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신한반도 체제’ 구상 흔들…서울답방도 비상

중앙일보

입력 2019.03.01 00:17

업데이트 2019.03.01 01:36

지면보기

종합 04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단독 정상회담을 마친 뒤 확대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단독 정상회담을 마친 뒤 확대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당부했다.

경협 담긴 3·1절 기념사 수정할 듯
남북관계 위해선 북·미 회담 중요
문, 김정은 만나 돌파구 열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해 그 결과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달라”는 뜻을 전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안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보다 심도 있는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했다. 이날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귀국하는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이뤄졌다. 통화 시간은 25분간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차 북·미 회담이 결렬 위기에 빠졌던 5월에도 비공개로 판문점 북한 지역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형식의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관련기사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미 간 합의가 모든 논의의 대전제이기 때문에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또 다른 북·미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며 “1차 북·미 회담이 위기에 빠졌을 때 문 대통령이 비공개로 김 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정해진 것은 없지만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5월로 예상됐던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답방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김 대변인도 “문 대통령의 역할과 책임감이 더 깊어졌다.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 나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가) 크게 타결되기를 원했던 것 같은데 기대치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며 이날 협상이 결렬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판단착오를 일부 인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은 처음부터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론 안 되며 ‘플러스 알파’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우리는 영변에 너무 과도한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문 대통령이 향후 중재자로 재차 등판하는 과정에도 이번 회담 실패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매체는 이번 2차 북·미 회담 과정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했다. 이의 배경엔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북한이 신뢰했던 이유도 깔려 있다. 그러나 정작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에 대해 미국이 “부족하다”며 거부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또다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얼마큼 신뢰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미국과 북한 모두 강경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행동반경이 좁아진 상태다.

다만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지속적인 대화 의지와 낙관적인 견해는 다음 회담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연계해 제재 해제 또는 완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점은 논의가 한층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담에서 북·미가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문 대통령이 회담의 성공을 전제로 3·1절 기념사에서 발표하려던 ‘신(新)한반도 체제’에 대한 구상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신한반도 체제의 핵심은 북한과의 전면적 경제협력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회담 결렬 뒤 “대북제재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히면서 ‘신한반도 체제’ 구상은 찬물을 맞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 내용에도 당연히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김 대변인도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손을 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