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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네이버에 "인재 빼앗지 마세요"···카카오의 뼈있는 농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구직난' 대신 '구인난' 벌어지는 판교

신분당선 판교역에 설치된 카카오페이의 구인 광고물. [사진 카카오페이]

신분당선 판교역에 설치된 카카오페이의 구인 광고물. [사진 카카오페이]

신분당선 판교역에 설치된 게임업체 컴투스의 구인 광고물. 이수기 기자

신분당선 판교역에 설치된 게임업체 컴투스의 구인 광고물. 이수기 기자

#지난달 28일 신분당선 판교역. 역에 내리자 카카오페이의 경력직 공채를 알리는 대형 광고물이 눈에 띄었다. 플랫폼을 빠져나와 마주치는 기둥엔 ‘게임회사인 컴투스가 게임프로그래머를 구한다’는 구인 광고물이 설치돼 있다. 판교역에서 판교테크노밸리 쪽으로 나가는 에스컬레이터 옆 벽면은 카카오페이의 차지였다. 직원들의 목소리를 빌어 카카오페이란 기업을 소개하는 내용의 홍보물을 촘촘히 설치했다.

카카오페이나 컴투스 등이 지하철 판교 역사에 구인 광고물을 설치한 건 판교역을 오가는 역량 있는 개발자 등을 노리고서다. 이들 ‘잠재 지원자’들을 위해 광고 하단에는 QR코드 등을 심어 놓았다. 스마트폰만 들고 있다면 채용과 관련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곳을 지나던 개발자 이형석(29)씨는 “서울 강남역이나 압구정역에는 성형외과 광고가 깔려있더니 판교역엔 판교 기업들 구인 광고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이달 말까지 판교역사 내 10개의 구인 광고물을 설치해 둘 계획이다.

판교 경력직, 3월에 ‘큰 장’ 선다

판교밸리 기업 간 인재확보 경쟁이 뜨겁다. 거의 ‘인재확보 전쟁’ 수준이다. 특히 해마다 3월은 경력직 공채가 가장 활발한 시기다. 정보기술(IT)기업의 경우 대개 2월마다 직원들과 연봉협상을 한다. 능력있는 개발자라면 연봉 협상을 통해 원래 다니던 회사에서 어느 정도 급여를 올려 놓은 뒤,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이를 근거로 다시 한 번 급여를 높일 수 있다. 고용자인 기업 역시 회계 연도가 3월을 기점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아 연초보다는 이때부터 경력직 인재 확보에 나서는 경우가 다수다.

인재 확보 놓고, 네이버 VS 카카오 대표 간 뼈있는 농담도

지난해 말 열린 '2018 인터네기업인의 밤'에 참여한 네이버 한성숙 대표(맨 오른쪽)과 카카오 여민수 대표(오른쪽 둘째). 두 사람은 이날 인재영입 경쟁과 관련해 뼈있는 농담을 나눴다. 사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지난해 말 열린 '2018 인터네기업인의 밤'에 참여한 네이버 한성숙 대표(맨 오른쪽)과 카카오 여민수 대표(오른쪽 둘째). 두 사람은 이날 인재영입 경쟁과 관련해 뼈있는 농담을 나눴다. 사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최근 서울대 행정대학원 서베이연구센터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체감 실업률은 27.3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어느 정도 능력을 인정받은 개발자라면 판교밸리에선 일자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곳에선 ‘구직난’보단 ‘구인난’이 더 심각하다.

인재 영입을 놓고 최고 경영자(CEO)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2018 인터넷기업인의 밤’에선 네이버 한성숙(52) 대표와 카카오 여민수(50) 대표 간 뼈있는 농담이 오갔다. 당시 한 대표는 “네이버가 인재를 다 뺏어간다고 하지만 우리도 사람을 뽑는데 너무 힘이 든다”고 말했고, 여기에 카카오 여 대표는 “우리 인재 뺏어가지 마세요”라고 답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네임 밸류'가 밀리는 기업들은 신입 개발자 연봉으로 5000만원 이상을 부르기도 한다.

