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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10명 중 1명만 집에서 임종, 가정사망 역대 최저

중앙일보

입력

세브란스 병원의 임종실 모습.[중앙포토]

세브란스 병원의 임종실 모습.[중앙포토]

지난해 사망자가 29만8900명으로 30만명에 육박했다. 1983년 사망원인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다. 하루에 819명이 숨진다.
이들은 어디서 숨질까. 가정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14.3%에 불과하다. 역대 최저다. 2017년(14.4%)보다 미세하게 줄었다. 대부분은 일반 병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의료기관(76.2%)에서 숨진다. 9.5%는 병원 이송 중에 숨지거나 사회복지시설·도로(교통 사고)·일터 등에서 숨졌다. 65~84세 노인은 더하다. 이들의 6.3%만 집에서 숨지고 81.3%는 의료기관에서 임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가정과 병원 사망은 약 30년 만에 역전됐다. 1991년에는 가정 사망이 75%, 병원 사망이 15.3%였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원래 자기가 살던 집의 익숙한 환경에서 가족에 둘러싸여 숨지는 게 바람직하다. 30년 전만 해도 대개의 한국인은 집에서 죽었다"고 말한다. 허 교수는 "집을 떠나 사망하는 것을 객사(客死)라고 부르며 꺼렸기 때문에 오래 병원에서 투병하다가 돌아가실 때가 되면 집으로 갔다"며 "이제 병원이 사람을 살리는 곳이면서 죽음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데가 됐다. 임종이 의료 문제가 됐다"고 지적한다.
 가정 사망이 줄어드는 이유는 집에서 임종을 맞을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의사의 왕진이나 간호사의 방문 간호 같은 방문 진료가 거의 안 된다. 호스피스가 의료기관 병동 위주로 돼 있고 가정 호스피스 비중이 매우 낮은 이유도 있다. 2017년 호스피스 서비스 이용자의 3.3%만 가정 호스피스를 이용했다. 보건복지부가 2017년 가정 호스피스 사망자 1012명을 분석했더니 집에서 숨진 사람이 25.4%에 달했다. 그해 전체 가정 사망률(14.4%)보다 월등히 높다.
 전문가들은 가정 호스피스 확대, 방문 진료 기반 조성, 가정 사망 환자의 사망진단서 제도 개선 등의 대책이 따라야 한다고 권고한다. 허 대석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병원 사망률은 9.3%, 영국은 54%로 한국보다 매우 낮다. 이들 나라도 병원 사망률이 70% 안팎으로 올라갔다가 제도 개선 덕분에 점점 낮아지고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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