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북 경협 매달리다 미국 기류 못 읽었다

중앙일보

입력 2019.03.04 00:05

업데이트 2019.03.04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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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귀국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구체 사항을 협의한 만큼 후속 협의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귀국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구체 사항을 협의한 만큼 후속 협의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1]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실패는 사실상 예견된 것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이런 기류를 제대로 읽지 못해 낙관론만 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어긋난 낙관론
“미, 높은 단계 비핵화 요구하는데
한국은 교류사업 강행, 열매 집착”

“외교부, 미국 노딜 카드 알고도
청와대에 보고 못한 것 아니냐”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일괄타결 방식의 비핵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으로 이를 밀어붙였다. 김 위원장 역시 제재 완화에 완강한 미국의 입장을 잘 알지 못한 채 영변 핵시설만으로 제재 해제를 요구하면서 노딜(no deal)은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보도했다. 또 “이를 존 볼턴 안보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 참모진은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연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외교 가동으로 북·미 대화가 급물살을 탄 이후 장밋빛 전망만 부각시켰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달 초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면담한 이후 “큰 방향에서 북·미 회담이 잘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협상 이틀 전에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을 통해 종전선언을 기정사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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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변인은 “주체만 놓고 봐도 많게는 4자 남·북·미·중, 3자 남·북·미, 2자 북·미 등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어떤 형식의 종전선언이라도 우리 정부는 환영이다”고 말했다.

북·미 협상을 중재해 온 외교부도 다르지 않았다. 1월 31일 북·미 실무협상 경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외교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세계 만방에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밝혔으며 협상의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다”며 “지난 1년 동안 매우 큰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협상 결렬이었다. 외교가에선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특히 제제 완화와 관련된 미국의 완강한 입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남북 경제협력 가능성만 기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박사는 “미국은 북한이 매우 높은 단계의 비핵화 조치를 해야만 제재 완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했다”며 “한국 정부가 이런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남북교류 사업 강행 등 열매만 따는 일에 너무 집착했다”고 말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한국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면서 제재 완화와 관련한 미국의 강경한 기류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게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협상 결렬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청와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외교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미국의 협상 테이블에 노딜 카드가 있었다는 것을 외교부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며 “북·미 대화 국면에서 ‘판이 엎어질 수도 있다’는 보고를 청와대에 차마 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청와대의 인적 구성을 고려할 때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를 (문 대통령이) 듣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판문점 선언 이후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향후 개각 때 외교·안보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참모를 기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김지아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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