채용파티 열고 프로구단 같은 스카우터도 운영

 지난해 8월 NHN엔터테인먼트 판교사옥에서 열린 채용파티 '위프렌즈 커리어'의 모습. 이날 파티에는 7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NHN엔터테인먼트

지난해 8월 NHN엔터테인먼트 판교사옥에서 열린 채용파티 '위프렌즈 커리어'의 모습. 이날 파티에는 7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NHN엔터테인먼트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지하철역 광고를 진행 중인 카카오페이는 2017년 4월 60명 선이던 직원 수가 현재는 310명을 넘어섰다.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을 위해 꾸준히 몸집을 불린 덕이다. 올해 2월 경력공채에서도 개발ㆍ프로덕트ㆍ사업 등 다양한 직무에서 두 자리 수 이상을 뽑는 걸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카카오페이는 온ㆍ오프라인 상담 채널을 운영 중이다. 잠재 지원자가 채용에 대해 실시간으로 질문하고 답을 받을 수 있도록 ‘채용 전용 카카오톡 플러스친구(htttp://pf.kakao.com/_hQBqC)’및 링크드인 메신저를 활용했다. 우수 경력자를 초청해 자사 직원들과 직접 만나도록 하는 ‘페이톡’이란 오프라인 모임도 활용 중이다. 지난해 두 차례 열린 페이톡에는 이 회사 나호열 기술이사(CTO) 등이 직접 나와 카카오페이의 조직 문화와 역점 기술 등에 대해 소개했다. 또 이 회사 채용팀엔 두 명의 사내 리크루터(Recruiter)가 활동 중이다. 프로야구 구단의 스카우터처럼 우수 인재를 찾아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안ㆍ영입하는 게 사내 리크루터의 몫이다.

지난해 8월 NHN엔터테인먼트 판교사옥에서 열린 채용파티 '위프렌즈 커리어'의 모습. 이날 파티에는 7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NHN엔터테인먼트

지난해 8월 NHN엔터테인먼트 판교사옥에서 열린 채용파티 '위프렌즈 커리어'의 모습. 이날 파티에는 7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NHN엔터테인먼트

채용 파티도 열린다. 2016년부터 파티의 ‘위프렌즈 커리어’란 행사를 열어온 NHN엔터테인먼트(이하 NHN엔터)가 대표적이다. 행사에는 내부 직원 한 사람당 최대 3명까지 초대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NHN엔터 판교사옥에서 열린 ‘위프렌즈 커리어’에는 700여 명의 인재가 참여했다. 수제맥주 만들기나 필라테스, 디제잉과 칵테일 파티 등은 물론 ▶현직 근무자와 질의 응답 ▶사옥 투어 ▶주력사업 및 복지제도 소개 등이 자연스레 이어졌다. 당시 행사엔 정우진(44) NHN엔터 대표(CEO) 등도 참석했다.

‘야놀자’는 우수 인재를 추천한 내부 직원에게 ‘한 사람 당 200만~300만원의 추천 인센티브’를 준다. 직원 추천으로 입사한 이가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면 입사자와 추천자 모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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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 "3~4년마다 이직해 골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원티드’나 ‘깃허브’ 같은 개발자 커뮤니티 사이트를 예의 주시하다가 자사에 적합한 인재가 나오면 직접 연락을 취한다.
한글과컴퓨터그룹은 지난해부터 ‘그룹사 채용’제도를 시작했다. ‘한컴’이란 네임밸류를 활용해 그룹 내 중소 계열사의 인재영입을 돕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소 IT업체에 우수 인력 영입 및 유지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익명을 원한 소프트웨어 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특히 인력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 3~4년 열심히 일 하고 나면 다른 회사로 점프업(Jump-up)을 한다”며 “로열티(Loyaltyㆍ충성심)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직원들의 잦은 이직이) 회사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의 인재 확보를 돕는 오이씨랩의 장영화 대표는 “사실 네이버ㆍ넥슨 같은 회사는 인재들이 찾아오지만, 작은 스타트업들은 진짜 사정이 어렵다”며 “우린 당장 A급은 아니지만 곧 A급이 될 만한 사람을 뽑아서 기업에 연결해주고 있는데, 이런 방식의 인재 영입이 중소 규모 IT기업들엔 고민해 볼 만한 방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이수기ㆍ편광현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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