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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남북 협력사업, 속도 내라" 野 "국제공조 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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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 관계 발전을 통해 북ㆍ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주길 바란다”며 “특히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된 남북 협력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악수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악수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강경화 외교, 조명균 통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하노이 회담에 대한 평가와 대응책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북ㆍ미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철도연결ㆍ개성공단과 같은 남북경협 사업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차 북ㆍ미회담이 결렬된 다음날인 지난 1일 3ㆍ1절 경축사에서도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이낙연 총리를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에게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입장 차이를 정확히 확인하고 그 입장 차를 좁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주길 바란다”며 “북ㆍ미 실무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서도 함께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3ㆍ1절 기념사에서 제시한 신한반도 체제의 개념을 분명하게 정립하고 실천가능한 단기적, 중장기적 비전을 마련해달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서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서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특히 문 대통령은 “우리가 중재안을 마련하는것 보다 더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어렵게 여기까지 왔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다”라며 “북미 모두 대화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인내심을 갖고 이탈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차 북ㆍ미회담은 결렬됐지만 그동안 북ㆍ미 양국이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가 논의했고 ▶부분적인 경제 제재 해제를 논의했으며 ▶북한내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의의 불발에도 불구하고 양 정상이 신뢰를 표명하고 대화를 통한 타결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에 시간이 점 더 걸릴지라도 더 큰 합의로 가는 과정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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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고, 제재나 군사 훈련 강화 등에 의한 대북 압박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제 제재와 별개로 뭔가를 도모하자는 게 아니라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 ‘제재의 틀 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과 남북간 군사 대치 해소와 공동어로 확대 등 북미간 교착을 푸는 선순환이 될 수 있는 것부터 노력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와관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여야 5당 대표 모임에서 “하노이 회담 직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달라고 7차례나 당부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러나 야권에선 “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안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외통위원장인 강석호 한국당 의원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게 드러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공조에 역행하는 듯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방위 한국당 간사인 백승주 의원도 “이미 정부 스스로도 현 제재하에선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가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은 본인 지지자들과 북한을 향한 메시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아직 하노이 회담에 대한 양측의 설명도 제대로 듣지 않은 상태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미국에 요청하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앞서가는 측면이 있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것만 미국에 전달한다면 한국의 입지만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희ㆍ김준영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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