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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강화할 거냐 질문에 “북한 사람들 생계도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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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에게는 옵션이 여러 개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선 선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38분 회견 … 폼페이오 세 번 대신 답변

베트남 하노이에서 27~28일 진행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표정은 어두웠고, 자주 침을 삼켰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문 도출에 실패하면서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도 예정보다 두 시간 앞당겨졌다. 원래는 공동합의문 서명식 이후인 오후 3시50분으로 예정돼 있었다. 기자회견은 오후 2시15분(현지시간)부터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약 38분간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함께 나온 폼페이오 장관에게 세 차례에 걸쳐 마이크를 넘겼다.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기자회견 때 홀로 단상 위에 올랐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폼페이오를 제외한 외교·안보 참모진은 물론 백악관 대변인실 인사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자회견장 맨 앞줄에는 ‘예약석’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지만 텅 빈 채로 진행됐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만 단상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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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는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해 성 김 주필리핀 대사, 앤드루 김 미국 CIA코리아미션센터장,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매슈 포틴저 백악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이 기자회견장의 제일 앞줄에 앉아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묘사할 때는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그는…”이라며 침을 한 번 삼켰다가, “남자답고 기질(캐릭터)이 강하다. 우리 사이는 강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인 27일 오전 트위터에는 “나의 친구”라고 지칭했다.

협상은 결렬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내내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 판을 완전히 깨지는 않으려는 신호로 읽혔다. ‘대북제재를 강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강력한 제재를 갖고 있지만 제재를 늘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북한에는 생계를 이어가야 할 훌륭한 사람들이 있고, 그것은 내게 중요한 문제”라고 답변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도 “언급하지 않겠다”며 “(김 위원장의 생각이) 나의 비전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1년 전보다는 많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무겁게 흘러가자 “그런데 여기 정말 기자가 많이 모여 있다. 안 그러냐”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그 외 가벼운 농담은 거의 하지 않았다.

하노이=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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