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 노후 생활비 얼마 필요? 당신은 이미 알고있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영의 은퇴지갑 만들기(4)

은퇴설계 상담을 하기 전에 예상 은퇴생활비와 실제 은퇴자산을 파악해두어야 한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은퇴설계 상담을 하기 전에 예상 은퇴생활비와 실제 은퇴자산을 파악해두어야 한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지난 회에서 금융기관에 가 은퇴설계 상담을 하기 전에 우선 두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하나는 은퇴생활비로 어느 정도 쓸지를 계산해 알아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가지고 있는 은퇴자산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몇 가지 부연 설명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은퇴 후 월 250만원을 쓰려면 은퇴자산이 7억 5000만원이 필요하다는 말에 대해 은퇴 후 월 생활비가 무슨 250만원이나 되고 7억 5000만원이 어디 있느냐는 댓글이 많았다. 은퇴 후 생활비 월 250만원은 국민연금연구원이 우리나라 45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평범한 은퇴생활에 필요한 부부 기준 생활비가 얼마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평균한 수치다.

은퇴생활비, 평균의 함정 조심

이 조사에서 건강하게 노년을 보낸다고 가정할 경우 필요한 부부의 최소 생활비도 월평균 176만원이라는 평균치가 나왔다. 우리나라 55세 이후 인구를 1400만명이라 보면 대략 700만명은 월 250만원보다 작게 쓰고, 700만명은 월 250만원보다 많이 쓴다는 답변이었다. 생활비는, 특히 은퇴생활비는 어느 연령대보다도 개인차가 크다. 이 때문에 은퇴설계를 할 때 단순하게 평균 은퇴생활비를 그대로 쓰지 말고 본인의 생활스타일을 반영해서 추정해야 한다.

은퇴생활비를 추정할 때는 평균치를 그대로 쓰는 것보다 본인의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 은퇴자산은 국민연금, 주택연금 등 미래에 받을 돈도 포함한다. [자료 국민연금연구원, 제작 조혜미]

은퇴생활비를 추정할 때는 평균치를 그대로 쓰는 것보다 본인의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 은퇴자산은 국민연금, 주택연금 등 미래에 받을 돈도 포함한다. [자료 국민연금연구원, 제작 조혜미]

여기서 은퇴자산의 개념도 지금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받을 국민연금이나 다른 연금까지 다 합쳐서 계산한다. 예를 들어 부부가 은퇴생활비를 월 100만원으로 30년 동안 쓰더라도 필요한 은퇴자산은 단순하게 합해도 3억 6000만원이 된다.

그런데 국민연금으로 월 50만원을 받는다면 그것만 해도 30년 동안 쓸 1억 8000만원의 은퇴자산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나머지 1억 8000만원만 있으면 되고, 연금이나 저축이 없어도 작은 집이 있다면 주택연금으로 받는 등의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보험상품을 팔기 위해 은퇴자산을 필요 이상으로 부풀리는 방법으로 위기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은퇴이슈로 업계에서 무분별한 보험이나 투자상품 영업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은퇴자의 경우 현실적으로 보험상품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단지 은퇴생활에 필요한 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산이 부족한지 또는 넉넉한지를 파악해야 미리미리 대응할 수 있다. 그래야 마음 편하게 은퇴생활 하든지, 아니면 힘들어도 나가서 일하든지, 아니면 자산을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든지, 아니면 자녀 줄 것을 줄이든지, 그것도 아니면 은퇴생활비를 더 줄여 쓰든지 미리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생활에 필요한 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산이 부족한지 또는 넉넉한지를 파악해야 미리 대응할 수 있다. [중앙포토]

은퇴생활에 필요한 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산이 부족한지 또는 넉넉한지를 파악해야 미리 대응할 수 있다. [중앙포토]

셋째는 은퇴자가 모두가 은퇴설계 상담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 은퇴자산과 은퇴생활비를 파악해 부족하지 않겠다 싶거나, 그냥 생활비 줄여 쓰면 된다고 판단했다면 굳이 금융기관 찾아가 은퇴설계 상담을 할 필요는 없다. 은퇴설계는 모두 해봐야 하지만 금융기관에 직접 가 받는 상담은 은퇴자산 운용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좀 더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다.

이제 은퇴설계를 위한 준비운동도 했고 첫 단추도 끼웠다면 어디에서 은퇴설계를 해 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그 금융기관의 은퇴설계시스템과 상담할 직원이다. 금융기관들의 은퇴설계시스템은 단순 계산기 수준부터 AI 수준까지 매우 다양하다. 또 체계적으로 상담해 주는 직원이 있지만, 기계적으로 처리해 주는 직원도 많다.

심지어 은퇴설계보다는 상품 파는데 열심인 직원도 있다. 더욱이 요즈음은 은행들이 지점과 인력을 줄이는 추세라 VIP도 아닌 일반고객이 한 시간 넘게 걸리는 은퇴설계를 요구하기가 민망하다. 그래서 효율적인 은퇴설계 상담을 받으려면 몇 가지 확인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은퇴설계시스템에서 필요한 자세한 분석까지 해 줄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4가지의 분석기능을 가진 시스템으로 은퇴설계를 해야 한다. 먼저 시작할 때 입력사항이다. 연금이나 예·적금뿐만 아니라 투자한 돈, 보험에 든 돈, 부동산 관련 자산, 사업소득, 각종 대출 등과 기간별 은퇴생활비, 자녀 자금, 병원비 대비자금, 사업자금 등도 세부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은퇴설계 상담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의 은퇴설계시스템과 상담 직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을 받기 전, 미리 확인하고 가야 할 부분이 있다. [사진 pixabay]

은퇴설계 상담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의 은퇴설계시스템과 상담 직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을 받기 전, 미리 확인하고 가야 할 부분이 있다. [사진 pixabay]

둘째는 예상 은퇴 기간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이 언제 어떻게 변하는지 월별로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은퇴설계에서 궁극적으로 알고 싶은 것은 결국 은퇴생활 기간 내에 어떤 식으로 돈이 들어오고 얼마나 나가게 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추정치이다. 이게 파악되어야 어떤 대응책을 쓸지 결정할 수 있다.

감수할 위험에 관한 기준 정해야

셋째는 은퇴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자산배분 방법을 제시할 때 내가 감수해야 할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그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산 상황이나 시장의 상황, 자산 배분의 방식 등을 수시로 바뀌어도 바로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가를 알아봐야 한다. 은퇴설계는 우주선을 달나라로 보내는 것과 같다. 달로 가는 동안 수많은 변수가 생기고 이를 적절히 반영해 조정해야 무사히 달에 안착할 수 있다.

실제로 은퇴 전후 시점에서 확정된 사항이 별로 없다 보니 은퇴생활 기간에 생각도, 시장 상황도 계속 바뀌기 때문에 수시로 운용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체계는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금융기관에 가서 이러한 내용을 모두 확인하고 은퇴설계 상담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해당 금융기관에 가서 은퇴설계 후 받아보는 점검결과표가 몇 페이지 정도인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간단한 몇장짜리도 있지만 앞서 말한 내용을 자세히 분석하려면 대략 20페이지 정도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이렇게 은퇴설계를 해서 나오는 은퇴설계 점검보고서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판단을 할 때 사용해야 하는지를 하나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김진영 은퇴자산관리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