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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승 박성현 "우즈를 만나 에너지 얻어 우승할 수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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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박성현이 HSBC 위민스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고 있다. 세계랭킹 2위 박성현으로선 1위 아리야 주타누간, 3위 이민지와의 맞대결에서 거둔 역전승이라 더 의미가 있다. [EPA=연합뉴스]

박성현이 HSBC 위민스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고 있다. 세계랭킹 2위 박성현으로선 1위 아리야 주타누간, 3위 이민지와의 맞대결에서 거둔 역전승이라 더 의미가 있다. [EPA=연합뉴스]

박성현(26)이 3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 탄종 코스에서 끝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세계 1위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에 역전우승했다. 박성현은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9개를 몰아치며 8언더파 64타를 기록, 최종합계 15언더파로 우승했다. 개인 통산 LPGA 투어 6승째다.

HSBC챔피언십서 시즌 첫승 신고 #4타 차 뒤진 채 출발해 뒤집어 #"에너지 얻었다 우즈에 말해 주고 싶다" #통산 6승 달성, 상금 45억원 돌파

주타누간에 4타 뒤진 공동 7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박성현은 1~3번 홀에서 줄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잠시 숨을 가다듬은 박성현은 6, 7번 홀에서 다시 버디를 잡고 본격적으로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박성현은 8번 홀에서 보기로 한 걸음 주춤했다. 챔피언조에서 이민지와 주타누간이 피치를 올려 격전이 예상됐다. 세계 1, 2, 3위 주타누간, 박성현, 이민지는 이번 대회 첫날 한 조에서 경기했다. 1라운드에서는 박성현(3언더파)이 주타누간과 이민지(이상 4언더파)에 한 발 밀렸다. 조는 달랐지만, 박성현은 최종라운드에서 다시 한번 주타누간, 이민지를 상대하는 셈이 됐다.

탄종 코스는 후반이 어렵다. 박성현은 3라운드까지 전반 9홀에서 10타를 줄였지만, 후반 9홀에서는 3타를 잃었다. 후반으로 접어들면 기록상 박성현이 불리해 보였다. 그러나 최종라운드에서 박성현의 집중력은 그 이전과 달랐다. 박성현은 이날 후반,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꽂아 넣었다.

승부는 13, 14번 홀에서 갈렸다. 13번 홀은 파 5홀이고, 14번 홀은 이날 282야드로 줄어든 짧은 파 4홀이다. 꼭 점수를 줄여야 할 홀이다. 그런데 욕심이 지나치면 함정에 빠진다. 박성현은 13번 홀에서 침착하게 버디를 잡았고, 14번 홀에서는 핀 앞 11야드까지 티샷을 친 뒤 퍼트로 홀 옆에 붙여 연속 버디를 잡았다.

반면 주타누간은 13번 홀 티샷이 슬라이스가 났고, 두 번째 샷은 관목 사이로 들어가 벌타를 받았다. 네 번째 샷도 그린을 넘어갔다. 5온 2퍼트로 더블보기, 우승권에서 사라졌다. 주타누간은 14번 홀에서도 3번 만에 그린에 올렸고 보기를 했다. 선두로 출발한 주타누간은 결국 3타를 잃으면서 8언더파 공동 8위로 밀려났다.

3라운드 깊은 러프에서 파세이브를 하고 있는 모습. [신화통신=연합뉴스]

3라운드 깊은 러프에서 파세이브를 하고 있는 모습. [신화통신=연합뉴스]

이민지는 13번 홀에서는 티샷을 벙커에 빠뜨려 위기에 빠졌다가 파세이브에 성공하면서 살아났다. 14번 홀에서 또다시 티샷 실수가 나왔다.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렸고 짧은 퍼트를 넣지 못해 보기를 했다. 이민지는 최종합계 13언더파, 2위를 했다. 지난주 태국에서 열린 혼다 타일랜드에서 양희영에 패한 데 이어 2주 연속으로 한국 선수에 밀려 준우승했다.

박성현은 지난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 이후 6개월여만에 우승하면서 주타누간과의 세계 1위 경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박성현은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5300만원)를 받았다. LPGA 통산 상금은 400만 달러(약 45억원)를 돌파했다.

박성현은 지난 2월 광고 촬영 때문에 만난 타이거 우즈에 관한 질문을 받고는 "우즈가 인터뷰를 보고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그를 만나 커다란 에너지를 얻었다. 그 것이 이 우승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올 시즌 박성현의 두 번째 출전대회다. 박성현은 첫 경기인 혼다 타일랜드에서 21위를 했다. 박성현은 “이렇게 빨리 우승할지 몰랐다. 매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아 고생했는데, 올해는 시즌 초에 우승해 편안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현의 64타는 이번 대회에서 전 선수 통틀어 가장 좋은 스코어다. 캐디는 박성현의 가장 뛰어난 라운드는 US여자오픈이었다고 했다. 박성현은 "오늘 라운드는 3위 안에 들것 같다. 왜냐하면 전체적으로 모든 것이 내 생각대로 잘 따라줬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오늘 플레이가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우산을 내려 썼는데 햇볕을 가리는 것도 있지만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 시야를 좁히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LPGA 투어 10승의 주타누간은 아시아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징크스를 이번에도 깨지 못했다. 주타누간은 이전까지 선두로 출전했던 11차례 경기에서 9차례 우승, 웬만하면 역전패를 당하지 않는 선수로 이름이 났지만, 버디 9개를 쏟아낸 박성현 앞에서 무너졌다.

고진영이 11언더파 공동 3위, 김효주가 10언더파 공동 5위, 지은희가 9언더파 7위에 올랐다. 이정은6이 이날 6타를 줄여 5언더파 공동 11위, 박인비가 4언더파 14위, 전인지, 이미향이 3언더파 공동 15위를 기록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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