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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선진국 문턱 넘었지만 체감 힘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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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승철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선진국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면서다.

지난해 1인당 GNI 3만1349달러 기록 #2006년 2만 달러 돌파 이후 12년만 #세계 7번째로'30-50 클럽' 이름 올려 #실제 가계 소득과는 온도차도 존재 #4만 달러 고지 밟기에는 갈 길 멀어

 한국은 인구 5000만명 이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국가로 이뤄진 ‘30-50 클럽’에도 세계에서 7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1349달러로 전년(2만9745달러)보다 5.4% 늘었다. 달러 기준으로 2006년(2만795달러) 2만 달러를 돌파한 뒤 12년만에 3만달러 고지에 올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통계다. 한 나라 국민의 생활 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로 쓰인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일반적으로 선진국 진입 기준으로 여겨진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인당 GNI가 3만달러를 넘는 국가는 28개국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는 23개국밖에 없다.

 한국보다 인구가 많거나 비슷한 나라(인구 5000만명 이상) 중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웃도는 곳은 6개국뿐이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다.

 이들 중 1인당 GNI가 가장 높은 곳은 미국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의 1인당 GNI는 5만8270달러를 기록했다.

 4만달러가 넘는 곳은 독일(4만3490달러)과 영국(4만530달러)다. 일본은 6개국 중 가장 빨리 1992년 3만 달러, 95년에 4만 달러 고지를 밟았지만 현재는 3만 달러대(3만8550달러)에 머물고 있다. 2004년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진입한 이탈리아(3만1020달러)는 간신히 턱걸이를 하는 수준이다.

 국민 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도약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국가마다 제각각이다. 일본과 독일은 5년, 미국과 호주는 9년이 걸렸다. 영국은 11년,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14년이 걸렸다.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 뿐만 아니라 환율 등 여러가지 요인이 1인당 GNI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민소득 3만 달러는 달성했지만 축포를 터뜨리기에는 찜찜한 부분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실제 체감과의 온도차다. GNI는 기업소득과 정부소득까지 합산되는 탓에 실제 가계 소득과는 차이가 있다.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이유다.

 실제 가계 소득만 따져보려면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 지수를 살펴야 한다. 2017년 기준 1인당 PGDI는 1만6573달러(1874만원)에 불과하다. 1인당 GNI의 60%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나라 경제가 성장하며 기업과 정부의 주머니는 두둑해졌지만 가계 소득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미치지 못한 탓이다. 정부와 기업의 곳간은 찼지만 가계는 가난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득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소득5분위 배율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커졌다.

 이런 온도차는 실제 지표로도 드러났다. 물가를 감안한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3.0%(전년 대비)를 기록했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1.1%) 이후 2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질 GDP 성장률이 같더라도 명목 GDP 성장률이 낮으면 개별 경제주체가 느끼는 성장률은 낮다. 물가를 감안하면 가계나 기업의 소득이나 이익은 실제로 덜 늘어나서다.

 소득의 실질 구매력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실질 GNI는 1년전보다 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2.7%)에 훨씬 못미친다.
 한국은행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교역 조건이 악화되며 실질 무역이익이 줄어든 영향”이라며 “실질 GDP를 밑도는 실질 GNI는 소득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12년 만에 3만 달러 문턱은 넘었지만 4만 달러 고지로 향하는 여정은 ‘고난의 행군’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끌고 갈 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어서다.

 반도체와 조선 등 주력 산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현재 연 2.8~2.9% 수준인 잠재성장률도 더 떨어질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민소득 3만 달러에는 진입했지만 환율 등의 요인으로 인해 후퇴할 수도 있다”며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찾아 성장률을 끌어올려야만 1인당 GNI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까지 갈 수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장하는 혁신 성장 등을 위한 분위기와 제도적 기반 등을 만들어 투자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한 경쟁력 제고 등도 국민소득 4만 달러 도약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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