지와 공원 면적 더 늘려야

경기도 수원, 안산, 안양 등 중부권에 초미세먼지(PM 2.5) 경보가 발령된 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봉영로 일대가 뿌옇다. [연합뉴스]

경기도 수원, 안산, 안양 등 중부권에 초미세먼지(PM 2.5) 경보가 발령된 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봉영로 일대가 뿌옇다. [연합뉴스]

한반도 평균기온은 2019년 대비 2.8도 상승해 13.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의 폭염일수는 2021년 2.8일이던 것이 2050년에는 26.6일로 증가한다. 폭염과 대기오염이 정체가 겹칠 때는 야외활동을 거의 할 수 없는 숨 막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기온 상승과 함께 문제가 되는 게 오존농도다. 오존은 눈과 코를 자극하고, 농도가 높아질수록 기도와 폐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아직 큰 문제가 안 되지만, 2050년엔 미세먼지를 넘어서는 불안 거리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60년대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미세먼지와 오존 노출에 따른 조기 사망자 수가 현재의 중국 수준(100만명당 662명)보다 높은 100만명당 1109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해졌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14년 1대5이던 플라스틱 폐기물과 바닷물고기 비율은 2050년엔 1대1까지 늘어난다.

무엇이 우리의 미래를 이토록 암울하게 바꿔놓을까. 연구팀은 한반도의 기후변화와 환경의 변화를 결정짓는 5가지 중요한 동인(動因)을 꼽았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한반도의 온난화 ▶폭염ㆍ한파ㆍ태풍 등 극한 기상현상 ▶미세먼지 발생 ▶플라스틱 폐기물의 생산 ▶녹지면적의 증감이 그것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이 다섯 가지 동인을 우리가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낙관적으로 변할 수도 있고 디스토피아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럼 2050년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미래 모습은 뭘까. 유엔 산하‘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피할 수 없는 상수가 되고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미래는 기후변화가 기회가 되는 시나리오다. 개발면적이 줄어들고 녹지가 늘어나서 생태계가 회복되고, 이상기상이 빈발하는 환경에서도 취약계층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충분하여 기후변화 대응 역량이 높아진다. 미세먼지가 줄어들어 국민의 야외활동이 늘어나고 생태계 서비스 향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 자원순환기술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녹색산업이 산업발전의 주요한 동력이 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미래를 바꿀 개혁과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탄소제로 사회로의 과감한 전환’이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IPCC 총회에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100년까지 1.5도로 제한하기 위한‘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195개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특별보고서는“앞으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며 “2050년까지 대기의 이산화탄소 제거를 통해 잔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수소ㆍ원자력ㆍ풍력ㆍ태양광ㆍ지열 등 저탄소 에너지 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은‘파리기후협정’에 따라 2030년에 배출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전망치(8억5100만t)보다 37%(3억1500만t)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의 정책 수준으로는 2050년의 탄소제로 사회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게 미래연구원의 예측 결과다. 석탄발전소와 원전의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발전의 비중을 늘려가겠다는 현 정부의 에너지 비중 변화 정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기후변화와 환경 분야 예측 연구를 주도한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세계 경제포럼에서 제시한 2019년 세계를 위협할 10대 위험 중에서 6가지가 기후변화와 환경에 관련된 것”이라며 “현재의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자연환경을 훼손시키는 개발을 지속할 경우 인류 전체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가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뉴델리의 11월은 한 낮의 해도 뿌연 매연 속에 희미한다. 2017년 11월 한 학생이 육교를 건너가고 있다.[AP=연합뉴스]

인도 뉴델리의 11월은 한 낮의 해도 뿌연 매연 속에 희미한다. 2017년 11월 한 학생이 육교를 건너가고 있다.[AP=연합뉴스]

최 소장은 또 “전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과감하게 탈(脫) 원전 정책을 추진하면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개편이 필요하고 기존 주력산업의 반발과 갈등이 불가피하다”며“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에너지 전환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밝힌 다른 개혁과제는 도시의 녹지와 공원면적을 더 늘리고, 폐기물의 발생량을 더 줄이는 등 녹색사회를 위한 강력의 규제와 생활양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온실가스는 물론, 미세먼지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협력의 강화와 앞선 노력 또한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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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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