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전직 환경부 장관 보좌관 “과거 정부 찬동 인사 배제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된 환경부 전직 정책보좌관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전 한 토론회에서 “과거 정부 찬동 인사는 배제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4대강 보 철거를 주장하면서 과거 정부에서 훈·포장을 받은 환경부 인사를 향해 ‘블랙리스트’라는 용어도 썼다.

문 정부 취임 직전 토론회서 언급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소환

3일 중앙일보가 확인한 영상에 따르면 환경부 장관 정책보좌관실에서 근무했던 노모(55) 전 정책보좌관은 환경관련 연구원으로 근무할 당시인 2017년 3월 한 시민단체가 주최한 4대강 사업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다. 노 전 정책보좌관 옆자리에는 안모(56) 전 환경부 차관이 앉았다. 다른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안 전 차관은 2017년 6월부터 김은경 전 장관 취임과 함께 환경부로 들어왔다가 지난해 8월 퇴임했다.

영상에서 노 전 정책보좌관은 “과거 청산 얘기가 나왔는데 찬동 인사는 당연히 배제해야 한다”며 “훈·포장 받으신 분들이 전부 블랙리스트인가는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짜 고생한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밝혔다.

중앙일보가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 공로로 훈·포장을 받은 환경부 인사를 살펴본 결과 실제로 지난 12월 공개된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사례도 확인됐다. 지난 2012년 7월 4대강 사업 공로로 ‘하천이용활성화 기반구축 유공’ 명단에 포함돼 홍조근정훈장을 받은 김모(59)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원보전본부장은 지난해 1월 작성된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청와대 문건에 포함됐다. 김태우 전 청와대 수사관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블랙리스트’다.

김 본부장은 훈장을 받은 뒤 환경부에서 국장급으로 일했다. 청와대 문건에서 김 본부장의 임기는 2018년 6월까지이고, 이미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블랙리스트 논란이 일자 언론 인터뷰에서 “사퇴 압박이 없었고 임기도 연장됐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도 본부장으로 근무중이다.

노 전 정책보좌관은 최근 철거가 결정된 4대강 보와 관련해서는 “철거하거나 어떠한 형태로는 없애는 방법이어야 한다”며 “철거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역주장도 있던데 새로운 재원이 필요한 게 아니라 지출 구조를 어떻게 변경하느냐에 따라서 추가 예산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 전 차관은 “가장 먼저 대통령이 해야 될 일은 4대강 복원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를 유지하면서 계속 유지하는 게 좋은지, 들어간 돈이 아깝기는 하지만 보를 없애는 게 좋은지 판단을 할 수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전 정책보좌관과 안 전 차관은 이날 수차례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정책보좌관은 지난달 22일 통화에서 “인사에 관여한 바 없다”며 “김 전 장관 성격도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김민상·김기정·정진호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알려왔습니다 : 노 전 정책보좌관 측은 “당시 토론회는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2017년 4월 16일 이전에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향후 정부 정책을 제언하는 차원에서 열렸다”며 “현재 검찰에서 조사 중인 블랙리스트 의혹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토론회 발제자 중 다른 사람이 ‘4대강 찬동 인사가 블랙리스트’라는 발언을 하였으나 이러한 이분법적인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토론을 했다”며 “과거 정부에서 4대강 사업으로 훈·포장을 받은 특정 환경부 인사를 ‘블랙리스트’로 규정한 바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