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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빨리 오는 자궁내막암, 일찍 찾으면 임신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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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력 유지하는 암 치료

자궁은 여성 건강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여성의 몸은 여성호르몬에 의해 성장하고 아프고 늙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곳은 자궁이다. 대부분 폐경기를 전후로 자궁에 크고 작은 이상이 발견된다. 자녀 계획을 마무리한 이후다. 그런데 최근 자궁내막에 암이 발생하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20~30대 여성도 자궁내막암으로 진단받는다.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암 치료를 위해 과감하게 자궁·난소를 제거하는 것이 부담이다. 의료계에서도 가임력을 유지하는 암 치료법에 주목한다. 점점 젊어지는 자궁내막암의 원인과 출산의 꿈을 접지 않고 암을 치료하는 법을 소개한다.

결혼·임신 연령 점점 높아져 #여성호르몬에 장기간 노출 #젊은 층 자궁내막암 급증세

자궁내막암이 40세 미만의 젊은 여성을 노리고 있다. 생명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 공간인 자궁내막은 에스트로겐에 민감하다. 체내 에스트로겐 노출은 초경, 배란, 임신, 출산, 모유 수유 등과 관련이 깊다. 그런데 취업난으로 결혼이 늦어지고 일·가정 양립이 어려워 결혼을 하더라도 임신을 미룬다. 첫 임신·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출산하는 자녀의 수도 줄어든다. 예전보다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의미다. 이는 자궁내막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여성은 임신을 하면 평균 1년 정도 월경을 하지 않는다. 모유 수유를 하면 그 기간은 더 길어진다. 예컨대 연령이 비슷해도 임신·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은 아기를 한 번 출산한 여성보다 최소 12회, 두 번 출산한 여성보다는 24회나 더 많이 배란을 한다. 국립암센터 자궁난소암센터 임명철 박사는 “아이를 낳은 경험이 없으면 에스트로겐이 자궁내막 조직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4년 새 20대 환자 105.4% 증가 

이 같은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연구도 있다. 임명철 박사 연구팀은 1999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 여성의 부인암 발생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저출산과 관련이 큰 자궁내막암 발생률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공식 암 등록 통계가 시작된 99년에 새롭게 발생한 자궁내막암 환자 수가 인구 10만 명당 2.4명이었지만 2015년 5.7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20~30대 여성의 증가세가 확연하다. 자궁내막암은 매년 4%가량 증가하는데

30세 미만의 연평균 증가율은 이보다 두 배 높은 9.6%다(부인종양학회지, 2019). 자궁내막암으로 진료를 받는 젊은 여성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자궁내막암으로 치료한 여성은 1만7421명으로 2013년(1만1629명)보다 49.8%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05.4%(2013년 148명→2017년 304명), 30대 58.3%(893명→1414명)로 20~30대 여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초경 연령이 빨라진 것도 한몫한다. 그만큼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 기간도 길어진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팀이 여성 6만6466명을 대상으로 1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이른 초경, 늦은 폐경 등으로 여성호르몬 노출 기간이 40년 이상으로 긴 여성이 자궁내막암에 걸릴 위험은 30년 이하인 여성의 3.64배였다.

과체중·비만도 주의해야 한다. 지방은 에스트로겐 분비량을 늘려 정상 세포를 암세포로 전환하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비만인 여성은 동시에 여러 개의 난자가 성숙해 정상적인 배란과 월경이 어려워지면서 자궁내막이 정상 주기 이후에도 계속 증식할 수 있다. 이렇게 과다 증식된 자궁내막이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일반 여성과 비교해 체중 관리가 잘 안 되는 과체중의 경우 자궁내막암 발병 위험이 정상 체중의 1.34배, 비만은 2.54배 높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가임력이다. 암 치료의 기본은 수술이다. 암이 생긴 부위를 포함해 그 주변까지 도려낸다. 임신·출산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자궁·난소도 마찬가지다. 자궁내막암으로 암세포가 광범위하게 퍼졌다면 자궁은 물론 난소까지 적출해야 한다. 암은 치료해도 더 이상 임신과 출산이 불가능해진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아이를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20~30대 미혼 여성이 감내하기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스스로 결혼 자체를 기피하기도 한다.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박현 교수는 “자궁내막암으로 진단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임신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자궁내막암으로 진단받는 여성이 폐경 전후인 경우가 많아 암을 치료하는 데만 집중했다. 따라서 임신·출산 등 생식 기능은 고려하지 않았다. 요즘엔 암 치료 상황이 변했다. 첫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가임력을 보존하는 암 치료법을 일차적으로 고려한다. 자궁·난소를 제거하는 수술 대신 호르몬 요법으로 암을 치료한다. 여성의 생식기관을 유지해 임신·출산이 가능하다. 단 암세포가 자궁내막에 국한된 자궁내막암 초기에만 시도가 가능하다. 만일 자궁 근육층까지 암세포가 퍼진 중기 이후라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고농도 호르몬 치료로 자궁 보존 

치료는 내시경으로 암이 생긴 내막을 긁어낸 다음 자궁내막이 두터워지는 것을 억제하는 또 다른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고농도로 투여한다. 프로게스테론은 에스트로겐이 자궁내막을 두껍게 만드는 것을 억제해 자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폐경기 이전인 40세 미만 자궁내막암 환자는 에스트로겐과 연관성이 큰 데다 전이가 적어 자궁을 보존하면서 효과적으로 암세포 증식을 막을 수 있다.

대개 6개월 정도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암세포가 없어진다. 이후 1년간 조직 검사상 암세포가 검출되지 않으면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초기 자궁내막암이라면 호르몬 치료 성공률은 75% 정도다. 호르몬 치료 후 출산율 역시 6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된다. 한계도 있다. 암을 완벽하게 억제하지는 못한다. 암 재발률이 50%로 높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박정열 교수는 “출산을 완료할 때까지 수술을 연기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암 막는 생활습관

체중·혈당·월경 관리···에스트로겐 노출 적게

체내 에스트로겐 노출을 줄이려면 초경 시점을 가능한 한 늦추고 임신과 출산,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를 마음대로 조절하기는 어렵다. 자궁내막암을 유발하는 에스트로겐은 생활습관과도 관련이 깊다. 자궁내막암을 예방하는 세 가지 요령을 정리했다.

운동 
자궁내막암은 체중과 관련성이 크다. 활동량이 적어 체형이 과체중·비만으로 변하면 몸속 지방세포가 에스트로겐 생성을 증가시킨다. 비만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다. 이는 자궁내막암 발생 빈도를 높인다. 체중이 비슷하더라도 앉아서만 지내는 등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발병률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식습관 
식이요법도 중요하다. 적정 칼로리 섭취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혈당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가공식품이나 커피믹스·탄산음료 등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식품을 자주 섭취하면 췌장에서 인슐린을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분비한다. 남아도는 인슐린은 자궁내막의 성장을 유도해 자궁내막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배란장애 
매달 한 번씩 찾아오는 월경도 살펴야 한다. 월경은 초경 후 1~2년이 지나면 일정 주기에 맞춰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만일 월경 주기가 불규칙하다면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과다하게 만들어지는 다낭성 난포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등 여성호르몬의 균형을 맞추는 치료를 받으면서 정기적으로 자궁내막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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