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오키나와 전지 훈련장에서 만난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김기태(50) 감독은 줄담배를 피웠다. 캠프 기간 잠시 금연했다가 다시 물었다. 주축 선수들이 연이어 부상으로 조기 귀국하면서 김 감독의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KIA 일본 스프링캠프 #부상 이범호·윤석민 등 조기귀국 #3루수 최원준·류승현 기회 노려 #마운드선 김윤동·문경찬 눈길
마무리 후보로 꼽은 오른손 투수 김세현(32)은 캠프 시작 나흘 만인 지난달 4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러닝 훈련조차 소화하기 어려울 만큼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해서다. 예년보다 한 주일가량 앞당겨진 개막일(3월 23일)에 맞춰 일찍 연습경기를 시작하려던 김기태 감독 구상에 맞추지 못했다. 결국 김세현은 22일 대만 2군 캠프에 합류했다.
윤석민(33)은 2015년 미국에서 돌아온 뒤로 어깨 통증 때문에 재활과 복귀를 반복했다. 지난 시즌 이후론 구단에 연봉을 백지 위임했고, 이번엔 역대 최다 삭감액(12억5000만원→2억원)도 받아들였다. 1월부터 류현진과 함께 개인훈련을 하며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불펜피칭 이후 어깨 통증이 재발해 귀국했다. 주전 3루수 이범호(38)와 선발투수 요원 한승혁(26)의 이탈도 아쉽다. 이범호는 고질적인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 한승혁은 오른쪽 허벅지 통증이 문제였다. 김 감독의 타는 속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다행히 KIA 캠프 분위기가 나쁘지만은 않다. 최근 몇 년간 공들여 키운 선수들의 성장세를 확인했다. 김기태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눈으로 직접보고 있다는 점은 만족스럽다”고 했다. 훈련장에서 김 감독 등 코치진은 연신 목소리를 높여가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부상자의 빈 자리를 차지하려는 젊은 선수들 간 경쟁도 뜨겁다. 이범호가 빠진 3루 자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내·외야 전 포지션을 오갔던 최원준(22)은 김 감독으로 직접 타격지도를 받는 등 눈도장을 찍었다. 일본 요미우리와 연습 경기 직전 3루수 출신인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은 류승현(22)도 기회를 노린다. 류승현은 “수비도 자신감이 생겼다. 개막전에서 이범호 선배의 공백을 메우고 싶다”고 했다. 뒤늦게 캠프에 합류한 김주형(34)은 연습경기에서 홈런포를 쳤다.
마운드도 새 희망에 차 있다. 새로운 마무리 후보로 김윤동(26)이 떠올랐다. 지난해 64경기에 출전한 김윤동은 7승6패18홀드4세이브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했다. 선수 스스로 “마무리가 목표”라고 말할 만큼 자신감도 늘었다. 7년간 1군으로 2경기에 나선 늦깎이 신예 고영창(30)도 연습경기 4경기에서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서재응 투수코치한테 전수한 투심패스트볼이 위력을 발휘했다. 우완 문경찬(27)도 날카로운 커브로 훈련 현장을 찾은 해설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1~3선발을 책임질 에이스 양현종(31)과 두 외국인 투수가 계획대로 착착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 든든하다. 불펜피칭 투구 수를 늘린 양현종은 5일 연습경기 삼성전에서 첫 실전 등판을 한다. 강상수 투수코치는 “현종이는 자신이 직접 프로그램을 짜 훈련한다. 잘하고 있어 손댈 필요도 없다”고 했다. 제이콥 터너(28·미국)는 지난달 26일 일본 요코하마 연습경기에서 3이닝 1피안타 무실점했다. 조 윌랜드(29·미국)는 벌써 시속 150㎞ 가까운 강속구를 던지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